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까지 전교 100등 밖이었던 성적을 3학년 때 전교 10등까지 올리며, 지역 명문고에 진학한 김상훈 군. 서울 유명대학에 무난하게 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입학한 첫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각자 장점과 특기를 써내라는 설문지를 받고 김 군은 백지로 냈다. “뇌가 멈춘 것 같았어요. 모범답안을 써내긴 싫었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면서 따라가는 게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김 군은 대신 국내 최초 자유학년제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1기생으로 입학해 Dream Year 1년을 보냈다. 그곳에서 인생의 목표와 방향을 찾았다. 다시 고등학교에 진학한 김 군은 3년 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올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 합격해 인생목표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  올해 고려대 심리학과에 입학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졸업생 김상훈 군.<사진= 김경아 기자>


▶ 대학 입학을 축하합니다.

- 감사합니다. 이번 수시에 모두 심리학과에 지원했는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 합격해서 기쁩니다. 대학마다 학풍이 다르다고 하는데 고려대학은 제 관심분야인 신경심리학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제 목표와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됩니다.

▶ 특히 심리학과를 가고 싶은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 심리학이 본래 인간을 연구해서 인간을 규정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인간의 뇌와 마음, 즉 심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하나하나 연구하고 찾아내는 데 관심이 있어요. 2차 대전 후 심리학은 정신 치료가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사람들의 행복을 깨워주는 심리학 쪽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제 궁극적인 목적도 행복을 깨워주는 심리학입니다. 저는 그 답을 뇌에서 찾고 있어요. 인간의 심리는 뇌를 이해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확신해요. 뇌를 통해서 이해하면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수 있죠.

▶ 많은 현대인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감정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행복을 깨워주는 심리학, 기대가 됩니다.

- 저는 뇌에 관해 호기심이 많아요. 뇌 관련 책을 보며 독학했는데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거울뉴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것을 통해서 환자를 치료하기도 하고요. 저는 뇌를 훈련함으로써 감정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긍정적이면서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뇌교육을 했고, 벤자민학교에서 뇌교육의 B.O.S법칙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 B.O.S법칙이 궁금합니다. 제가 만난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다들 B.O.S 법칙을 이야기 하더군요. 소개 좀 해주세요.

- 뇌를 가장 건강하고 평화롭게 잘 활용하고 관리하는 뇌교육의 법칙입니다. 선택하면 이루어진다, 정신을 차려라(깨어있으라), 굿뉴스가 굿브레인을 만든다.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어라, 환경을 디자인하라. 이렇게 5가지입니다. 그냥 좋은 조언처럼 들리지만 직접 체험해보면 다르죠. 평생 가져갈 소중한 재산 같은 겁니다. 저는 벤자민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계속 체험하니까요. 벤자민학교 때부터 B.O.S 5법칙을 매일 매일 씁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BR뇌교육센터에서 뇌교육 수업을 했는데 처음 갔을 때 제 별명이 ‘부정의 아이콘’이에요. 덩치 큰 녀석이 매일 우울한 표정으로 심각하니까 어떻겠어요? 하하. (실제 상훈 군은 키가 185cm로 건장하다)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한 적이 있고 우울증을 앓았었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게 참 즐거운 일이라는 걸 벤자민학교에서 알았어요.

  제가 17살에 갔으니까 벤자민학교 1기생들 중 막내죠. 형, 누나들, 친구들이 정말 좋았어요. 같이 꿈을 찾아가는 친구로서 격려해주고 진심으로 대해주니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게 즐겁고, 사람이 좋아졌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그러려면 사람을 먼저 알고 싶었죠. 한 누나가 ‘너는 참 잘 들어주고 네 목소리가 위로가 된다’고 해주었는데 상담을 잘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심리 상담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과 관련된 프로젝트로 체험을 했어요.

▲ 김상훈 군은 벤자민프로젝트로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50명을 인터뷰 했다. 인터뷰를 통해 경험한 것을 벤자민인성영재페스티벌에서 발표했다.(오른쪽 위)

▶ 벤자민학교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했더군요.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50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요. 하고 나서 무엇을 느꼈나요?

- 사람이 궁금하다는 호기심에서 출발했어요. 기자 멘토에게 인터뷰 질문서 만드는 법을 배워 무작정 찾아갔어요. 미리 약속 없이 찾아갔다가 쫓겨난 적도 있어요. 버스종점에 가서 휴식중인 기사님을 만나기도 했고, 택시운전사, 부동산중개인, 공장 사장님, 선생님, 한의사, 청소부, 의사 등 다양했어요. 주변의 아는 분들께 소개도 받았죠.

  인터뷰 끝에는 꼭 ‘앞으로 이 직업을 선택할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해 달라’고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왜 선택하려 하나, 하지 마라, 힘들다.”고들 하세요.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자기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그때 느낀 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고 중요하단 점이었죠. 꿈을 찾는 벤자민학교가 필요한 이유죠.

▶ 벤자민학교에는 멘토 제도가 있다고.

- 제 멘토는 교육부 사무관과 전직 교사 두 분이었어요. 입학 당시에는 수학교사를 염두에 두어 두 분에게 교사, 교육자로서의 역할에 관해 직접 들어보고 이메일로 조언을 받았어요. 기자 멘토도 계셨고요.

  그리고 제가 마음에 멘토로 삼은 분은 벤자민학교를 설립한 이승헌 총장님이세요. 뇌교육과 지구시민운동의 창시자입니다. 제가 벤자민학교에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는 꿈을 찾았는데, 이승헌 총장님은 그 꿈을 38년 간 꾸준히 실천해 오셨어요. 지난 1월에 뉴질랜드 얼스빌리지를 여행하면서 그 꿈에 가까이 가고 계신다는 것 알았죠.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런데 자나 깨나 그 꿈만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하고 계셨어요. 같은 꿈을 꾸는 사람으로서 존경합니다.

▶ 고등학교 때 친구들 상담을 많이 해주었는데, 친구들은 어떤 상담을 많이 하던가요?

- 고등학교 과정 내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어요. 대신 쉬는 시간이면 반 친구들이 고민을 안고 많이 찾아왔어요. 또래상담사 교육을 받고 위클래스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었고요. 공부해야지 언제 틈이 있냐고 하는데, 저는 들어주는 게 즐겁고 제 꿈을 위해서 경험을 쌓게 되었죠.

  친구들이 주로 고민하는 것은 ‘진로’였어요. 확실한 꿈도 없고, 왜 공부하는지 모른다고 해요. 남들은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잘 해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못 찾나 자책하는 거죠. 사실 그 고민도 친구랑 자신을 비교하는 경쟁심인데요. 꿈을 찾는 것은 목표한 분야에 관해 직접 경험을 쌓아봐야 확실해지죠.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공부 말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죠.

  저는 “그건 네가 부족하거나 네 잘못이 아니다. 경험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데 친구들은 그 말만으로도 좋아했어요.

▲ 김상훈 군은 자신이 '부정의 아이콘'이었다고 한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꿈과 재능을 발견한 김 군은 친구들의 멘토가 되어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하고 있다. <사진= 김경아 기자>

▶ 친구들 상담했던 경험이 대학입시 면접에서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 이번에 제가 고교추천원이라는 전형에 응시했어요. 1단계 서류 심사에서 뽑힌 3배수 학생들이 2단계에서 토론면접을 봤죠. 사회 문제에 관해 숙지하고 해결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 면접관 앞에서 지원자들끼리 각자 자기주장의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거죠. 토론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경청 자세였어요.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상대 주장 중 타당한 점은 존중하고 아닐 때는 반박해야 하죠.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실습을 한 게 도움이 되었죠.

  벤자민학교 때도 한 달에 한 번씩 워크숍에서 자신의 성장스토리를 발표했는데 제 프레젠테이션도 준비해야 하지만, 다른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응원하는 가운데 저절로 경청하는 훈련이 되었어요.

▶벤자민학교에서는 1년 동안 어떻게 보냈나요?

- 저는 잘 놀았습니다. 하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하자마자 6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수학 공부 말고는 그냥 싶은 대로 다하고, 친구 프로젝트 도와준다며 놀러가곤 했지요. 모처럼 자신을 위해 주어진 기회니까 목표를 세워서 알차고 바쁘게 보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놀고 여행하는 게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는 활기차게 놀았는데, 그 이후에는 그냥 노는 것은 부질없다는 걸 느꼈고 제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저는 벤자민학교에서 열심히 목표를 이루는 경험을 하든, 한계에 도전하고 뛰어넘는 경험을 하든,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경험에서 얻고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험이든 소중하다고 믿고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 김상훈 군이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한 경험들. (왼쪽 위부터) 물구나무서서 걷기, 중식당 주방보조 아르바이트, 우리말 알리기 프로젝트, 미국 세도나 지구시민캠프 참석 모습 <사진= 김상훈 군 제공>

▶ 벤자민학교를 다닐 때 아르바이트 경험을 부탁해요.

- 중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벤자민학교에서 하는 경제활동 교육이라고 설명을 드렸죠. 사장님은 어린 학생이 책임감 있게 하겠냐고 미심쩍어 하셨어요. 주방보조 일인데 전에 왔던 분들도 힘들다고 3일도 안되어 그만두셨대요. 지각 한번 없이 열심히 했더니 저를 신뢰하셨어요. 사장님이 청소년 교육 관련 일도 하셨는데 한번은 제게 "청소년의 꿈을 주제로 네 이야기를 해 주겠니"라고 하셨죠. 강연무대에서 우리학교 이야기를 하고 꿈을 찾아 도전하는 우리를 응원해달라고 했을 때 따뜻한 박수를 받았어요. 그리고 사장님이 아들을 우리 학교의 인성영재캠프에 보내기도 하셨어요.

▶ 벤자민학교의 잊지 못할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 2014년 10월 워크숍이었어요. 친구들은 쑥쑥 성장했는데 저는 그동안 노느라 한 게 없는 것 같았죠. 무대에서 “너무 일상적인 삶을 살았고 성장한 게 없는 것 같다”고 중얼거렸어요. 그때 김나옥 교장선생님이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인정하지 못한다. 지금 바로 너 자신을 사랑한다고 선택하지 않겠느냐. 큰소리로 너 자신과 세상에 선언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하셨어요. 무대에서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선생님도, 친구들도 저를 안고 함께 울었죠.

  그때 이후로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또 사랑한다고 선택했죠. 제가 하는 어떤 활동이든지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고, 자신감이 커졌어요.


▶ 벤자민학교를 졸업 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3년 간 전교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고.

- 쉽지는 않았어요. 벤자민학교를 다니며 가장 좋았던 것은 앞서 말한 B.O.S 법칙이었어요. 제 정신적 기반이 되었죠. 저를 사랑하고 인정하게 되니까 선택을 하고 도전을 하면 저는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믿게 된 거죠.

  선택을 한다는 것은 목표를 세우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제가 선언한 목표를 이루려면 필요한 공부량과 시간관리를 스스로 알잖아요. 남들 놀 때 놀면 안 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하는 게 힘든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다가왔어요. 그게 목표를 세우는 사람의 자세라고 배웠습니다. 힘들어도 하기 싫어 라는 마음은 아닌 거죠.

  그리고 고3 입시준비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버틸 수 있던 건 체력 덕분이에요. 초등학교 때 이후 운동을 거의 안했는데, 벤자민학교에서 벤자민12단을 배웠어요. 1단 푸시업부터 12단 물구나무서서 걷기까지 차근차근 체력을 키웠죠. 푸시업도 잘 못했다가 12월에서야 물구나무서서 100걸음을 걸었죠. 고등학교 때 운동할 시간을 정말 내기 힘들었는데 벤자민학교 때 키워놓은 체력 덕을 보았죠.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졸업생 김상훈 군은 '달서 웃는 얼굴 마라톤 대회' 출전, 서울역 무료급식봉사, 국학기공대회 출전, 청소년 강연 등을 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김상훈 군 제공>

▶ 벤자민학교 동문과 재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제가 힘들 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벤자민학교에 대한 소속감이었어요. ‘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이죠. 벤자민학교를 다니며 받았던 무한한 신뢰와 사랑, 그리고 만났던 좋은 사람들을 잊을 수 없죠. 벤자민학교를 통해서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고, 남을 사랑하고, 자신감을 얻었죠. 사랑하고 사랑받던 그때의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힘을 낼 원동력이 됩니다. 언제나 기댈 수 있는 학교가 있고 친구, 동문,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계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벤자민학교는 사람들의 가치를 깨우는 학교인데 벤자민학교 졸업생인 것에 자긍심을 가져야죠. 졸업생들이 벤자민학교에서 배운 자기 인정과 자신감, 사랑으로 계속 성장하는 모습은 후배들에게는 앞서가는 모범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벤자민학교와 관련해서 준비하는 일이 있다고요.

- 벤자민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선생님들과 연대해서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하자는 모임을 준비 중입니다. 우리 동문과 선생님, 학교와 더욱 강한 연대감을 얻을 수 있겠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