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문명에 관한 연구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단기 4350년 개천절을 맞아 10월 3일 사단법인 현정회가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요하문명의 발견과 중국학계의 대응'이라는 강연에서 우실하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1970년대말에서 1980년대초 중국의 장성 밖 요서 지역에서 중원문화보다 시기상 앞서고 발달된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고고학문화가 속속 확인되었고, 1995년 중국학자 곽대순(郭大順)은 이를 '요하문명(遼河文明)으로 명명하였다.

▲ 현정회가 3일 개최한 개천절 대제전 학술세미나에서 우실하 한국항공대 교수는 요하문명 관련 중화인민공화국 학자들이 최근 주장하는 입장이 정리되면 (1) 우리 민족의 선조인 단군, 웅녀, 주몽, 해모수 등은 모두 한족의 시조라는 황제의 후예가 되고, (2)우리의 상고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방계 역사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사진=우실하>

 우실하 교수는 중국학계에서는 (1) 요하문명의 주도세력이 한족(漢族) 혹은 화하족(華夏族)의 조상인 황제족(黃帝族)으로 보기 시작했고 (2)한족의 조상인 황제족이 건설한 요하문명이 '중화문명의 발상지'의 하나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3) 요하문명 지역에서 기원한 후대의 소수민족은 모두 황제족의 후예이며 이들의 고대 역사는 모두 '중국 역사'라는 새로운 논지를 확립하고, (4)이를 확정하기 위해서 1995년부터 5년 단위의 각종 역사 관련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중화인민공화국 학자들이 최근 주장하는 입장이 정리되면 (1) 우리 민족의 선조인 단군, 웅녀, 주몽, 해모수 등은 모두 한족의 시조라는 황제의 후예가 되고, (2)우리의 상고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방계 역사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우리 학계가 요하문명이 우리와 상관없다고 연구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현행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검정 역사교과서 대부분이 '비파형동검' 등이 분포하는 요하문명 지역을 포함한 만주 일대를 '고조선 영역', '고조선의 문화권', '고조선의 세력 범위' 등으로 보고 있다. 역사 교과서에 제시된 '고조선 문화권' 또는 '고조선 세력 범위' 관련 지도에는 분명히 요서 지역 즉 요하문명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요서지역을 '고조선 문화권/지역/영역/세력범위' 등으로 인정하면서 이 지역에서 새롭게 발견된 요하문명이 우리와 상관 없다고 연구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요하문명에 관한 연구는 (1)식민사학과 주류사학과의 갈등이나, (2)재야사학과 주류사학과의 갈등 문제 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새로 발견된 요하문명이 우리 상고사, 고대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연구하는 것은 학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우 교수의 주장이다. 

중국학계는 요하문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그들의 상고사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 지역이 고조선의 강역, 영향권, 문화권 운운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하문명'이 발견되면서 중국은 동북아시아의 상고사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국가가 주도하여 진행되었고, 진행 중인 (1)하상주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1996~2000), (2)동북공정(東北工程:2002~2007), (3)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 : 2004~2015) (4)국사수정공정(國史修訂工程 : 2010~2013) (5)중화문명전파(선전)공정(中華文明傳播(宣傳)工程: 준비중) 순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역사 관련 공정은 모두 통일적다국민국가론(統一的多民族國家論)을 이론적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 교수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의 핵심은 (1) 현재의 중국 국경 안에 있는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의 일원이고, (2) 그들이 이룩한 역사는 모두 중국사의 일부라는 것이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새로 발견된 요하문명에 관한 연구는 요하문명의 흔적이 (1)서남쪽으로는 중원지역과 이어지고, (2) 동남쪽으로는 한반도와 이어진다. 나는 요하문명 지역을 중심으로 서남쪽과 동남쪽으로 갈라지는 'A자형 문화 벨트'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요하문명을 'A자형 문화 벨트'의 시각으로 보고 '동북아 공통의 시원문명'으로 인식하고, 한중일몽골이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할 때, (1)요하문명이 한중일몽골 공통의 문명적 기반이라는 인식을 확산할 수 있고, (2)각 국가 간의 많은 갈등을 해결하고 동북아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으며, (3)미래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으로 동북아시아가 거듭 나는 '동방 르네상스'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단법인 현정회가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는 송혜경 한국의 정신과 문화알리기회 상임이사가 '천문학과 홍익정신'을 주제로,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 원장이 '고대사에서 찾아보는 개천절'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한편 이에 앞서 서울 종로구 사직단 단군성전에서는 개천절 대제전이 개최되었다.  이날 대제전은 시민과 외국인 1,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단법인 현정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특별시, 종로구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