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에게 민요 ‘아리랑’은 우리의 주식인 쌀밥과 같은 존재이다. 그만큼 익숙하고 널리 애창된다. 그런데 ‘아리랑’이 어떤 의미인지, 어디서 유래했는지, 언제부터 불렀는지,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기원설과 어원설로 다양한 견해만 존재할 뿐 정설이 없다. 이를 일컬어 "청천하늘엔 별도 많고 아리랑 어원설엔 말도나 많다"고 하기도 한다.

아리랑이라는 말은 난랑(卵郞, 알랑)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하고 발(光明)에서 알로, 다시 아리로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처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뜻'에서 유래하였다고 보아 아리랑설(我離娘說)로 보는 이도 있다. 서정범 교수는 '알라이요'의 알(卵)을 근원적인 것, 핵심으로서의 알(卵)로 설명한다.

김용운 교수는 ‘아리리요’를 ‘아 신이요’로 설명한다. “아라리요는 '아 날이요'에서 나온 것이며 요즘 말로 하면 '아 신이요' 와 같다. 가령 “아라리 요 아라리 요 /~ / 이 내 가슴엔 수심도 많다 /아라리 요 아라리 요” 에서와 같이 한스러운 노랫가락에서 '아라리 요'를 '아 신이요'의 뜻으로 새기고 들으면 한층 실감이 난다. '아 날이요‘가 '아 나리요' 또는 '아라리 요' 가 되고 마침내 '아리랑' 으로 변한 것이 분명하다.”(《한국인과 일본인3, 같은 씨앗에서 다른 꽃이 핀다》, 한길사)

2015년 10월 5일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문화융성위원회가 주최한 광복 70년 기념 ‘아리랑 대축제’ 공연이 열렸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10월 5일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문화융성위원회가 주최한 광복 70년 기념 ‘아리랑 대축제’ 공연이 열렸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우실하 교수는 중국 동북방 소수민족 에벵키(Ewenki)족이 아직도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 ‘아리’, ‘쓰리’ 등의 말을 쓰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아리랑과 쓰리랑의 의미를 설명한다. 우 교수의 논문 <‘아리랑’·‘쓰리랑’의 의미와 어원(語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에벵키족은 북만주 동쪽 읍루(挹婁)지역에서 서서히 서쪽으로 이동하여 북방 대흥안령 자락과 흑룡강 중·상류 지역에 거주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고대 우리 민족들과 교류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어와 에벵키어는 오랜 역사 과정을 통해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우 교수는 설명한다.

에벵키어의 ‘아리랑’이라는 말은 주로 “맞이하다/영접하다”와 “이별이나 슬픔을 참고 받아들이다"의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런 에벵키어가 한국어 속에 흡수되었다면 ‘아리랑’이라는 말은 님을 보내면서 슬픔을 ‘참고 받아들이다, 감수하다, 인내하다’ 등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랑’의 이중적인 의미구조로 보면 님을 보내는 ‘이별의 아리랑’도 가능하지만 님을 맞이하는 ‘만남의 아리랑’도 가능하다고 우 교수는 설명한다.

이렇게 에벵키어를 참조하여 우 교수가 해석한 아리랑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해석1) 인내하자 인내하자 (님이 나와)다르구나.
(님이) 이별고개로 넘어간다
(해석2) 참자 참아내자 혼란스럽구나

(님이)이별고개로 넘어간다
(해석3) 인정하자 인정하다(님이 나와)다르구나
(해석4) 감수하자 감사하자 어지럽구나
(님이)이별고개로 넘어간다

우 교수는 ‘쓰리랑’과 거의 유사한 발음을 지닌 에벵키어 SERERENG와 SERIRENG에서 “잠든 ‘영혼’이 깨어나다‘라는 의미가 된다”며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의 본래 의미는 ‘(사자의 영혼을) 맞이하세 맞이하세, (잠든 영혼이) 깨어났네 깨어났네’의 의미로 새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아리랑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는 우 교수의 다음 설명이 도움 될 것이다.

'아리랑' 공연 장면. [사진=문화재청]
'아리랑' 공연 장면. [사진=문화재청]

 

“ ‘아리랑’은 고대 북방 샤마니즘의 ‘영혼을 맞이하다’는 의미에서, 2차장 풍속과 관련되어 이별의 슬픔을 ‘참다, 인내하다’의 의미가 부가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쓰리랑’도 본래는 ‘잠든 영혼이 깨어나다’라는 의미에서 ‘깨다, 깨닫다, 알아차리다’ 등의 의미로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리고 있는 여러 지방의 아리랑 가사에 나타나는 ‘아리랑’‘쓰리랑’ 등은 전체 노래가사와 연관해서 보면, 본래적인 의미인 ‘영혼을 맞이하다’ ‘영혼이 깨어나다’라기 보다는 이별의 슬픔을 ‘참다/인내하다’, ‘알다/깨닫다’ 등의 파생된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보인다. 이렇게 보아야 전체 노래가사와 어울리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은 2차장의 풍습이 일찍 사라졌다는 역사적 사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민요 ‘아리랑’을 ‘나를 찾아가는 기쁨의 노래’로 풀이한다.(이승헌, 《한국인에게 고함》, 한문화, 참조) 이 총장은 아리랑을 ‘우리 민족의 얼이 영글고 영글어서 만들어진 영혼의 노래’라며 “겉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원망가이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민족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님이 삶의 영원한 근원, 참나, 커다란 민족적 자아로 받아들여졌다”고 본다. 《한국인에게 고함》을 토대로 아리랑의 의미를 알아보자.

깨달음의 노래로 보면 ‘아리랑’은 무슨 뜻일까? 아리랑은 한자로 아리랑(我理朗)을 나 아我, 이치 리理, 즐거울 랑朗으로 보면 아리랑은 ‘나를 깨닫는 기쁨’, ‘내가 깨닫는 기쁨’을 뜻한다. 여기서 ‘나’는 평상시에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근원적인 ‘아’를 말한다. 우리 내면에 숨어 있는 진짜 ‘나’를 일컫는 말이다.

아리랑에서 말하는 ‘아’는 그 개인의 역사가 생기기 이전의 근원적인 ‘나’, 이름이 있기 전의 ‘나’이다. 그것이 진정한 ‘나’의 실체이다. 그래서 ‘아’를 깨달은 사람은 참나를 깨달은 사람이며 모두가 다 하나이고 형제인 것을 아는 사람이다.

'아리랑' 공연 장면. [사진=문화재청]
'아리랑' 공연 장면. [사진=문화재청]

 

그래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의 의미는 ‘나를 깨닫는 즐거움이여, 나를 깨닫는 즐거움이여, 나를 깨닫는 즐거움을 다 함께 누립시다.’ 이런 뜻이 된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는 “깨달음의 언덕을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여기서 ‘나’는 참나를 말한다. 그 ‘나’를 버리고 가는 ‘님’은 참나를 버리고 거짓나를 위한 욕망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십’은 통합, 완성, 깨달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깨달음을 이루지도 못하고 장애가 생긴다는 뜻이다. 참나를 깨닫지 못하고 세상을 살게 되면 그 사람은 인간 완성을 이루지 못하고 인생의 장애자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리랑은 깨달음의 눈으로 보면 이렇게 큰 뜻이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아리랑을 부르는 것 아닐까.

"아리랑은 잠든 나를 깨우는 노래요, 잠자고 있는 민족혼을 깨우는 힘을 가진 노래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영적인 노래이며 인류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깨달음의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