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스피릿은 앞으로의 대한민국, 나아가 지구를 이끌어 갈 주역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격려하고자 벤자민갭이어 청년들을 매주 목요일마다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27살, 남들처럼 직장도 가져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 새로운 출발을 맞이하는 시점에 교사라는 한 길만 보고 달려온 이수지 씨(서울)는 자신이 원하던 교사와 실제 교사와의 괴리감을 느꼈다. 교사가 되기 위해 2년 동안 준비했던 임용고시를 두 번 실패했다. 교재에서 나온 학교생활과 교육으로 경험한 실제 수업은 전혀 달랐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좌절감을 맛보았다. 자신이 '인생의 실패자'가 아닌지 생각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 자신만 덩그러니 멈춰있는 느낌을 받았다.

▲ 벤자민갭이어 이수지 씨 <사진=황현정 기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길 간절히 원했던 시점에 수지 씨는 청년들을 위한 꿈의 1년, 벤자민갭이어를 만났다. '도전, 가치, 창조'라는 슬로건이 마음에 들었던 그는 주저 없이 자신을 위한 1년을 투자했다. 벤자민갭이어 입학 후 수지 씨는 서울 강북 지역 청년들과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그중에서 ▲바자회 ▲번지점프 ▲강사 활동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꼽았다.

"첫 번째로 바자회는 서울 강북 지역 벤자민갭이어 청년들과 처음으로 계획을 짜서 한 단체 활동이에요. 음식이나 옷, EM 비누 등을 준비해서 판 돈으로 뉴질랜드 여행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지요. 그런데 하면서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 갈등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바자회 전날까지 준비된 것이 없었어요. 당일 아침에 겨우 차를 빌리고 짐을 옮기고 포스터 준비를 하고…. 근데 이 작업을 저와 벤자민갭이어 지역 회장님 둘이서 거의 다 했어요. 그래서 하는 내내 힘들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도 했지요. 바자회가 끝나고 혼자 펑펑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끝나고 보니까 바자회에서 팔 물품들을 모으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분들에게 응원의 말을 들으면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물품을 팔면서도 많은 분을 만났고요. 바자회를 할 때는 나 혼자 다 했다는 생각에 힘들었는데 돌아보니 물품을 기부해주신 분들, 와서 구매해주신 분들, 홍보해주신 분들 등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지요.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또 청년들과 서로 모여 각자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것이 성장의 첫 단추를 끼운 활동인 것 같아요. 

▲ 바자회는 수지 씨가 벤자민갭이어 서울 강북 지역 청년들과 처음으로 함께 한 단체 활동이었다. 바자회를 통해 수지 씨와 청년들은 자기 자신의 몰랐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성장의 첫 단추를 꿸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이수지 제공>

두 번째 번지점프는 제 한계를 극복했던 활동이었어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너무 무섭고 긴장되었는데 못 뛰면 후회할 것 같아 눈감고 한 번에 뛰었어요. 하고 나니까 왜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모를 만큼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허무하기까지 했지요. 이를 통해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두렵다는 생각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 수지 씨는 번지점프를 통해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두려움에 맞서 한계를 넘는 경험을 했다.(위) 번지점프 뛰기 전 환하게 웃고 있는 이수지 씨(가장 왼쪽)와 벤자민갭이어 청년들 (아래) 번지점프를 멋지게 뛴 이수지 씨 <사진=이수지 제공>

세 번째로 강사 활동은 지구시민운동연합을 통해 다녀온 친환경 보조강사 활동과 주 강사로 다녀온 세계시민수업이에요. 둘 다 중학생 대상으로 했는데 아이들에게 지구시민의식이라는 뜻깊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오히려 제가 더 지구시민으로서 의식이 커지는 것을 느꼈어요. 아이들에게 지구시민의식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지구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자각하게 되고 제가 먼저 자각하니까 아이들에게 진심을 전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예전에 교사를 준비할 때는 아이들과 아무리 소통하고 싶어도 지식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니까 가르치기에만 급급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의식은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 제가 아무리 알려줘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지 않고 스스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지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교사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지식전달이 아니라 이런 의미 있는 정신을 알려주고 싶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 수지 씨는 중학생 대상으로 한 친환경 강사와 세계시민 강사 활동을 통해 자신이 되고 싶었던 교사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정립하고, 지구시민 의식을 전달하며 자신 또한 지구시민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사진=이수지 제공>

수지 씨는 벤자민갭이어에 입학하기 전 자신이 가진 기준과 관념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 동안 지역 학습관, 벤자민갭이어 워크숍 등에서 다양한 체험활동, 뇌교육 기반 프로그램, 멘토 특강 등을 하며 '나만 생각하는 사람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더불어 끈기와 성실 등 인성 덕목도 기르게 되었다. 

현재 고등학생 대상으로 국어 과외를 하는 그는 벤자민갭이어를 하면서 과외를 하는 태도도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내가 가르쳐야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요. 그래서 부담을 많이 느꼈고 과외수업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 성적이 어떻든 자기 스스로 목표를 정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공부보다는 상담을 더 많이 해줘요.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니까 마음을 여는 것이 보여요. 나이와 상관없이 이 친구와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아요. 가만히 보면 정말 순수하고 사랑스러워서 아이들이 스스로 그것을 알 수 있게 칭찬해주지요.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해요. (웃음)"

수지 씨는 벤자민갭이어에서 이러한 변화를 겪을 수 있는 이유로 용기를 주는 주변 사람들과 직접 자신이 계획한 것을 바로 할 수 있는 환경이 특별하다고 말한다.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모임이나 프로그램이 있지만, 어느 곳도 제가 가진 색안경을 벗기가 쉽지 않아요. 자신이 가진 습관과 기준으로 활동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벤자민갭이어에서는 싫든 좋든 평소에 안 해본 것들을 체험하며 자신이 가진 틀을 깨게 해주어요. 또한, 동기부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신이 못한다고 생각한 것을 해내면서 그것을 경험하고 용기를 얻어요. 주변 사람들은 평가하지 않고 응원하고 지지해주지요. 무엇보다 나를 돌아볼 수 해주는 것 같아요. 내가 아는 나는 정말 작은 나였는데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러면서 더 큰 내가 되는 것을 느껴요."

▲ 이수지 씨는 벤자민갭이어에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비전이 생겼다. <사진=황현정 기자>

벤자민갭이어에서 제2의 인생을 맞이했다는 수지 씨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진짜 자신을 보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할 것을 다짐했다. 이어 그가 벤자민갭이어에서 지구시민의식을 통해 자신을 사랑할 용기를 얻었듯 앞으로 강사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지구시민의식을 전달할 계획이다. 

끝으로 수지 씨는 청년들에게 "자기 자신이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왔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인생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한 것,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분명 못 보고 지나친 것이 있을 거예요.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