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상달이 돌아오고 있다. 한 해 땀의 결정체인 오곡 백과가 무르익으니 자연과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는 가장 높고 거룩한 달이다. 4350년의 그달, 초사흘에 국조 단군왕검께서는 나라를 여시니 곧 아침 해처럼 밝은 단군 조선이다. 그 나라의 건극(建極)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홍익인간 이화세계이다. 그러나 그 어떤 개인, 민족, 나라, 종교, 철학도 도달해야 할 위대하고 거룩한 경세철학이자 인간 완성의 목표이다. 오래되었으니 진부하다고 하지 말자. 또 홍익인간 타령이냐고 볼멘소리도 하지 말자. 사랑도 자비도 인도 한마디로 홍익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 수 없다. 날마다 새롭고 해마다 그리운 건국이념이다.

▲ 그림=원암 장영주.

 

이승만 상해 임시정부 대통령은 단군께서 태어나신 날을 기리는 어천절 기념식 석상에서 찬송사를 통해 단군 황조의 뜻을 계승하겠다고 다음처럼 간곡히 다짐한다.

 

“우리 황조는 거룩하시사 크시며 임금이시며 스승이셨다. 하물며 그 핏줄을 이으며 그 가르침을 받아온 우리 배달민족이리오. 오늘을 맞아 기쁘고 고마운 가운데 두렵고 죄 많음을 더욱 느끼도다. 나아가라신 본뜻이며 고로 어라신 깊은 사랑을 어찌 잊을 손가. 불초한 승만은 이를 본받아 큰 짐을 메이고 연약하나마 모으며 나아가 한배의 끼치심을 빛내고 즐기고자 하나이다.”

 

이승만의 뒤를 이은 박은식은 물론이요, 다음의 상해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이 된 석주 이상룡도 단군의 정신을 위해 삶과 죽음을 관통한다. 석주는 이미 고령이 되었음에도 새로 태어날 손녀를 일본 국민이 되게 할 수 없다는 의지로 결단을 내린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안동의 99칸 임청각과 만석 재산을 모두 팔아 살을 에는 엄동설한임에도 대 가족을 이끌고 단군의 터전이었던 만주로 떠난 것이다. 그곳에서 경학사를 세우고 신흥무관학교를 건립한다. 이상룡은 『대동역사(大東歷史)』를 집필하여 신흥무관학교의 교재로 쓰면서 국사 교육에 집중하였다. 바른 역사관이 군사훈련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 역시 단군의 위대한 뜻을 잘 아시고 상해임시정부를 이끌어 가셨다. 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독립된 조국이 문화강국이 되기를 꿈꾸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이 정신은 살수대첩(AD 610년)의 을지문덕 장군의 ‘홍익인간의 수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행의) 중요함은 날마다 재세이화하고 전수경도하여 홍익인간을 생각함에 있다.”

을지문덕 장군보다 2,500 여 년 전 제 11세 단군 도해(道奚, B.C. 1891년 즉위)께서 홍익인간이 되어야 함을 가슴에 아로새겨 절대로 잊지 말라고 염표문을 지어 내려주신다.

'하늘은 끝없이 잔잔하니 그 길은 두루 크게 원만하고 그 일은 진실함으로써 하나가 됨이요, 땅은 모아서 저장하니 그 길은 크게 하늘을 따라 원만하니 부지런함으로써 하나가 됨이요, 사람은 지능으로 큼으로써 그 길은 원만함을 선택함으로 화합으로써 하나가 됨이다. 그러므로 마음속 깊이 하느님이 임하시니 본성과 통하여 빛나고 세상을 진리로 되살리는 홍익인간이 되어야 하니라'.

그보다 약 2,000년 전인 기원전 3898년에 신시 배달국을 건국한 거발한 환웅께서도 홍익인간을 건국의 목표로 하셨다. ‘하느님께서 참마음을 내려 주신 바에 따라 사람의 본성은 본래 하느님의 광명에 통해 있으니 세상을 다스려 깨우치는 홍익인간이 될지어다.’

 

이처럼 홍익인간의 철학은 최소한 5,900년을 이어오면서 우리의 얼이 되고 문화가 되고 있다. 나라의 위대한 전통이 끊이지 않고 흘러오매 위급할 때마다 단군조선의 건국이념으로 하나 되어 다시 일어 설 수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광복’이라고 이름하였다. 지금 우리는 그 정신을 잃어 가고 있고, 중국은 동북공정을 완성함으로써 시진핑이 트럼프를 향해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는 망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광복절에 문재인 대통령이 ‘임청각’의 숭고한 뜻을 이야기하였다. 늦은 감이 있으나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이제는 대통령이 개천절 경축식장에서 직접 축사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과 한민족은 거룩하고 위대한 단군 건국의 전통을 이어서 지구촌에 홍익으로 이바지할 존재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몸소 보여주어야 한다.

바라는 마음 오직, 가득 할 뿐이다.

 

국학원 상임고문, 한민족 원로회의 원로 위원, 화가,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