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듯이 14~16세기 서구사회에서 일어난 문화운동인 르네쌍스를 계기로 인류는 과학적 합리성의 영역을 확장하였고, 진보와 성장을 기치로 인간중심적 물질문명을 고도로 발전시켰다. 21세기를 맞이하여 삶의 사회적 경계가 지구촌 전체로 뻗어나가는 이른바 지구화의 단계에 도달하였고, 마침내 인류사회는 기본적 삶의 조건 면에서 상호 긴밀하게 의존하는 운명공동체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인류는 첨단 과학발전 기술에 힘입어 필요시 에너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정보를 초고속으로 대량 가공하고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함으로써 지리적 공간과 시간의 장벽이 경이롭게 압축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상품과 자본은 물론 인간의 이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 이면에는 범세계적인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조류독감 등 각종 전염병의 유행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구적 차원의 공동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식량과 에너지, 수자원 등 생활을 영위하는 데 긴요한 필수품은 물론, 기후 변화와 온난화 등 지구환경에 관한 문제는 일개 국가를 넘어 모든 국가의 터전인 지구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이슈로 부상하였다.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는 수 천만 년 이전에 햇빛과 물, 그리고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 광합성작용을 전개했던 식물, 그리고 이러한 식물을 섭취하면서 생존했던 동물의 유해가 변화하여 생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화석연료를 태우면 이는 최소한 수 천만 년 동안 지하에 파묻혀 있던 탄소를 대기 속으로 방출하는 것이 된다.

김광린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교수
김광린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교수

1900년 약 10억 명이던 세계인구는 2000년 60억 명으로 늘어 났고, 2015년 7월 기준 72억 5천여 만 명에 이르렀다.  화석연료에 들어 있는 탄소와 수소는 아득히 먼 옛날 생존하였던 식물이 햇빛을 활용한 광합성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가솔린 4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과거의 식물 약 100톤이 소요된다. 산업화시대에 접어든 이래 경제를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인류는 먼 옛날에 내리쬐었던 햇빛 수 백년 분을 매년 사용한다. 

그 결과 산업화 시대 이전 280ppm에 불과했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00여년 간 빠르게 증가하여, 2015년 3월 기준으로 무려 400ppm에 달하게 되었다. 지구환경 과학자들에 의하면, 지구의 기후를 안정시키기 위해 21세기 중반까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 기준 70%를 감축하여야 한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9ppm로 고정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재 15℃인 지구 평균기온을 2100년경에는 지금보다 1.1℃ 상승한 수준에서 안정시킬 수 있다.

 반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현재의 생활태도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금세기 중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수준의 2배인 550ppm이  되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약 3℃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인류가 합심하여 지구온난화 방지에 최상의 노력을 전개하고 이에 성공하더라도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소한 1.1℃상승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지금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경우 약 3℃ 상승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구의 평균기온이 1.1℃ 상승할 것인가,  아니면 3℃ 상승할 것인가. 어느 쪽이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초래한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1℃ 상승에 멈추도록 하는 경우, 지구상의는 생물 5종 가운데 1종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 수준인 1.8~2.0℃ 상승하는 경우 4종 중 1종,  2℃ 이상 상승하는 경우 3종 중 1종이 사라지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이 1.1℃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인류문명이 이와 같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다는 점에 다수의 과학자, 인류학자, 정신지도자, 그리고 문명비평가들은 오래 전부터 주의를 환기하며, 인류의 각성을 촉구해 왔지만 사태의 흐름은 오히려 악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오고 있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붕괴현상은 특정국가와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 범위로 확대되었고, 세계인구는 약 72억명으로 적정규모를 몇 배나 초과한 가운데, 점점 감소하는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는 경우 지구가 50년을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과 전망이 여러 차례 제시된 바 있다. 현재 인류가 겪는 환경위기는, 인류문명의 존속과 인간의 생물학적인 생존은 물론 지구 자체의 존재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유사 이래 인류에게 닥친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보전 운동 차원에서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철학과 문명의 패러다임 차원까지 포괄하는 근본적 전환을 요한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이와 같은 심각성을 인식하여 2015년 12월12일 195개국 정상이 프랑스 파리에서,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 ̊C, 바람직하게는 1.5̊ ̊C 수준에서 억제한다는 것을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정하여 2020년부터 실시할 것을 골자로 하는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7년 6월초 미국이 이 협약으로부터 탈퇴를 선언,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으나 대다수 국가들은 이 협약의 준수를 다짐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단일의 운명공동체 상태에 있는 지구촌을 효과적으로 거버넌스(governance)하기 위해서는, 곧 지구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①국가와 민족, 그리고 종교 등을 초월하여 인류사회 전체가 수용할 수 있는 보편의 철학과 사상, 윤리, 그리고 ②이에 기반한 지구차원의 공동 정체성, 곧 지구시민의식의 함양이 긴요하다. 즉 특정국가의 국민 또는 종교의 신자인 동시에 이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출발점이 지구 운명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지구시민 의식이며, 이러한 점에서 지구시민 의식의 함양은 21세기 인류사회 공동의 중요 과제이다.

요컨대, 현재 인류문명은 공존공영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기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앞에 놓인 두 가지 미래 중 선택해야 할 것은 당연히 공존공영의 길이다. 이를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주의 근본원리에 뿌리를 둔 홍익인간의 철학과 사상, 이에 기반한 가치관과 생활문화를 지닌 지구시민을 임계질량 수준 이상으로 함양하고 양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