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 참성단, 단군이 쌓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성소
마니산 참성단, 단군이 쌓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성소
  • 글/사진=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18.01.1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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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유산을 거닐다- 강화도 마니산

평창 동계올림을 앞두고 성화봉송이 전국을 달구고 있다. 올림픽대회 성화는 그리스에 있는 고대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다. 여사제가 오목 스틸 거울에 태양광선을 비추어 채화한 성화가 우리나라에 봉송되어 동계 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평창을 향하고 있다. 올림픽 대회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자 큰 이벤트 중 하나가 성화봉송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체육행사 가운데 가장 대회인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성화채화와 봉송이 차지하는 상징과 의미가 매우 크다. 전국체전 성화는 강화도 마니산((摩尼山) 참성단((塹城壇)에서 칠선녀가 채화한다. 마니산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산으로 두악산(頭嶽山)이라고도 부르며, 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은 단군왕검(檀君王儉)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안정복은 《고려사》 지리지(地理志)를 인용하여 “마니산(摩尼山)의 참성단(塹城壇)은 세속에서 ‘단군이 하늘에 제사지내던 단이다.’ 하고, 전등산(傳燈山)은 일명 삼랑성(三郞城)인데, 세속에서 ‘단군이 세 아들을 시켜서 쌓은 것이다.’ 고 전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성소였기 왕조 시대 이곳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장소였다.

▲ 참성단. 마니산은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산으로 두악산(頭嶽山)이라고도 부르며, 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은 단군왕검(檀君王儉)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참성단 제례에 관해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것은 1264년(원종 5) 6월 고려 원종이 마리산참성(摩利山塹城)에서 초제(醮祭)를 지냈다는 기록이다. 초제는 성신(星辰)에게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초기에 소격서(昭格署)에서 마니산(摩尼山) 초제를 담당하였으나 중종 때 소격서가 격파되면서 국가차원의 제사도 폐지되었다.

마니산 참성단은 ‘민족의 성지’로 주목받은 것은 대일항쟁기 국권회복과 민족의 대동단결을 위해 민족의 시조로 단군을 재인식하면서였다. 광복 후 개천절이 부활되면서 참성단은 개천절 경축행사의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오늘날 강화도는 연륙되어 쉽게 갈 수 있다. 참성단 또한 등산로를 정비하여 가파른 곳에 계단을 만들어 편리하게 올라갈 수 있게 하였다.

 

2018년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7일 민족의 성지 강화도 참성단을 찾았다. 마니산 초입에는 ‘마니산의 유래’를 알리는 입간판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태종실록》태종실록의 기록을 이용하여 "마니산의 원래의 이름은 우두머리라는 뜻의 '두악(頭嶽)'으로 '마리'는 '머리'를 뜻하며, 민족의 머리로 상징되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러오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것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마니는 뭐고 마리는 뭔가? 마니산의 원래 이름은 우두머리의 뜻으로 ‘두악’ 또는 마리산(摩利山)이라고 하였다. 마리는 ‘머리’를 뜻한다. 머리산이다.  두악, 마리산은 잊고, 지금은 마니산으로 통용된다.

 

‘마니산의 유래’에는 “강화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높이가 472.1미터이며 사면이 급경사로 화강암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정상에는 단군이 쌓고 제사를 지냈다는 높이 6미터의 참성단(사적 제136호)이 있으며, 이곳에서 전국체육대회의 성화가 채화되며, 해마다 개천절에는 개천대제가 성대히 거행된다. 참성단내 소사나무는 수령이 150년이나 되고 높이가 4.8미터로 국가지정문화재 제502호로 지정되어 풍체좋게 지키고 있다.”고 소개한다. 등산로를 소개하고 인근 문화유적도 가보라고 은근하게 권한다.

▲ 전국체육대회 성화는 마니산 참성단에서 칠선녀가 채화하여 봉송한다.

“등산로는 계단로, 단군로, 함허동천능선로, 계곡로, 정수사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동쪽 기슭에는 함허동야영장과 신라 선덕여왕때 창건한 '정수사'가 자리하고 경내의 법당은 보물 제161호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마니산은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으며 전국에서 가장 기(氣)가 쎄다고 하여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마니산의 유래를 알고 올라가면 권필의 시가 우리를 맞이한다. 권필의 참성단이라는 시비를 인천파랑새산악회가 세웠다.

 

참성단

단군이 남긴 발자취는 이 옛 단 위에 머물러 있는지

분명코 해와 달이 그윽히 신선 있는 곳에 비취었을 거야

넓은 바람결에 갈매기는 깜박이고 천지는 끝이 어딜까

이 몸은 늙기만 하네 이 생명은 몇 차례나 돌아 볼 수 있으랴.

 

권필이라니, 석주 권필일까. 석주 권필(權韠, 1569~1612), 그는 광해군 때 뛰어난 시인으로 조정의 잘못된 일을 들을 때마다 시를 지어 조롱하곤 하였다. 이 때문에 버드나무를 읊은 절구(絶句) 한 수가 외척에게 저촉되어 미움을 받아 결국에는 시로 인한 사건에 연루되어 형을 받고 죽고 말았다. 《인조실록》 “그의 시는 격률(格律)이 맑고 어휘 구사가 정묘하여 근세에서 시가(詩家)의 상승(上乘)을 논할 때에는 반드시 그를 첫째로 거론한다.”고 하였다.

다시 올라가니 마리산산악회가 세운 조선 후기 문신 죽석 서영보의 시비가 있다.

 

참성단

 

만길이나 높은 곳에

현묘한 단을 쌓았는데

하늘가에 닿았고

가벼운 바람에

맑은 아지랑이는

그윽한 정을 끌어 올리네

망연히 앉아 초파리떼 헤아리니

우리 강토가 눈앞에 질펀하구나

 

이곳에 왔던 선인들과 함께 참성단으로 가는 듯하다. 길은 곧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계단로와 단군로. 단군로를 택하여 오른다. 단군로로 가면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예상하였다. 땅이 얼지 않고 질지 않으면서 먼지가 나지 않는다. 춥지 않으니 등산하기 참 좋다. 쉬지 않고 올라가니 땀이 나 겉옷을 벗어야 한다.

▲ 건너편에서 바라본 마니산 참성단.

30분 쯤 올라가니 쉼터가 나온다. 해발 117미터 되는 곳이다. 게시판이 맞이하는데 시를 써놓았다. 또 서영보의 시이다.

 

참성단

 

만길 현묘한 제단은 푸른 하늘에 닿았고

소슬바람 은근한 기운이 내 마음을 밝게 해 주네

망연히 앉아 나의 견문이 좁았음을 생각하느니

눈 아래 우리 강산이 평안하구나

 

시를 읽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마니산의 기를 받는다. 마음을 밝게 한다.

다시 발걸음을 서둘러 가니 웅녀계단이 나온다. ‘웅녀계단 2012년 8월 8일 강화군시설관리공단’라는 알림판이 계단 옆에 있다. 세 번째 계단부터 하나씩 ‘전국 제1의 명산 마니산’, ‘해발 472.1미터의 마니산’, ‘사적 135호 참성단’이라는 글을 화도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붙였다. 지역을 알리려는 애향심이 느껴진다. 웅녀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니 힘이 덜 든다. 조금 지쳐갈 무렵에 시 게시판이 나온다. 화남(華南) 고재형(高在亨, 1846~916)의 ‘마니산’ 시이다.

 

마니산 상상봉에 앉아 있으니 강화섬이

한 조각 배를 띄운 것 같으네

단군성조께서 돌로 쌓은 자취는

천지를 버티고 있으니

수만년 동안 물과 더불어 머물러 있네.

 

강화선비 고재형은 을사늑약 이듬해인 1906년 홀연히 강화섬 순례를 시작한다. 환갑의 화남은 섬을 돌며 보고 들은 감상을 칠언 절구 한시로 남긴다. 강화도의 마을 명소를 직접 방문하여 256수의 한시(漢詩)를 짓고는 마을의 유래와 풍광, 인물, 생활상을 설명한 산문을 곁들였다. 그것이《심도기행(沁都紀行)》이다. 심도는 강화도를 말한다. 화남은 마니산에 올라 ‘마니산’ 천재암(天齋庵), 성단청조(星壇淸眺), 망도서(望島嶼)를 제목으로 칠언 절구를 지고 깃든 사연을 적었다. 《심도기행(沁都紀行)》은 국역되어 강화군청 누리집(http://www.ganghwa.go.kr/open_content/history/sub/ebook.jsp)에서 볼 수 있다.

 

다시 산으로 올라가니 삼칠이계단이 나온다. 계단이 372개가 된다 하여 삼칠이계단이라는데 올려다보니 바로 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가파르다. 계단 앞에 쉼터가 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힘을 보충하여 계단을 올랐다. “당신은 해냈습니다. 정상이 눈앞에”, “당신은 소중한 사람 자! 힘을 내요” 화도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붙인 글귀에 위안이 된다. 멀리 보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라가니 끝이 보인다. 바다에 섬 시도(矢島), 그 너머로 웅진군이 보인다. 왼쪽으로 마니산 정상이 보여 이제 다 왔구나, 마음이 놓인다. 이제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려오는 사람이 더 많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참성단에 올랐다 내려오는 이들이다. 정상이 보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길이 얼어 빙판이나 다를 바 없어 발 디딜 곳을 확인하고 올라간다. 드디어 참성단의 돌단이 보인다.

소사나무, 참성단, 성화채화 화로를 눈으로 확인하였다. 지난해 1월 첫 일요일에 와서 보았는데, 감회가 새롭다. 세상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올렸을 단군의 모습을 떠올리니 온누리 모든 생명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홍익인간 이화세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참성단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강화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재형이 ‘성단청조(星壇淸眺: 참성단의 맑은 조망)이라는 시를 지을 만하다.

 

참성단 밝게 보여 멀지만 흐릿하지 않고,

동쪽은 산 남쪽은 호수, 서쪽은 바다라네.

오백 리 먼 거리가 두 눈에 들어올 듯하고,

저 멀리 기러기 돌아가는 곳 그림자는 높았다 낮아지네.

 

그가 “참성단의 맑은 조망 역시 강화부의 10경(景) 중의 하나이다. 이 단에 오르면 동서남 5백리의 땅이 모두 시야에 들어오며 환히 알 수 있다.”고 하였는데 둘러보니 그 말이 맞다.

 

고재형은 정상이 올라 서남쪽으로 강화부의 14개 섬이 바둑처럼 펼쳐진 것을 보고 ‘망도서(望島嶼, 섬들을 보다)’라는 시를 읊었다.

 

고개 돌려 서남쪽 보니 바다 넓게 펼쳐있고,

떠 있는 섬들도 모두다 우리 강토.

열 지은 별들이 하늘 밖으로 기우니,

점점이 늘어선 모습 한판의 바둑판 같구나.

 

참성단에서 나와 건너편으로 가니 마니산이라는 나무푯말이 있고 왼쪽에 ‘마니산 유래’ 간판이 맞이한다. 산 아래서 보았던 그 내용이다.

▲ 마니산의 원래 이름은 우두머리의 뜻으로 ‘두악’ 또는 마리산(摩利山)이라고 하였다. 마리는 ‘머리’를 뜻한다.

 

참성단에서 나와 건너편으로 가니 마니산이라는 나무푯말이 있고 왼쪽에 ‘마니산 유래’ 간판이 맞이한다. 산 아래서 보았던 그 내용이다. 날씨가 춥지 않아 예정했던 시간보다

오래 머물렀다. 내려오는 길은 계단로를 골랐다. 이름 그대로 거의 계단으로 이루어졌다. 

 

 해발 282미터 즈음에 시 게시판이 발길을 붙잡는다. 석주 권필의 시이다.

 

마니산

 

마니산은 높아 하늘에 꽂은 듯 하고 산 위엔 참성단이 있어 신선이 놀았다오
계곡에 꽃은 몇 겹이나 되는지 시냇가 소나무는 천년이 되었다네
봉우리는 뽀쪽하여 기세도 장하고 4월의 찬바람은 아직도
서남간은 훤히 터져 보이는 곳에 끝이지 만리길 바다엔 하늘만이 안고 있데

 

신선은 누구일까? 단군이 나중에 신선이 되어 참성단에서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권필의 시 원문은 '유마니산 용관등행운遊摩尼山 用觀燈行韻'이라는, '마니산(摩尼山)을 유람하며. 관등행(觀燈行)의 운자를 사용하다'는 시인데, 일부만 번역하여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자료를 보고 이해했다.    


마니산은 높아서 높이 하늘에 꽃혔나니 / 摩尼山高高揷天
그 위에는 요대가 있어 신선이 노닐도다 / 上有瑤臺遊羽仙
시냇가 꽃 햇살에 웃은 것은 몇 겹인가 / 溪花笑日知幾重
여울 가 솔은 세월 보낸 게 모두 천년일세 / 澗松閱世皆千年
높은 봉우리가 불쑥 솟아 기세가 웅장하니 / 危峯拔地氣勢雄
산꼭대기에는 사월에도 찬바람이 불도다 / 絶頂四月多寒風
서남쪽은 후련히 틔어 시야가 아득하니 / 西南軒豁眼力窮
만리 푸른 바다에 푸른 허공이 잠겼어라 / 碧海萬里涵靑空

 

시 전문을 보려고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시 제목을 검색하니 나온다.

 

발걸음이 편안하니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해발 228미터 지점에서  화암 유형석의 시가 반긴다.

 

눈덮힌 마니산

 

 천단은 잠자는 듯 옛 터전은 드문 것인데 신화는 계속하여 전해오는구나
험준한 길이니 남북으로 끊겨있고  영산은 변함없이 이제나 어제나 한결같아
만대에 걸친 백성은  번영하고 있지 우리나라의 성화는 빛나도다
아득한 옛일이니 줄곳 알고자하네 참성단은
오랜 궁궁이풀로 희미하게 보이는구나

 

강화사람 유형석은 겨울에 마니산을 올라 감회를 읊었다. 게시된 시에 맞춤법에 어긋나는 낱말이 눈에 들어온다. 눈덮힌은 눈덮인, 줄곳은 줄곧.  

 

도중에 ‘기를 받는 160계단’을 내려오며 마니산의 기를 온 몸으로 받았다. 강화도 마니산은 전국 제1의 생기처로 알려져 있다. 강화군시설관리공단은 ‘좋은 기(氣)를 마음껏 체험하세요“라고 게시판을 크게 세웠다. 산에 올라 체력을 기르고 단군의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뜻으로 심력을 키우고 몸과 마음이 정화되어 머리가 맑아지니 뇌력이 길러진다. 마니산 참성단, 자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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