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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칼럼] 우리가 남겨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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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6  00:22:53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  k-spirit@naver.com
   
▲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오랜만에 귀국하여 한국에서 하는 일기예보를 볼 때면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는 다른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일기예보 때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 주는 것이다. “매우 나쁨”인 날에 밖에 나가면 금세 눈이 아프고 목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낀다.

 

2000년 이후 한중일 환경과학원이 10년간 공동으로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미세먼지 중 30~50%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분석되었고, 2013년 이후부터는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오염도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석탄 의존도가 70%가량인 중국의 가속하는 산업화로 인해 미세먼지가 국경을 초월해서 주변 국가의 대기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인간의 생명 원천은 자연인데, 자연이 병들면 당연히 인간도 병들 수밖에 없다. 이미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간의 질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코넬대학 생태ㆍ농업과학 데이비드 피멘텔 교수와 코넬대학원 팀은 인구증가, 영양실조 및 다양한 환경오염이 인간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120개 이상의 논문을 연구한 결과, 전 세계 사망률의 40%는 수질, 공기, 그리고 토양오염으로 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구 환경이 건강해지지 않고서는 인류가 120살의 수명을 누린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차드는 깨끗한 식수 부족과 질병, 영양실조 등으로 기대수명이 49세밖에 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더 크게는 지구환경을 개선하고 보살피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환경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것이고 머지않아 인간의 삶은 존속하기조차 어렵게 될 것이다.

 

지구 환경 회복을 위해서 이제 성공이라는 가치를 넘어서 완성이라는 가치를 향해 가야 한다. 자연은 성공을 위해 개발하고 착취할 대상일 뿐이라는 물질주의를 바탕으로 한 분리의식이 환경을 해치고 환경에 무관심하게 만든다. 세상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세상의 모든 것은 공기로, 물로, 바람으로, 햇빛으로 연결되어 있다. 국경에 아무리 높은 장벽을 쌓는다고 해도 에너지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한 나라를 잘 살게 하겠다고 높은 장벽을 치고 많은 규제를 해도, 옆의 나라들이 가난하고 불행하면 그 영향은 다 시 그 나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내가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는 책을 쓴 이유 중의 하나는, 60세 이후의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는, 또 앞으로 살아가야 할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가 인생의 후반기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다.

 

인류가 계속 외형적인 확장만을 생각하며 지구를 파괴하고 동료 인간과 다른 생명체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살아간다면, 늘어난 인류의 수명이 지구에 축복이라고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 세대 중의 연장자이자 깨어난 어르신으로서 자신뿐만 아니라 지구와 인류 전체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책임이 노년 세대에게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지구시민정신을 알려왔다. 이 정신의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우리는 특정 국가나 인종, 종교의 구성원이기에 앞서 지구의 시민이기 때문에 지구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피부 색깔이 다르고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어도 우리를 모두 하나로 이어주는 공통분모는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함께 살고 있는 하나의 인류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한 연설에서 세계시민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반가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저커버그처럼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리더가 지구시민정신을 널리 알리고 글로벌한 연대를 만들어간다면 분명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시민 생활을 잘 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신의 삶에 주인의식과 희망을 품는 것이다. 자신에게 믿음이 부족한 사람은 당연히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도 믿음과 희망을 품기 어렵고, 지구에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문제를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 리더나 전문가가 알아서 하겠지’하고 수동적인 생각을 하거나 ‘누가 뭐를 해도 이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자연과 하나임을 느끼고 진짜 내 삶의 주인이 되면, 이 지구와 인류의 문제가 곧 나 자신의 문제라는 절실함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지구와 다른 생명들에게 어떤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려는 마음을 내게 된다. 각자가 자기 자신의 희망이 될 때 우리는 지구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의 삶에 새로운 길이 열릴 때, 이 지구와 인류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린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생명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한 마음을 생활 속에서 드러내고 실천하는 것이 지구시민의 생활이다. 내 생명의 근원이 자연이고, 내가 온 곳도 돌아갈 곳도 자연이라는 인식, 그러한 자연을 잘 보존하다가 고이 후손에게 물려주고 가자는 의식과 실천이야말로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사려 깊은 책임감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값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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