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추위에 꽁꽁 언 몸을 녹이고 기운 나게 하는 데 따뜻한 밥과 국 한 그릇만한 것이 있을까.  설을 앞둔 13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신응암시장 쪽 한 식당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밥과 국, 그리고 수육과 겉절이, 샐러드를 받아든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덕담을 주고받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고마워요.” “맛있게 드세요. 설 특식으로 수육을 준비했어요. 설날을 맞아 오늘은 단장님이 드립니다! 무료로 드세요.” “아니, 1천원도 안 받아? 설 선물이구만. 하하”

▲ 설을 앞두고 서울 은평구 응암동 기운차림 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사진=김경아 기자>

기운차림 식당은 단돈 1천원으로 마음 편하게 점심 한 끼를 먹고 가는 식당으로, 사단법인 기운차림봉사단이 운영한다. 밥이나 반찬이 부족하면 몇 번이고 더 먹을 수 있다. 은평점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 반까지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설겆이 등 마무리를 하면 주방을 맡은 박영주 실장과 이원석 부실장이 신선한 재료로 장을 본다. 다음날 아침이면 기운차림봉사단 회원들이 요일별로 번갈아 참여해 매일 다른 반찬을 준비한다. 

이날은 설을 맞아 효잔치로 점심을 대접했다. 기운차림 식당에서는 설과 추석명절에 효잔치를 한다. 이날 배정순(83세) 할머니는 “장애가 있어 매일 밥을 챙겨먹기가 어렵다. 여기 오면 반갑게 맞아주니 기분도 좋고 음식도 정갈하고 맛있어 잘 먹고 간다.”고 했고, 최지학(82세) 할아버지는 “무료급식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내 돈을 내고 먹으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 설을 맞아 정성스럽게 준비한 수육과 겉절이로 특식을 받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다. <사진=김경아 기자>

12시가 조금 넘자 식당 안 20개의 좌석이 어르신들로 꽉 찼다. 아래윗집에서 언니 동생하며 지내는 세 할머니도 찾아와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고 인근 상인들도 찾는다고 했다. 

젊은 시절 태권도 감독을 했다는 허영(73세) 할아버지는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을 잘 못 먹는데 여기 음식은 깔끔해서 매일 먹어도 좋다. 건강해진 느낌이다. 은평구 주민 가운데는 외지 이주민이 많아 삭막한 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곳이 있어 훈훈하고 관심이 있다. 나도 이들처럼 돕고 싶다.”고 했다. 식당을 나서며 요구르트와 미역, 초콜릿을 감사의 표시로 두고 가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기운차림봉사단 은평지부 이경림 단장은 “기운차림은 여기서 든든하게 식사하며 기운을 충전해서 밖에 나가 좋은 일 하는 데 쓰시라는 의미가 있다. 밥 먹는 분도 당당하게 식사하시도록 최소한의 식사 값 1천 원을 받는다.”고 했다. 취지가 매우 좋다고 이곳을 찾는 어르신 중에는 후원회원이 된 분도 몇몇 있다.

구두방을 하는 인구부(73세) 할아버지는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혼자 식당에 들어가면 반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이곳을 알고부터 매일 오는데 언제든지 웃는 얼굴로 대접해준다. 1천 원을 받지만 사실 품질이나 정성이나 1천 원짜리는 아니지 않은가.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매번 식사 값 외에 1천 원씩 후원함에 넣다가 지난달부터는 CMS회원이 되어 매월 2만원 씩 후원한다.”고 했다.

▲ 기운차림봉사단 은평지부 이경림 봉사단장(앞줄 왼쪽 두번째)과 봉사단회원들. 앞줄 박영주 실장, 이경림 단장, 최혜경 사무국장,  김지선 회원, 박정임 부단장, 뒷줄은 이원석 부실장과  진소명 회원.<사진=깁경아 기자>


주방을 책임지는 박영주 실장은 “가족식사만 챙겼지 이렇게 음식 대접을 할 지 몰랐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며 호탕하게 웃고 “전에는 건강에 자신이 없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활기차다는 소리도 듣는다. 매일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 책임감 때문에라도 아플 수가 없다.”고 했다. 

이곳 기운차림 식당은 전국에 있으며, 은평점은 16호 점으로 서울에서는 유일하다. 그런데 1천 원 식당이 생기면 주변 식당에서는 꺼리지 않았을까? 최혜경 사무국장은 “작년 8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그런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65세 이상 어르신만 모시고 하루 100그릇까지만 대접하겠다고 했다. 누구든 오시라고 하고 싶지만 골목 상인과 조화롭게 상생하면서 봉사하는 것도 우리 취지와 맞는다.”라며 “취지를 호의적으로 이해하고 갑자기 밥이 떨어지면 밥을 나눠주는 식당도 있다.”고 했다. 또한 기운차림 1천원 식당의 취지가 좋다고 지난 연말에는 도선사협회에서 공익활동으로 쌀 200kg을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