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행초서십폭병풍’은 조선 초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이자 당대 제일의 서예가로 손꼽힌 안평대군 이용(李瑢, 1418〜1453)이 이립(而立, 30세를 말함)이 되기 전인 1446년에 쓴 작품이다. 이 병풍은 중국의 유명한 학자인 주자, 소옹 등의 시를 쓴 것으로 병풍의 처음과 말미에 화려하고 정교한 대형 인장이 주목할 만하다. 그 가운데 ‘문을 닫으니 곧 깊은 산이요(閉門卽是深山), 책을 읽는 곳마다 정토세상이네(讀書隨處淨土)’라는 인장의 문구에서 평소 안평대군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박주환)은 지난 1월 26일 고문헌 연구가인 동혼재(東昏齋) 석한남(石韓男) 선생이 소장해 온 ‘안평대군행초서십폭병풍’ 등 고문헌 133종 168점을 기탁 받았다고 밝혔다.
기탁 받은 고문헌 중 대표적인 집현전 학자인 최항(崔恒, 1409〜1474)의 『불설무량수경』도 포함됐다. 이 책은 세조 임금이 사망하고, 다음해인 1469년(예종 1년) 봄에 임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여 썼다. 이외에도 조선전기 학자로 활동한 조말손(曺末孫, 생몰년 미상)의 소장인이 찍혀있는 초주갑인자본『사기』등 조선시대 15세기 희귀 고문헌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초주갑인자는 1434년에 조선조에서 세 번째로 만든 금속활자로, 선조 임금 초기까지 사용되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소장인(所藏印)이 분명한 고문헌을 수집하였다는 것도 동혼재 장서에서 주목할 점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선 동래부사 송상현의『허백당유집』을 비롯해서 김수항, 권상하, 한원진, 남구만, 이집, 박문수, 김정희 등 조선시대 학자들의 소장인이 찍힌 고문헌이 다수 있어 선조의 인장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동혼재 석한남 선생은 평생 스승 없이 독학으로 한문을 공부하였으며, 오랜 기간 귀중한 자료를 모아왔다. 2008년부터는 국민대학교, 예술의 전당, 추사박물관, 단재 신채호 기념회 등에서 자문을 하였고, 후학을 위해 유교경전을 비롯한 옛 글씨와 그림 등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에 『명문가의 문장』(2016),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2017)를 출판하였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은 오는 10월 2일부터 11월 25일까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소장인(所藏印)으로 만나 본 옛 문헌의 세계(가제)”라는 주제로 동혼재 기탁 기념 특별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