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졸업생 이도윤 군은 친환경‧친인간적인 건축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 3월에 일본 교토조형예술대에 입학한다. 스스로 찾고 스스로 이루어낸 꿈이기에 도윤 군의 얼굴에는 기쁨과 자신감이 넘친다. “검증된 길이나 정해진 틀이 아니어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안다면 길은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이도윤 군은 스스로 그 길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걸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입학하는 교토조형예술대는 미술이 중심이 된 예술대학입니다. 중학교 때 중국여행에서 자금성의 웅장함에 반해서 처음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때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만 했지, 왜 건축을 하고 싶고,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는 정해지지 않았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고,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1년 과정을 하면서 이유도, 목표도 찾았습니다. 그때 그대로 정규학교를 다녔더라면 찾지 못했을 겁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 이도윤 군은 올해 교토조형예술대에서 진학해 친환경,친인간적인 건축디자이너의 꿈을 키울 예정이다. <사진= 김경아 기자>

▶ 건축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가요?

건축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주거’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라서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저는 디자인 건축분야를 하고 싶습니다. 벤자민학교 다닐 때 건축관련 정보를 찾다가, 반 시게루라는 일본 건축가를 알게 되었어요. 종이건축이라는 걸 처음 만든 사람인데요. 종이로 건축한다는 건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종이건축이 친환경적이고 지진이 나더라도 인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인 것은 분명하지요. 반 시게루의 종이건축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의 빈곤 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교토조형예술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반 시게루 교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적이고 친인간적인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분야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훌륭합니다.

옛날에는 흙과 나무, 돌로 집이나 건물을 지어서 자연이나 인간에 해롭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람에게도 해롭고 자연에게도 해로운 자재들을 많이 쓰지요. 뇌교육도 하고,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나와 인류와 지구가 하나’라는 지구시민 의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지 지구시민 리더로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지금 뉴질랜드 얼스빌리지에 지구시민학교가 세워지고 있는데 앞으로 얼스빌리지(지구시민마을)이 세계 곳곳에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얼스빌리지에 적합한 친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을 제가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바람입니다.

▶ 1년 반을 일본어 공부를 해서 일본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래서 2017학년도 입학시험에서는 떨어졌어요. 4개월 일본어 공부를 하고 갔는데, 거의 예상질문과 답변을 일본어로 외워 갔어요. 20분간 면접을 하니까 일상적인 질문도 나오고. 저는 미리 정리한 답 밖에 할 수가 없어서, 동문서답을 하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면접 교수님이 일본어 공부를 더 해야겠다면서 면접을 끝내셨어요. 그때 떨어진 걸 알았죠. 그래서 지난 1년간 정말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벤자민프로젝트로 형들과 국토종주를 했을 때를 떠올렸죠. 그러면 다시 자신감이 솟아요. ‘나는 할 수 있다’고요. 이번에 면접 볼 때는 벤자민학교를 다닌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자퇴한 이유를 물었는데, 벤자민학교라는 대안학교를 1년간 다녔고 그 과정을 통해 꿈과 자신감이 생겨 여기에 오게 되었다고 했어요.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자기관리가 되지 않아 놀려고들 해서 문제가 되었었나 봐요. 교수들에게는 제 스토리가 관심을 끌었고, 또 저에 대해 안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프러스 점수를 받은 거지요.

▶ 벤자민학교 2기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때라 모험적인 시도였겠네요.

저는 친구들과 학교다니는 걸 좋아해서, 처음에는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벤자민학교를 먼저 아시고, 저에게 추천을 하셨어요. 좀 강하게요. 하하. 어머니가 제게 도움이 되는 걸 추천하실 테니 제가 받아들기로 하고, 대신 그 외에는 원하는 것을 지원해 주기로 하셨어요.

벤자민학교는 우리나라에 처음 설립한 자유학년제로 Dream Year라고 ‘꿈을 찾는 1년’을 보내는 학교라서, 저는 부산학습관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으로 체력을 기르는 HSP Gym과 뇌력을 기르는 뇌교육 수업, 워크숍에 참여했어요. 무엇을 하라는 강제가 없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스스로 선택할 때까지 멘토링과 지원을 하며 기다려주는 시스템이에요.

처음에는 제 모든 시간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게 두렵기도 했어요. 예전처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교과서를 펴고 공부하기도 했고, 조금 지나서는 힘들던 학교 생활의 보상인 것처럼 많이 놀면서 생활이 흐트러지기도 했어요.

그러다 8월 말 같은 학습관의 김도영, 곽민수 형과 22일간 부산 을숙도에서 서울을 거쳐 인천 아라빛섬까지 국토대장정을 하고 나서 자신감도 생기고 스스로 자기관리를 하게 되었죠.

▲ 부산 을숙도에서 서울을 거쳐 인천 아라빛 섬까지 633km 국토대장정을 한 이도윤 군과 김도영, 곽민수 군. <사진= 이도윤 제공>

▶ ‘633km 국토대장정’ 이라는 벤자민프로젝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우리는 일반적인 국토종주길이 아니라 자전거 길을 따라 가보자고 결정했어요. 치밀한 계획 없이 무작정 간 거죠. 도보길이면 숲이 있을 텐데 자전거길이다보니 해가 쨍쨍 내리쬐고, 걷는 사람을 위한 마땅한 쉼터가 없었어요. 계속 걷다보면 발에 물집이 잡혀 매일 밤 터트리고 붕대를 감고 다시 걷곤 했죠. 세 명이 다 힘들어 포기할까 했는데, 다행스럽게 각각 다른 날 고비가 와서 나머지 두 명이 격려하면서 갈 수 있었어요.

오로지 시간과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어요. 힘들 때 형들 보고 앞서 가라 하고 뒤에서 혼자 걸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정말 제 자신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내면적인 성숙이 이루어진 시간이었어요. 흔히 군대 가면 보초 설 때 시간이 많아 자기 자신을 생각한다고 하잖아요.(웃음) 저는 그때 다 해보았거든요.

국토대장정에서 고비를 넘고 완주하면서 뇌교육 수업으로 배운 BOS법칙을 실제 경험으로 체득했어요. 스스로 선택하면 내가 이뤄낼 수 있는 힘이 있고, 내 시간과 공간은 내가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게 확 와 닿았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국토대장정만큼 힘들진 않아”라고 하게 되었죠. 그 성취경험이 대학입학을 위해 준비하면서 힘든 고비마다 일어설 힘이 되었어요.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훈련이 되었거든요.

▶ 벤자민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치과 기공소에서 교정기 틀을 만드는 일을 했어요. 벤자민학교에서는 3개월간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필수거든요. 그때 하루 4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3개월 간 120만원을 모았어요. 그 돈으로 부모님께 티셔츠를 사드리고 나머지는 진학 준비할 때 썼어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니 어디에서든 필요한 돈은 제가 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리고 ‘돈 버는 게 쉽지 않구나’ 알고 나니 저를 항상 지원해주고 믿고 기다려 주시는 부모님께 너무 감사했어요. 무엇보다 제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일본에 가서도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에요. 제 형도 미국 유학 중인데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들과 만나 생생하게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고요.

▶ 벤자민학교에서는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탐구를 했나요?

건축공학 쪽 관련 공부를 하고 도면설계를 위해 미술공부를 하면서 데생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제가 건축공학보다는 건축디자인 쪽에 관심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카메라를 들고 전주한옥마을, 경주, 범어사, 서울 탐방도 다녔죠. 특히 경주를 자주 갔는데 제가 당시 스케이트보드에 열광한 때라 평평한 길을 타고 달리면서 옛 건축물을 많이 봤어요.(웃음)

매우 비슷하면서도 각자 문화 환경에 따라 특색이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 건축에 관심이 있었는데 탐색을 하다 일본미술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교토조형예술대학에서 추구하는 게 정해진 틀 없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표현하는 자율적인 미술인 점이 좋았어요.

벤자민학교를 다니며 제가 달라진 게 또 있어요. 전에는 건축학과를 염두에 두고 이과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문과 쪽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경험해보니 건축과 사회, 역사, 문화가 별개가 아니더라고요. 건축을 ‘글이 없는 하나의 이야기’라고 부르는 이유도 알게 되었죠. 저는 대학에서 전공 외에도 다양한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최근에는 가구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 친구들은 도윤이의 선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친구들은 자신의 꿈을 아직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중학교 친구와 고등학교 1학년 친구가운데 대학에 간 친구들 중 휴학한 친구들이 많아요. 점수에 맞춰 대학과 과를 선택해서 진학했다가 자퇴해서 전과하기도 하고, 전과해도 맞지 않아 정리하겠다고 군대에 간 친구도 있고요. 심지어 수능시험을 잘 쳤는데도 시험 삼아 넣은 수시에 붙어서 원하지 않은 데를 갔다가 전과도 해보고 지금은 부사관이 된 친구도 있어요.

제게 가장 확실한 무기는 꿈을 찾았다는 겁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그 뒤에 자퇴를 할 때만해도 걱정스러워하거나 의아해하던 친구들도 이제 저를 보면서 확실한 꿈이 있다고 부러워해요. 제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고 공대 건축만 보고 진학했다면 친구들처럼 자퇴나 휴학, 편입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꿈이 확실히 생겼으니 부딪혀 볼 용기도 생깁니다.

▲ 이도윤 군이 한옥의 구조를 직접 디자인하고 설계해서 제작한 모형.<사진=이도윤 제공>


▶ 일본은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의 청년으로서 일본에서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고 싶습니까?

일본 친구들에게 우리나라 문화도 알려주고, 저도 일본문화를 배우며 서로 본받을 점을 공유하려고 해요. 잘못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해서는 서로 충분한 대화로 토론할 생각이구요. 한국과 일본으로 나라는 나뉘었지만 우리는 지구위에 함께 살아갈 지구시민이잖아요. 그리고 나만의 방식과 생각으로 건축과 가구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 벤자민학교 후배들에게,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1년 동안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계획을 잘 세워 활용하면, 자신에게 엄청난 스토리가 생깁니다. 학교 교실에서 알려주지 못하는 경험을 벤자민학교와 사회에서 배울 수 있고 시야가 굉장히 넓어집니다. 사회 경험을 하면서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을 이겨낼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 수 있죠. 저도 벤자민학교에서 체험으로 얻은 무기가 있습니다.

1년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합니다. 방황해 보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그 속에서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해보고 자신과 싸워보면서 체험한 것들로 인해 스스로 꿈을 찾고 용기를 내 선택할 수 있다면 꼭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벤자민학교를 선택할 겁니다. 

글= 강나리 기자  사진= 김경아 기자, 이도윤 제공  정리= 황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