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도리, 아기야! 세상을 넓게 보는 지혜를 가져라”
“도리도리, 아기야! 세상을 넓게 보는 지혜를 가져라”
  • 강나리 기자
  • heonjukk@naver.com
  • 승인 2018.03.05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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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육아법에 담긴 지혜 2편

얼마 전 우연히 유치원생 딸이 있는 지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안방과 작은 방, 거실이 있는 소담한 집에서 안방과 거실은 온통 아이의 장난감과 물품으로 가득했다. 안방 한쪽 벽면은 나이대별로 다양한 그림책과 오디오북으로 넘쳤고, 서랍장은 각종 주방놀이기구와 만화주인공 의상들이 차지했다. 집에 있는 1~2시간 사이에 아이가 놀기 위해 찾는 장난감이 한둘이 아니었다. 더 어렸다면 유모차나 보행기까지 있지 않았을까.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어마어마한 장비가 드는 셈이다. 대부분 육아 가정에서 흔한 광경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우리 전통육아에서는 장난감이 많지 않다. 주로 엄마가 아이와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몸으로 놀아준다. 장난감에 집중하는 서양놀이와 달리 우리 전통놀이는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전통놀이에서는 아이의 몸이 교구이고 관심의 대상이며 목적과 방법이다.

▲ 전통 육아놀이 중 하나인 '도리도리'. 이 도리도리는 좌뇌와 우뇌의 균형을 골고루 맞춰져 성장기 아동의 두뇌 발달에 좋은 효과가 있다. <사진=체인지TV 제공>

그런 우리 전통놀이 중 하나가 ‘도리도리’이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도리도리는 백일 전후 목을 가누기 시작한 아이와 자주하는 놀이이다. 오랫동안 누워만 있던 아이에게 부모나 가족, 지인들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도리도리’를 시범보이고, 아이는 이를 눈 여겨 보다가 곧잘 따라하게 된다. 그러면 어른들은 아이에게 폭풍 같은 칭찬을 쏟아낸다. 또한 놀아주는 사람에 따라 다른 놀이와 접목하여 “도리도리 까꿍” 또는 “도리도리 짝작궁”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도 있다. 이 놀이를 할 때 아이에게 들려주는 노래가 있다.

“도리도리 짝작궁 이리보고 까~꿍, 도리도리 짝작궁 저리보고 까~꿍, 도리도리 짝작궁, 넓은 마음, 바른 마음. 도리도리 짝작궁, 우리 아이 잘한다.”

천지 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겨났듯이 너도 도리로 생겼으니, 도리에 맞게 살라는 뜻이다. 또한 한쪽만 보지 말고 좌우로 둘러보며 다른 사람의 마음과 입장을 살펴 사리에 맞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이 놀이 속에 세상을 넓게 보는 지혜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부모의 소망과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 도리도리(道理道理)에 관해서 단군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육아법, 단동십훈(檀童十訓)의 하나라고 전한다. 단동치기십계훈(檀童治基十戒訓)의 줄임말이며, 단군왕검의 혈통을 이어받은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하는 열 가지 가르침이란 뜻이다.

 

[한민족 전통놀이 도리도리 - 체인지 TV제공]

도리도리 놀이에는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도리도리는 누워만 있던 아이의 목을 좌우로 돌리게 하여 고른 신체발달을 꾀한다. 이 동작을 하면 아이의 목에 힘이 생기고 척추가 바르게 잡혀 바른 자세를 만들 수 있다. 또 유아기에 이런 동작을 하면서 아이의 좌뇌와 우뇌의 균형이 골고루 맞춰져 성장기 아동의 두뇌발달에 좋은 효과가 있다. 한국뇌과학원에서는 이 도리도리 동작이 뇌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뇌 기능을 통합적으로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오주원 교수(뇌교육학과)는 “영아기는 발달적으로 감각운동기에 해당되므로 주로 감각을 통한 학습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 시기는 대뇌보다 소뇌의 발달이 현저하기 때문에 신체적 움직임을 통한 발달이 중요하다. 그만큼 움직임에 대한 반응의 잠재력이 다른 시기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운동의 조절과 평형을 유지하는 뇌 부위인 소뇌는 바로 대뇌 뒤쪽 아래에 위치하며 머리에서 목으로 내려가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 도리도리 뇌운동 뇌파진동의 효과 ,<사진='KBS 아침뉴스 타임' 방송화면 캡쳐>

그런데 이 도리도리 동작과 관련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뇌과학적 연구발표가 있어 주목된다. 한국뇌과학연구원과 서울대 병원과 함께한 연구에 따르면 도리도리 동작이 스트레스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통놀이 ‘도리도리’를 기반으로 한 뇌파진동 명상 그룹은 일반 그룹에 비해 긍정적 심리효과가 높고 스트레스가 낮으며,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2010년 신경과학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뉴로사이언스레터>에 실렸다.

도리도리 놀이에는 한민족 어르신들이 아이에게 전하고자 하는 깊은 철학과 지혜, 그리고 아이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우는 뇌과학적 원리가 담겨있는 것이다. 유아의 두뇌발달은 물론 성인이나 어르신의 뇌 건강에도 매우 효과적인 도리도리를 함께 하면 어떨까. 특별한 장난감이 없이도 아이와 유대감을 형성하며 몸으로 부딪히며 무한한 응용을 할 수 있는 우리 전통놀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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