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30여년에 걸친 언론계 생활을 마무리 한 뒤 처음으로 준비한 것이 바로 뉴질랜드 명상여행이었습니다. 언론인 생활동안 많은 나라들을 취재 또는 출장 등으로 다녀왔지만 뉴질랜드는 이상하게 인연이 닿지 않아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다녀와서 생각하니 아마도 저의 인생후반 60년을 설계하기 위해서 하늘이 남겨둔 곳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미 다녀온 여러 분들이 추천해주기도 했지만 일단 한국과는 반대쪽에 있는 남반구의 나라, 천혜의 자연이 잘 보존된 청정한 나라라는 뉴질랜드의 이미지에 가기만 해도 뇌가 번쩍 깨어날 것 같은 느낌이 늘 있던 터라 정말 큰 기대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 사람을 위압하지 않는 조그마한 동산을 끼고 내리는 하루루 폭포의 아늑한 물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힐링되었다. <사진=코리안스피릿>

유난히 추웠던 서울의 겨울을 뒤로 하고 15시간이 지나 도착한 뉴질랜드 명상여행 첫날 숙박지인 하루루 리조트에서의 첫날 저녁은 아마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을 위압하지 않는 조그마한 동산을 끼고 내리는 폭포의 아늑한 물소리는 그 자체가 힐링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숙소에서 멀리 보이는 하루루 폭포의 정경,  마치 한국의 초가을 날씨마냥 온 전신을 푸근하게 감싸는 상큼한 바람의 촉감은 ‘아! 내가 지금 지상 낙원에 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었습니다.

40여 년 전 뉴질랜드 최초로 캠핑장 허가가 났다는 역사적인 하루루리조트에 여장을 푼 것 자체가 이번 명상여행이 시작부터 얼마나 ‘대성공’이냐면서 스스로를 위안하고 감격하면서 첫날 저녁 내내 흥분되었습니다. 더구나 밤이 깊어지면서 숙소 베란다에서 올려다는 보는 하늘은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십자성을 처음으로 보면서 우주의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공해라곤 없는 청정한 하늘을 보면서 쏟아지는 듯한 초롱초롱한 별빛을 온 몸으로 적시듯이 느끼고 있는 그 순간은 시간이 멈추고 공간도 멈추고 내가 저 우주의 원소 하나 하나로 이뤄진 신성한 영혼의 결정체라는 영감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첫날 오후와 저녁 그리고 밤으로 이어진 이 잠깐의 첫 경험만으로 저는 뉴질랜드 명상여행을 온 목적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는 뿌듯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첫날, 하루루리조트에서 온 몸으로 느낀 환상적인 경험은 그 뒤에 이어진 일정에서 비로소 제가 그토록 원하던 진정한 힐링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3천년이 넘었다는 뉴질랜드 최고령의 카오리나무앞에서 눈을 감는 그 순간부터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영원의 바다에서 밑도 끝도 없이 온 몸이 공기처럼 부서져서 흩어지는 신비한 체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 40여 년 전 뉴질랜드 첫 캠핑장으로 허가를 받은 하루루리조트에서 밤 하늘 남반구의 별을 바라보면 우주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사진=코리안스피릿>

평온한 바다와 온화하게 펼쳐진 해변가, 그리고 열대 나무아래 백사장에서 잠시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온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됐습니다. 앞만 보면서 뒤돌아볼 겨를 없이 지난 세월 취재현장에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아등바등 매달려 헉헉거리며 정말 치열하게 달려온 세월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여유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된 시간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방문한 케리케리의 얼스빌리지는 이번 명상여행의 진수였습니다. 47만  여 평이나 되는 그 규모의 방대함도 방대함이지만 숲속 한발 한발 내딛는 곳마다 그냥 온 몸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깊은 성찰의 울림에 제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전율을 느꼈습니다. 30여 년 전 당시만 해도 잘 쓰지 않던 ‘지구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시면서 지구 평화 운동을 꾸준히 펼쳐 오신 글로벌 사이버대학교의 이승헌 총장님께서 일생일대의 위업으로 명명한 ‘얼스빌리지건립 사업’은 이제 막 시작단계나 마찬가지였지만 기본 설계도와 조감도만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완공된 얼스빌리지에 와 있는 즐거운 상상에 빠지게 했습니다.

▲ 케리케리의 얼스빌리지 숲 속에서 명상을 하면서 온몸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깊은 성찰의 울림에 어찌할 수 없는 전율이 왔다.<사진=코리안스피릿>

그 가운데서도 최근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라는 저서를 펴내신 뜻을 담아서 얼스빌리지에서도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에 손수 만들어 놓으셨다는 '새로운 삶의 길(The Way of New Life)'을 상징하는 120계단을 오르면서 아주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인생 후반 60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진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삶의 방향을 정리한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각자의 나이에 맞는 계단에 서서 지나온 60계단을 돌아보면서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60계단을 쳐다보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오히려 힘이 넘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나온 시간들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회사를 위해서 달려온 작은 나를 위한 이기적 세월이었다면 앞으로 남은 60년은 그동안 은혜롭게 쌓아온 경험들을 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세상을 위해서, 나아가 지구를 위해서 베풀고 살아야겠다는 큰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홍익인간’의 실천이라는 다짐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과 더 이름을 날리는 일을 해야겠다는 남아있는 헛된 명예욕을 떨쳐버릴 수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는 차차 생각하고 실천하겠지만 적어도 명상여행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인간이 됐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잠깐의 시간, 공간여행에서 뇌가 번쩍 깨어나는 체험으로 사람이 바뀔 수 있음을 제 스스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삶의 길(The Way of New Life)'을 상징하는 120계단을 오르면서 앞으로 인생후반 60을 어떻게 살 것인지, 진지하고 구체적인 삶의 방향을 정리한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성과이다. <사진=코리안스피릿>

끝으로 언제나 스스로를 깨어있게 만드는 한 구절로 저의 명상여행 소감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나는 이렇게 되겠다고 꿈꾸고 선택하는 한, 이것은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선물이다. 우리는 항해를 마치는 최후의 순간까지, 이 아름답고 위대한 선택의 힘을 아낌없이 쓰다가 가야 한다"(《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