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는 대륙의 끝자락 반도의 역사가 아니라 해양과 대륙을 유기적으로 경영하던 해륙국가의 역사이다. 우리 역사를 해륙사관의 관점으로 전환하고 21세기 해륙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한민족원로회(의장 이수성)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동국대 윤명철 교수를 초청해 ‘한민족-바다를 지배하다’를 주제로 제23차 한민족미래포럼을 개최했다.

▲ 지난 20일, 한민족원로회(의장 이수성)가 개최한 제23차 한민족미래포럼에서 동국대 윤명철 교수는 '한민족-바다를 지배하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윤명철 교수는 우리 역사학이 그동안 육지, 그것도 한반도라는 한정된 시각과 통념에 사로잡혀 해양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배제했음을 지적했다. 또한 사람과 물자의 교류, 갈등과 연대의 공간이 되었던 해양을 포함한 해륙사관의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재해석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현재 동북아 정세와 미래 국가 발전적 측면에서 조명했다.

그는 “육지위주의 질서로 볼 때 우리는 지리적으로 주변부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 역사의 무대는 한반도를 중심축으로 한 동아지중해(EastAsian-mediterranean-sea)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전제했다.

윤 교수는 “우리 민족은 해양활동이 활발했다. 해양활동을 통해 국가발전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는 고구려이며, 우리의 역사영역은 대륙과 한반도 그리고 해양을 포함한다.”며 신라와 발해, 고려까지 그 근거가 되는 기록과 지리, 기후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논거를 제시했다.

▲ 고려시대 동아지중해 무역항로. <자료=윤명철 교수>

윤명철 교수는 “광개토태왕이 전개한 22년간의 군사작전을 분석하면 당시 국가발전전략을 역으로 추적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이 세계의 코어(중심축), 중국이 아시아의 코어가 되는 국가전략을 추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개토태왕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코어(중심축) 역할을 하고자 전략적으로 중요한 목(穴, 核)을 장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개토태왕과 장수왕에 거쳐 100년 간 국제질서를 재편한 것이다. 당시 중국은 남북조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었는데 고구려의 중핵조정 역할로 말미암아 동아시아는 공존과 평화의 구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동아지중해에서 무역관계에서 물류의 허브, 문화의 인터체인지 역할을 한 것이 고구려라고 본다.”

또한 윤 교수는 현재 막대한 해양자원 문제, 경제 군사적 목적, 향후 국가발전전략과 맞물려 동아시아 11개 지역에서 해양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한‧일간 독도, 한‧중간 이어도, 한‧러 간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 중‧일간 센카쿠 즉 댜오위다오, 일‧러 간 북방 4개 도서(남쿠릴 4개 섬) 분쟁 등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국가전략의 캐치프레이즈는 ‘중국몽中國夢’이다. 중국 내부는 물론 외부로 육상 실크로드와 동아시아 바다 전역을 무대로 한 해상 실크로드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해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러시아도 푸틴 재선이후 신동방정책(New Silkrord 운동)을 추진하는데 우리와 직결된다.”

▲ 동국대 윤명철 교수가 강연한 제23차 한민족미래포럼에는 우리나라 각계 원로들이 참여했다.

윤 교수는 “역사학은 미래학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가 중요하며 과거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위기에 처해있다. 문명전환기에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한 집단의 미래가 결정지어지는 혼란한 시대에 역사학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진다.”며 “우리 역사학의 내용과 의미는 물론, 연구방법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명철 교수는 고구려사와 동아시아 해양사를 전공하고, 2010년까지 우리나라와 중국, 연해주 등 우리 역사가 펼쳐진 해양과 대륙을 직접 항해‧답사했으며, 유라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연구를 하는 대표적인 역사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