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절반 가까운 27년 동안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아내에게만 맡겨 놓았고, 사업한다고 아침부터 한밤까지 나다니며 삼남매를 혼자 키우다시피 한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번 건네지 못했어. 미안한 거 투성이지, 뭐!”

▲ 이기석(83) 할아버지와 김정중(82) 할머니 부부는 힐링투게더로 서로 겨드랑이 극천혈을 풀어주는 운동을 하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기석 (83) 할아버지는 부인 김정중(82) 할머니에 대한 미안함부터 털어놓았다. 일본강점기, 6‧25 동란을 겪은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에 그런 일이 다반사였다. 이제 결혼 56년을 맞은 노년의 부부는 지금 원앙이 따로 없다.

“매일 함께 운동하고, 댄스도 배우고. 오늘처럼 국학원에서 홍익정신도 배우고 역사도 배우러 다니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서로 할 말이 더 많아. 부부금슬 좋으려면 운동을 함께하라고 권하고 싶어.” 김정중 할머니의 말이다.

▲ 추석 전 서대문구 무악정 국학기공 수련장에서 만난 이기석 김정중 부부(왼쪽)과 체육의 날 행사에서 국학기공시범단으로 나온 부부가 푸시업을 하는 모습(오른쪽)

서울국학원에서 매주 열리는 강사교육장에서 이들 부부를 만나기 전 기자는 이들 부부를 두 번 마주쳤다. 올해 추석연휴 전 서대문구 안산에 있는 무악정 국학기공 새벽공원 수련장을 찾았을 때였다. 백발의 두 부부가 유난히 활기차고 얼굴이 밝아 차후 인터뷰를 약속했다. 그 후 10월 15일 체육의 날, 시민단체에서 하는 120세 건강캠페인 장에서도 기공시범단으로 참여한 이들을 만났다. 푸시 업을 직접 시연하면서도 환한 미소가 눈길을 끌어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다.

▲ 서로 배꼽에 힐링투게더를 마주대고 배꼽힐링 운동을 하는 노부부.


이정우 서울국학원 교육국장은 “성실하고 집중력이 뛰어나시다. 지난 4년간 매주 목요일 빠짐없이 출석해 개근이다”라며 두 분을 소개했다. 국학기공 강사인 이기석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우리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는 국학강사 자격증을 갖췄고, 김정중 할머니는 거기에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하나 더 땄다고 한다.

▲ 매주 목요일 부부는 서울국학원 강사양성교육을 받는다. 앞쪽엘 앉은 김정중 할머니와 뒷줄에 앉은 이기석 할아버지(왼쪽). 수업이 끝나고 서울국학원 이정우 강사에게 질문하는 부부의 모습.(오른쪽)

노부부는 강의를 듣고 난 교육장에서 귀가하기 전 두 분만의 운동을 했다. 노란색 힐링투게더를 겨드랑이에 끼고 서로 밀고 당겼다. “겨드랑이에는 에너지가 많이 정체되는 극천혈이 있어서 이렇게 자극하면 좋다”며 흐뭇하게 마주보았다.

이어 배꼽에 힐링투게더를 마주 대고 배꼽힐링을 하던 이기석 할아버지는 아내의 장을 풀어주겠다고 나섰다. 힐링투게더로 방아처럼 배꼽과 주변을 눌러주니 할머니는 “묵직하게 꾹꾹 눌러주니 더 시원하네요. 금방 (화장실)소식이 온다.(웃음)”고 했다.

▲ 이기석 할아버지가 아내의 장을 풀어주는 모습.

경복궁 인근에 사는 부부는 서울국학원을 나와 담쟁이 넝쿨도 붉게 물들어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등 뒤에 힐링투게더를 가로 걸쳐 척추를 자극하면서 걷던 김정중 할머니는 “이렇게 하면 저절로 등도 펴지고 가슴이 활짝 열린다.”며 “살아가면서 매 순간 순간 건강할 수 있는 선택이 있다.”고 조언했다. “국학기공을 수련하면서 나는 당뇨약을 끊고 고혈압 약은 줄였는데, 이 양반은 고혈압 약까지 끊었다.”고 자랑했다.

김 할머니는 “이 나이에 침을 한 번도 맞아보지 않았어. 주변에 보면 무릎이 안 좋아서 매일 한의원가서 침 맞는 일이 일상인 친구들이 상당히 많지. 병원 안 가고 이것(국학기공, 배꼽힐링 등)만이 나의 살 길이라고 생각하니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 귀가길 척추를 펴고 가슴을 열어주는 운동을 하며 걷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답다.

“어머니 아버지처럼 살고 싶어요” 자식들의 롤 모델이 되는 노부부

국학기공 수련을 언제부터 했는지 묻자, 김 할머니는 “처음 무악정 새벽공원 수련장을 내가 먼저 가고 남편보고 같이 가자고 해서 벌써 10년이 넘었다. 추석, 설 빼고는 매일 새벽 6시에 안산에 올라 수련을 한다. 그 다음에 주민 센터에서 하는 라인댄스, 스포츠댄스반도 같이 가자고 했다.”고 답했다. 이기석 할아버지는 “스포츠댄스 부부반이 개설되었는데 남자가 별로 없어서 몇 달간 청일점이었지”라며 크게 웃었다.

자녀들은 이들 부부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 할아버지는 “가끔 우리 부부가 기공대회에 출전한 모습을 SNS 문자로 보내주면, 아들, 딸, 며느리, 손자들이 ‘존경한다. 멋지다.’며 너도 나도 응원을 보낸다. 아들, 며느리들이 ‘나중에 어머님 아버님처럼 살 겁니다.’라고 종종 이야기하더라.”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김 할머니는 “자식들한테 롤 모델이라는 소리 듣는 게 어디야.(웃음) 복지관 주민센터를 가도 사람들이 왕언니라며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그래”라고 했다.

▲ 귀가길 경복궁 한쪽 공원을 찾은 노부부가 풍차돌리기 체조로 몸을 풀고, 서로 도와 단련하는 모습.

 

생각은 유연하게, 호기심 많고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어르신들

이기석 할아버지가 SNS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감탄하니, “궁금한 게 있으면 손자들에게 물어보지. 그럴 때는 ‘선생님’이라고 해. 내가 잘 모르는 걸 알려주니 선생님이지.”라고 했다. 생각이 유연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잘 늙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

경복궁 한쪽 넓은 공원에 마주선 두 부부는 서로 관절을 풀어주는 풍차돌리기 체조를 하고, 힐링투게더를 활용해 서로 몸을 풀고 단련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기자가 “지하철 안에서 어르신들을 보면 두 분처럼 환한 표정인 분들이 별로 없다.”고 하자, 이기석 할아버지는 “맞는 말이지. 대부분 불퉁하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우울증에 빠진 얼굴이야. 하고 싶은 꿈이 있고, 할 일이 있으면 그렇지 않을 텐데….”라고 했다.

그럼 이들 부부의 꿈은 무엇일까? “우리 부부가 이렇게 건강하니 아무래도 100살은 훨씬 넘게 살 것 같아. 소규모로 준비하는 일이 있는데 돈을 많이 벌려고 해.”라는 이기석 할아버지는 그 이유가 젊었을 때 사업해서 힘들었던 한恨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 "척추를 강하고 바르게!" 힐링투게더로 척추를 자극하는 운동을 하는 노부부.

“국학을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 홍익정신을 알리는 일을 하려면 정말 많은 자금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국학원이 NGO이다보니 넉넉하지 못한 것 같아. 내가 자금을 지원하고 싶어”라는 할아버지의 선언에 할머니는 넉넉한 미소로 답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인구절벽을 걱정하며, 노인 인구를 부담으로만 여기는 문화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노년 시절을 떠올릴 때 가난과 외로움뿐이라면 누구도 결혼과 출산의 꿈을 쉽게 꾸지 못한다.

스스로 건강을 자급자족하고, 활발하게 사회에서 지혜를 나눠주는 역할을 맡으며, 인생을 완성해갈 새로운 꿈을 이루어가는 이들 부부에게서 진정한 희망을 본다. 하얗게 센 깨끗한 백발과 환한 웃음으로 주름살마저 아름다운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건강방망이 힐링투게더를 메고 집으로 향했다. 

▲ 두 부부의 건강방망이 힐링투게더를 메고 귀가하는 이기석 할아버지와 김정중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