아이가 ‘짝작궁 짝작궁’도 할 줄 알고, ‘잼잼’도 하면서 ‘바깥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뇌’라고 불리는 손의 힘을 키운 다음 배우는 우리 전통놀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건지곤지(乾地坤地)’ 혹은 ‘곤지곤지(坤地坤地)’라는 놀이이다.

엄마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 손의 검지를 펴서 반대쪽 손바닥의 가운데를 찧게 하며 ‘건지곤지 짝작궁, 건지곤지 짝작궁’을 노래한다. 건지곤지를 하는 손동작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의미하는 숫자 십(十)의 한자를 나타낸 것으로 박자를 맞춰 노래와 함께 하면 더욱 흥겹게 할 수 있다.

전통육아놀이 건지곤지의 손동작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의미하는 숫자 십(十)을 나타낸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전통육아놀이 건지곤지의 손동작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의미하는 숫자 십(十)을 나타낸다. [사진=체인지TV 제공]

 

“건지곤지 짝작궁! 하늘 땅 별 땅, 건지곤지 짝작궁! 지혜로운 우리 아이. 건지곤지 짝작궁! 하늘기운 땅기운. 건지곤지 짝작궁! 조화로운 우리 아이.”

한민족 전통육아법 단동십훈(檀童十訓)의 하나인 건지곤지에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아 바르고 참다운 일을 행하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여기서 건乾은 하늘을 뜻하고, 곤坤은 땅을 뜻한다. 보통 태극기에서 태극을 둘러싼 4개의 괘를 건곤감리(乾坤坎離)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건곤은 하늘과 땅이다.

하늘과 땅의 조화를 고루 닮은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가 “귀한 우리 아가, 세상만물 조화롭게 좋은 사람이 되어라”라며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의 귀에 들려주는 것이다.

전통육아놀이 건지곤지는 아이의 공간지각능력과 집중력을 발달시킨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전통육아놀이 건지곤지는 아이의 공간지각능력과 집중력을 발달시킨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우리말에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란 어떤 뜻일까? 흔히 좋은 사람은 착한 사람 또는 규범을 잘 지키는 사람과 동의어로 생각한다. 또한 나쁜 사람하면 행실이나 소행, 마음씨가 바르지 않은 사람으로 여긴다. 좀 다른 해석이 있다. <우리말의 비밀>(이승헌 지음) 책에서 보면 ‘좋다’는 서로 어긋나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것을 뜻한다. 반면 ‘나쁘다’는 어우러지지 않고 어긋나고 어울리지 않는 것, 즉 ‘나뿐’인 상태를 말한다. 남의 것을 빼앗고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거짓말로 속이는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남보다 뛰어나야 성공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무한경쟁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모의 절박함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옛 선조들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조화로움으로 보았고, 자신의 아이를 자연과 생명의 이치를 닮은 조화로운 아이로 키우고자 한 것이다.

전통놀이 건지곤지는 아이의 공간지각능력과 집중력을 발달시켜

이 전통육아놀이 건지곤지 동작은 아이의 공간지각능력과 집중력을 발달시키고 손가락의 힘을 길러주는 좋은 운동이다. 잼잼을 하며 손의 힘을 키우고 짝작궁을 하며 손과 눈의 협응력을 기른 아이는 건지곤지 동작을 하며 손 한가운데 장심掌心을 정확하게 찍는 보다 세련된 동작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팀은 전통놀이와 뇌 발달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의 뇌를 fMRI로 촬영했다. EBS다큐프라임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에도 소개된 이 연구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대상으로 건지곤지, 잼잼을 할 때와 발을 움직일 때 뇌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폈다.

우리 뇌에서 신체 각 부위가 차지하는 운동과 감각영역 크기에 비례해서 신체를 재구성한 호문쿨루스(homunculus). 손과 입이 다른 부위에 비해 유난히 크다.
우리 뇌에서 신체 각 부위가 차지하는 운동과 감각영역 크기에 비례해서 신체를 재구성한 호문쿨루스(homunculus). 손과 입이 다른 부위에 비해 유난히 크다.

 

발을 움직일 때, 운동과 감각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일부 활성화 되었다. 잼잼을 했을 때는 뇌의 활성화 영역이 발을 움직였을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졌고, 건지곤지를 했을 때는 잼잼을 했을 때 보다 더 많은 부분이 활성화 되었다.

뇌 과학측면에서 보면 손을 많이 사용하는 우리 전통놀이는 뇌 발달에 뛰어나다

이 차이에 대해 김영보 교수는 “호문쿨루스라는 뇌의 지도를 보면 손이나 혀가 차지하는 면적이 굉장히 넓다. 그 말은 손을 이용하여 다양한 운동을 했을 때 뇌에서 더 넓은 부분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유난히 손을 중심으로 한 놀이가 많은 우리 전통놀이가 뇌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뇌 발달에 좋은 놀이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호문쿨루스는 전통육아 3편에 소개했듯, 보통 뇌에서 몸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면적에 비례해 신체를 재구성한 모형도로 손과 입이 비정상적으로 크다.

아이와 교감하며 하는 우리 전통육아놀이는 특히 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뇌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뇌 발달에 매우 뛰어난 놀이이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아이와 교감하며 하는 우리 전통육아놀이는 특히 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뇌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뇌 발달에 매우 뛰어난 놀이이다. [사진=체인지TV 제공]

 

아이의 두뇌발달에 뛰어난 교재나 학습법을 찾기보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교감하면서, 아이의 귀에 조화로운 인성을 갖추라는 소망을 전하고 뇌 발달에 좋은 전통육아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전통은 역사를 거치면서 사회구성원의 경험과 공감, 합의를 통해 검증되어 살아남은 지혜를 말한다. 우리 인간의 뇌는 유용한 정보와 유용하지 않은 정보를 잘 구별하여 기억해 두었다가 유용한 정보만을 후대에 넘겨주는 매우 효율적인 기관이다. 전통은 영어로 Tradition이고 어원은 라틴어의 ‘tradito’ 또는 희랍어 ‘pradosis’라고 하는데 둘 다 ‘넘겨주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오랜 전통을 통해 지혜로운 선조가 넘겨준 전통놀이를 후세대에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참조>
1. EBS 다큐프라임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라이온북스
2. '한국의 전통육아' (최혜순 양은호 공저), 신정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