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은 크고 작은 나라들로 구성된 연합국이었다. 천·지·인 사상을 바탕으로 하늘을 뜻하는 말한, 땅의 뜻인 불한, 하늘보다 높고 땅보다 큰 우주를 뜻하는 신한으로 나눠 통치했다. 이 체계를 삼한(三韓)이라 하며 ‘한’은 왕이란 뜻이다.
 한 나라 안에 대(大)단군이 다스리는 신한이 있고 말한, 불한이란 두 부왕이 있었다. 지역도 셋으로 구분하여 대 단군 신한과 두 부왕이 따로 머물며 통치했다. 그러다가 ‘한’은 왕과 지역을 함께 상징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한은 전체를 아우르는 대 단군으로서 그가 말한 지역을 다스리면 그곳이 신한이 되고 그곳을 통치하던 말한은 신한이 있던 지역으로 옮겨 통치했다. 그 체계로 2천여 년 간 전성기를 이어왔다. 그 지역을 통틀어 조선이라 불렀다.
 서기 전 4세기경의 단군시대 말엽은 서로가 영토 분쟁으로 다투었다. 불한의 제후로 있던 기씨(箕氏)가 신한의 왕인 대 단군 해씨(解氏)에게 반기를 들고 자신도 왕(신한)이라 칭했다. 천·지·인 체계가 무너져 세 한은 서로를 구별하기 위하여 신한이 통치하던 지역을 신조선, 말한을 말조선, 불한을 불조선이라 하고 각자가 한(왕)이라 불렀다. 신조선은 해씨로서 단군 왕검의 자손이고, 불조선은 기자(箕子)의 자손(기자 망명은 단군왕검 1220년 후인데 기준(箕準)이 불조선의 왕이 된 것은 BC 200년경이므로 신채호 선생은 기자조선 설을 부정하였다)이고, 말조선은 한씨(韓氏)의 자손이다.
 한편, 일반인들은 삼신설(三神說)에 의하여 하늘보다 높고 땅보다 큰 우주의 신격체로서 신한을 신앙해 왔으나 말, 불 양한이 반기를 들고 각기 신한이라 칭하자 힘만 있으면 나라를 세울 수도 있음을 알게 되어 삼신설, 즉 신인(神人)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자치촌, 자치계 등을 만들어 민중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조선 붕괴의 원인이다. 


2,000년간  안정된 연합국체계에서
서기 전 4세기 삼조선으로 분립되어


 이로써 여러 왕의 후예들은 조상 전래의 지위를 회복하려 하고, 민간의 효웅(사납고 용맹스러운 인물)들은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려고 세력 쟁탈을 일삼아 결국 열국 쟁웅의 시대가 되었다.
 신조선은 아사달(하얼빈)을 도읍으로 한 북부여, 갈사나(지금의 훈춘)를 중심으로 한 동부여, 남부여로 나뉘었다. 동부 여는 고구려의 대무신왕(大武神王)에게 파한 뒤 다시 갈사나지역의 동북부여와 남방의 신갈사나(지금의 함흥)를 건설한 남동부여로 갈라진다.
 불조선은 중국의 진(秦)과의 맹약으로 연을 멸망시키고 국경을 정하면서 지금의 헌우락 이남의 연안 수 백리 땅을 중립공지(中立空地)로 했으나, 기준이 왕이 되어 중립공지를 불조선 소유로 하고 헌우락을 국경으로 삼았다.
 서기 전 194년에 한(漢)에 반기를 들었다가 패한 위만(衛滿)이 불조선의 왕 기준에게 귀화를 요청하자 기준은 위만을 신임하여 박사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위만은 결사대를 만들어 기준을 습격하여 그 자리를 빼앗았다. 기준은 패한 후 월지국(月支國)으로 들어가 왕이 되었다.
 말조선의 처음 수도는 평양에 있었는데 후에 월지국으로 천도하였다가 남으로 쫓겨 온 불조선의 왕 기준에게 망하였다. 그 후 말조선의 고도 평양에서는 최씨(崔氏)가 주변의 25개국을 복속시켜 낙랑국(樂浪國)을 세웠다. 낙랑국은 한의 낙랑군(樂浪郡)과는 서로 다른 것으로서 지금의 평양에 세워진 나라 이름인데도 선유(先儒)들은 이를 혼동하였다.
 서기 전 190년경을 전후로 동·북 부여, 고구려가 분립하였고, 그 이하 모든 열국들도 같은 시기에 분립하여 북방의 나라가 수 천리 옮겨져 남방으로 온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신채호 선생은 ‘삼국사기는 고구려본기에서 동부여와 북부여를 구별하지 않고 신라본기에서도 크고 작은 다섯 가야를 구별하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삼조선 분립은 조선상고사에 있어 유일한 큰 사건인데도 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그 이전의 대 단군 왕검의 조선건국은 물론, 그 이후 동북부여·고구려·신라·백제 등의 문화발전 원인도 알 수 없게 된다고 하였다.
 중국의 기록을 보면, 사기(史記)의 조선전에 위만이 차지한 불조선만을 조선이라 썼고 신조선은 동호(東胡)라 칭하여 흉노전에 넣었다. 이제 사기 흉노전에서 잃어버린 사실을 캐내고 조선전과 위략이나 삼국지의 동이열전 기록을 교정하고 보충하여 신조선과 불조선의 역사를 찾고, 말조선은 중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중국사에 오른 것이 적으나 마한과 백제의 선대는 곧 말조선 말엽의 왕조이니, 이로써 삼조선(三朝鮮)이 나뉘어 갈라진 역사의 대강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박기봉 (비봉출판사 사장/ 조선상고사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