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스피릿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창의성과 인성 중심의 교육을 바뀌는 시대에 살아갈 아이들이 미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고, 느린 탓에 걱정이 많았어요. 성격도 저를 닮아서인지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아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지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4기 최성진 군(17세)의 어머니 진은경 씨(50세, 소아과 의사)는 다른 친구들보다 다소 느린 성진이가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초·중학교 생활을 잘 마무리한 성진이었지만, 학업 경쟁이 치열한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장을 받는 것 외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 최성진 군의 어머니 진은경 씨 <사진=황현정 기자>

그러던 중 독서모임에서 《학력파괴자들》이라는 책을 접하게 된 진 씨는 저자인 정선주 작가를 만나기 위해 소규모 강연장을 찾았다. 강연 후 뒤풀이 시간에 용기를 내어 정 작가에게 상담을 요청한 진 씨는 정 작가가 멘토로 활약하는 국내최초 고교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학교를 알게 되었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이 아닌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학생들과 단합하며 자신감과 문제해결력 등 인성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벤자민학교의 시스템을 듣고 진 씨는 성진 군에게 학교를 소개했고, 성진 군은 기꺼이 선택했다.

건강이나 학업 등 여러 방면으로 약했던 성진이었기에 진 씨는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바빴다"라고 한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이에게 내 마음을 숨기고 스트레스나 상처 주지 않도록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가 말하지 않으면 아이가 절대 모를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 걱정과 근심을 아이도 느끼고 있었어요. 이를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가정에 변화를 주고자 벤자민학교를 선택했어요."

벤자민학교 입학 후 성진이의 변화는 놀라웠다. 그는 ▲아르바이트 ▲마라톤 ▲자전거 국토종주 ▲걸어서 강원도 바다 보러 가기 ▲글로벌 지구시민 캠프 등 다양한 도전 활동과 자신만의 벤자민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평발 등 육체적 한계를 극복한 성진이는 자신감, 성취감 등을 얻으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또한, 온·오프라인 수업, 직업체험활동, 워크숍 등 친구들과 협동하는 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 성진 군은 벤자민학교에서 자전거 국토종주(왼쪽), 걸어서 강원도 바다 보러가기(오른쪽) 등 육체적 한계를 도전하는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사진=진은경 제공>

성진이의 변화는 어머니가 생각을 바꾸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진 씨는 "초반에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몇달 동안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니까 불안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 속에서 친구들과 농담하고 소통하면서 진짜 인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더라고요. 정말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말을 실감했지요. 오히려 이제는 제가 성진이에게 배우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그때 늦게 온다고 나무랐다면 중요한 부분을 놓쳤겠지요?
 

 벤자민학교에 다닌 후 성진이의 표정도 많이 밝아졌어요. 예전에는 사람을 바라볼 때 눈을 피하는 등 부끄러워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많이 사라졌어요. 예전에도 저와 대화를 잘 하는 편이었지만, 엄마 말을 잘 들어주는 아이였지 자기 의견을 펼치진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능청과 애교를 섞어가며 의견 차이가 생겼을 때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소통의 기술이 생겼지요."라고 성진이의 변화로 인한 모자(母子)간 소통의 변화에 놀라워했다.

▲ 성진 군과 진은경 씨는 벤자민학교 입학 초기였던 지난 4월 함께 마라톤을 완주하며 한계 극복의 첫 단추를 꿰고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진은경 제공>

진 씨는 벤자민 학교에서 아이를 '기다려주는 법'을 배웠다고 전한다. 책이나 강의에서 아이를 교육하는 이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아이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며 기다림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로 인해 진 씨는 성진이에게 믿음이 생겼고, 성진이는 이제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자연 속에서 튼튼한 거목으로 자랄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벤자민학교 4기 최성진 군(왼쪽)과 어머니 진은경 씨(오른쪽)가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진은경 제공>

그는 부모세대와 다른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자기 스스로 질문하며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벤자민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인정하면서 모두 함께 헤쳐나가야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을 세상 속에서 배우게 돼요. 일등만이 최고가 아닌 학교이기 때문이지요. 현재 대한민국은 무한경쟁, 흑백논리, 이분법 등으로 세상을 나누며 각자가 옳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서로 비난하고 분열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이들이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불리한 조건을 가진 성진이었지만, 지금은 이를 극복하면서 그것이 아이의 이야기나 경력이 되었어요. 성진이가 조금 더 성숙해지면 그때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혹은 좌절한 청년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저도 함께 옆에서 응원하며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