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과잉에서 자연으로의 회귀'가 수양의 화두로 등장한 요즘, 자연 회귀의 지름길로 '한국형 수양 다도'의 모형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25일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학위(한국철학 전공)를 받는 최성민 씨(전남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는 '한국 수양다도(修養茶道)의 모색'이라는 학위 논문에서, 한국의 차는 신라 때 당나라에서 수양론인 '다도'와 함께 유입되어 조선 ·후기까지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의 '다부(茶賦)'와 초의(草衣, 1786~1866)선사의 '동다송(東茶頌)'에서 성(誠)과 경(敬)의 다도정신 표출과 함께 수양의 기능을 발휘했으나, 이후 상업주의에 매몰돼 '수양다도'로서의 기능은 무시되고 일반 음료수의 반열에서 서양 음료수와 경쟁하게 됨으로써 정체성을 잃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 최성민 씨 박사학위 논문 '한국 수양다도의 모색' 표지. <사진=정유철 기자>

 

최성민 씨는 오늘날 한국 차에 관한 대중의 인식은 물론이고, 차인들의 이해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다도’를 차를 만들고 우려내서 마시는 ‘방법’ 또는 ‘형식’으로 오해하고 있는 현상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방법이나 형식은 ‘다도’가 아니라는 것.

그는 이를 한 차원 낮은 ‘다법’이며, 다법은 다도, 즉 수양에 이르기 위한 중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국의 다도는 중간 과정인 형식만 있고 최종 목표인 ‘다도 수양’은 실정된 본말전도의 기형이라는 것이다.

 

최성민 씨는 또 한국 차계에서 한국의 다도정신으로 ‘중정(中正)’을 채택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중정은 송대(宋代) ‘성즉리(性卽理)’를 주장한 정이천이나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지적처럼 결과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이지 실행(實行) 실사(實事)의 수양의 내용을 나타내는 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동다송’에서의 ‘중정’은 찻물에 과부족이 없는 적정량의 차를 넣어(中) 차탕에 다신(茶神, 곧 차의 향기와 기운)이 정상적으로(正) 발현된 상태(中正)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행동’이나 ‘사고’의 과정이 아닌 결과적 ‘상태’를 다도정신으로 삼는 데는 한국 차문화의 왜곡과 쇠락에서 기인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최성민 씨는 ‘다도’를 수양론으로 볼 때 ‘한국의 다도정신’은 차를 따서 만들고 우려서 마시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공부론’으로서 작동되는 성(誠)과 경(經)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의 차가 다시 제 기능을 발휘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차의 뛰어난 특성인 ‘수양다도’로서 면모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동다송’과 ‘다부’에서 각각 ‘채다~포법’의 ‘과정’ 및 ‘음다’의 ‘경지’를 취합하여 ‘한국형 수양다도’의 모형을 제시하였다. 그는 인간의 자연으로부터의 일탈이 갖가지 사회적 심리적 장애를 초래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형 수양다도는 인간의 자연 회귀를 위한 ‘과정’과 ‘목적지’를 아울러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형 수양다도에서 차에 의한 수양은 유불도의 수양론인 기론(氣論)에 의거하고 있다. 즉 그는 ‘채다~포법’의 과정에서 차의 기(氣)에 해당하는 다신(茶神, 즉 차의 향기와 기운)을 보전하여 차탕에 재현해 내기 위해 정성(誠)과 주의(敬)를 기울이고, ‘음다의 경지’에서는 몸에 이입된 다신을 통해 우주·자연의 기(氣)와 전일화됨으로써 우주·자연의 본연(誠)과 나의 본성(誠)의 동질성을 확인함으로써 자연합일의 즐거움(得道)을 갖게 된다.

 

그는 오늘날 인간의 득도란 석가, 공자, 노·장이 일찍이 이루어낸 득도의 내용인 공(空), 인(仁),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되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자연의 진수인 차야말로 선각자들의 깨달음인 자연의 이법을 인간에게 가장 잘 전해주는 매체라고 설명한다.

최씨는 전남 곡성에서 ‘산절로야생다원’을 운영하며 20년 동안 제다(製茶)와 다도 연구를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