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백강(민족문화연구원장)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역사를 보는 시각은 항상 자국을 중요시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역사를 인식하는 견해차가 있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부여,삼한,고구려,백제,신라로 이어지는 역사가 고조선의 근원임에도 그 명확한 사실이 설정되지 않은 우리로선 자존심과 자긍심이 바닥까지 낮아졌다.
 일본은 그들 시조의 사당을 20년마다 새로 짓는다. 사당을 짓는 자재도 "신목"이라고 해서 별도로 심어 키운 목재만 사용한다. 이런 행사를 통해 일본은 국민들에게 나라사랑과 민족사랑을 키운다. 일본시조야말로 신화다. 신공황후의 허구설화는 물론 게이콘 천황과 야마또 등은 권력을 위해 비겁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으나 일본 교과서에선 영웅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중국 시조는 황제다. "사기"는 치우를 전쟁주의자로 묘사했지만, 오히려 탁록은 배달국지역으로 치우영역을 침범한 황제가 전쟁주의자이다. 중국 초기 역사부터가 이러하듯 역대 황제들 중에서 가장 정치를 잘 했다는 당태종도 형과 동생을 죽이고 집권했다. 배반과 살해, 뇌물, 협박으로 점철된 중국 역사지만 모두 미화되어 위대함만 가득하다. 자기민족의 뿌리에 대한 정신이 얼마나 투철한가를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증할만한 사료가 "삼국사기" 뿐이다. 고조선에서 나온 부여의 후손인 고구려를 세웠고 고구려유민이 발핼를 세웠건만 이 책에는 고조선역사에 대해 어떠한 사실이나 설명도 언급하지 않고 부여는 물론 발해도 기록하지 않않아 영토가 압록강 이남으로 축소되고 민족의 시원도 끊겼다. 일본이나 중국이 그들 역사를 허위로라도 확장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스스로 축소한 것이다.
 민족정체성이 없는 민족은 아류의식에 젖어 자긍심과 자부심이 없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스로 은폐한 기록일망정 삼국사기에 "조선의 유민이 신라를 세웠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 우리 역사의 출발을 고조선으로 한 것이다.
 그 고조선을 멸하고 한사군을 세웠다하니 한사군의 낙랑군 위치를 밝히며 고조선의 강역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중요한 한사군의 위치에 대해 우리 나라는 아직 통일된 정론 없이 사람들은 평양의 대동강부근만 생각한다.
 지명은 보통 그 지역의 산이나 물 이름에서 따기 마련이다. "낙랑"이란 이름도 그 지역을 총칭하는 산하에서 지었다. 한서지리지 외, 중국사서와 지도를 비교한 결과 서요하 상류가 현재 시라무렌강이라 불리지만 한 무제 당시는 북쪼에서 흐르는 물은 "요락수"라 부르고 남쪽 다릉하 지역을 흐르는 강은 "백랑수"라 불렀다. 바로 이 요락수와 백랑수에서 본 따 "낙랑"이라 한 것이다.
 따라서 낙랑의 정확한 위치는 현재 내몽고자치구의 적봉시와 요녕성 부신시와 조양시 그리고 하북성의 숭덕시 당산시 등 발해만의 요하지역 일대이다.


 현재 내몽고 자치구 시라무렌강과 대릉하 지역의 강이름에서 "낙랑" 이름 지어


 이 요하지역이 조선의 발생지로서 한민족의 터전이다 그 증거는 한민족의 시원지이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에서부터 따듯한 곳을 찾아오는 민족이동로를 봐도 맞고 태양을 숭배하는 민족을 뜻하는 "조선(朝鮮)" 이름으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지역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지대로 남쪽 만리장성에 이르기까지 험산준령(險山峻嶺)이 없는 평야다. 넓게 "펼쳐진" "펴라"에서 평양이 나왔고 밝은 뜻의 양간, 조양도 조선과 같은 뜻이다.
 적봉시 부근의 조양(朝陽)시는 수천 년간 조양이란 이름을 고수해 왔다. 밝은, 붉은 뜻의 밝달 민족의 박달임금은 한자로 "단군(檀君)"이고 홍산(紅山)도 붉은(밝은)산, 태백산 역시 밝은 산이다.
 내몽고의 붉은 화강암으로 된 홍산에서 한 나라 건국에 걸맞은 대형 제단과 조상을 모시는 사당 터, 왕릉에 견줄만한 무덤, 부속 부장품 등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물론 그것들도 증거가 된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증명은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하면서 역사 사실을 밝히는데 인용했다는 "산해경"이 있다. 「朝鮮列陽東 海北山南 列陽屬燕」이란 기록이다. "조선은 열양의 동쪽이고 바다 북쪽, 유려산 남쪽에 있으며 열양은 연나라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인정하면서 그가 인용한 산해경을 우리나라 학계는 믿지 않고 있는 신정이다.
 중국은 예로부터 화하족은 높이고 동이족은 낮추며 한민족의 영토를 축소시키려 무진 애를 썼다. 지금은 한술 더 떠 한민족의 역사를 아예 화하족의 역사 속에 집어넣어 조상과 문화, 영토까지 모두 포함시키는 동북공정이 진행 중이다. 이 역사를 빼앗는 총성 없는 전쟁이 일본의 창씨개명과 무엇이 다른가.
 동북공정의 3대목표가 국가(국토) 통일, 민족 단결, 변강안정이다. 그 뜻은 압록강 이남까지 중국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겠다는 의미로 우리 역사를 파괴하는 행위다.
 그러나 그 동북공정은 우리 국민에게 역사의식을 고취시켜 역사를 재정립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 누가 보더라도 공평하게 중국 자체의 역사서에서 동북공정을 단번에 깰 수 있는 답이 나온 것이다. 바로 고조선의 위치에 대한 새 학설, 요락수와 백랑수에 근거한 "요서 낙랑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