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마사하루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이하 오키마사하루 평화자료관)이 지난 23일부터 26일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배우는 역사여행'을 주제로 ▲경복궁 명성황후 시해현장 ▲천안독립기념관 ▲유관순 기념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위안부 수요집회 ▲탑골공원 방문 ▲(사)우리역사바로알기 등의 일정을 진행했다.

이번 방문에는 사키야마 노보루 사무국장과 일본의 전·현직 역사교사, 교수 6명, 대학생 2명으로 총 9명의 일본인이 참석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한 23일, 일본대사관 앞 평화소녀상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참여했다. 대학생인 히라야무 군은 "위안부 수요집회에 많은 젊은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라고 전했다.

24일에는 우리역사 바로알기 사무실에서 역사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일본인들은 일본의 학교와 사회에서 가르치지 않는 역사의 진실을 마주했다. 이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관심 두지 않는 일본 교육과 사회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일본에서 유일하게 위안부 내용이 기술된 역사 교과서를 우리역사바로알기에 기증했다.

▲ 오키마사하루 나가사키 평화자료관과 우리역사바로알기 역사 간담회에 참석한 일본인들과 우리역사바로알기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제공>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시마타 마오 양은 간담회를 통해 "역사에 관심이 없었는데,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가해의 역사를 알고 놀랐다"라며 "서로 역사를 알고 화해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역사 교사인 쿠니다케 마사코 씨는 "이번 방문 동안 역사를 배우는 자세를 보편적 가치로 인식하는 한국인에 크게 감동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교사들은 "우리역사바로알기 강사들과의 간담회가 더 의미 있는 것은 미래의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위치에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기법의 강의를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 일본의 교육 방식이 너무 정체되어 있음을 느끼며, 다양한 교육안을 만들지 못하고 넓은 역사의식을 심어주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기회였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리역사바로알기 강사들 역시 "일본이라고 하면 반성을 모르고 항상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자국의 가해 역사를 반성하고 바로 알리려는 의지를 갖고 봉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번 오카마사하루 평화자료관과 우리역사바로알기의 만남은 2017년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역사NGO세계대회에 참석한 오카마사하루 평화자료관의 기무라히데토 씨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당시 우리역사바로알기가 풀뿌리 역사대화 워크숍에서 '국사를 넘어 동아시아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듣고,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넘어 공존의 내용에 감명받아 대화를 요청했다.

기무라히데토 씨는 소설 '군함도'를 읽고 일본의 가해역사를 알게 되어 평화자료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그는 3~4년 전부터 자료관을 방문한 한국인들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 일본의 역사 활동가들과 대화하고자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는 "가끔 일본의 가해 역사를 해설하는 자신을 보며 어느 나라 사람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우리역사바로알기 이성민 이사장은 "우리는 모두 국가, 종교, 인종 등의 관념을 넘어 동양평화와 지구시민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오카마사하루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은 1995년 인권운동가였던 오카마사하루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는 피폭자들에 대한 인권운동을 벌이던 중 조선인들의 피폭 문제를 접하게 되었고, 일본 정부의 자국민 중심 보상정책에 부당함을 느껴 '재일조선인인권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후 조선인 피폭자 조사 과정에서 일본의 강제노동 참상을 접하며 전쟁범죄를 밝히는 활동을 하다 1994년 생을 마감했다.

오카마사하루 평화자료관은 이러한 오카마사하루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일본의 과거 행위와 전후의 무책임성을 밝히며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와 보상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곳에는 ▲강제연행과 강제노동 ▲일본의 조선과 중국 침략 ▲군함도 ▲일본군 위안부 ▲남경학살 ▲전후보상 등 일본의 전쟁 범죄를 전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