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천적으로 뼈가 형성이 덜 된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그리고 한쪽 무릎에는 연골이 없어 습관이 되듯 탈골이 일어나 무릎에 못을 박았다. 게다가 평발이다. 그런 나에게 국토대장정은 큰 도전이었다.
 

▲ 몸이 약한 나에게는 국토대장정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대장정을 출발하는 당일까지도 고민을 했다. ‘같이 가는 친구들에게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나의 불편한 점을 핑계 삼아 숨어버린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면서 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거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계를 극복하여 완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평발인 나는 첫날부터 힘들었고 둘째 날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것 같아 온 몸이 무거웠다. 분명 같은 거리를 같이 걷고 있는데, 친구들이 나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자꾸 뒤처지고 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져갔다. 눈앞에서 친구들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 뒤처지는 나를 계속해서 챙겨주는 친구들이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면서 버려질 것 같아서, 그리고 앞으로 살면서 이런 차이 때문에 좌절할까봐 두렵고 무서웠다. 따라가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자신감은 사라지고 나를 잃어갈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한계를 극복하려 이곳에 왔는데 왜 다른 이들의 한계에 맞추어 도전하는 걸까?’

이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자꾸 뒤처지는 나를 버리지 않고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고맙고 미안하기만 했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나는 매일 친구들에게 “내일은 정말 못 걷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파스를 뿌리고 진통제를 먹고 양말을 두 겹으로 신고 걸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 팀 이름인 ‘사이다(사이좋게 이루자 다함께)’가 나에게 실감나게 다가왔다. 목적지를 향해서 걸어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틀고 신나게 춤을 추거나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걸어가기도 했다. 그게 무슨 감정이든 나에게 필요한 감정이었다. 그 감정이 나를 성장시켰다. 울면서, 화내면서, 또 투덜거리면서 걷는 나의 모습. 이런 모습을 그동안 내 모습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내가 아니길 바란 것 같다.
 

▲ 날씨가 더운 탓에 몸이 금방 지쳤고 심적으로도 매우 힘들었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고통이 찾아올수록 더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 부정적인 모습들이 내 모습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인정하자 남들과 비교해서 나를 낮추지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이미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했다. 나는 어느덧 선두에서 뒤처지지 않고 걷고 있었다.
 

▲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리는 짐을 풀고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대장정을 하는 동안 부정적인 마음으로 걷던 나였기에 마지막 날에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 없이 30km를 걷기로 결심했다. 친구들을 챙기면서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파이팅 넘치는 말과 함께 걷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기를 낮추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할 뿐이다.

내가 다니는 벤자민학교에서는 뇌를 활용하는 B.O.S(Brain operaitng System. 뇌운영체계)법칙을 배운다. 그 중에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국토대장정을 망설이다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끝까지 함께한 좋은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선택했기에 이루어냈고 성장했다.
 

▲ 아무리 힘들어도 드넓은 동해바다를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청춘에게 도전은 선물이고, 젊음은 도구이며, 고민은 사치이다

첫째 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열 걸음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서 완주는 불가능할거라고 생각한 나의 모습은 대장정이 끝날 무렵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장정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남들과 다르니까, 약하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결코 약하지 않고 모든 것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처음 국토대장정에 도전할 때 주위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그 다리로 가능하겠어?’, ‘더운 날씨에 괜찮겠어?’, ‘왜 사서 고생을 해?’ 등. 내가 그 말을 다시 듣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팀의 구호가 ‘도전하는 청춘’이다. 이 다리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더운 날씨를 피하려 했다면, 또 이것이 고생이라고 생각했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했기에 이루었고 이루었기에 성장했다.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도전하기에는 우리는 아직 젊은 청춘이다. 청춘에게 도전은 선물이고 젊음은 도구이며 고민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힘든 도전일수록 더 찾아서 하고, 더 나은 나를 위해서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청춘이기에 우리에게 진짜 힘이 되는 건 정성스런 걱정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응원이다. 앞으로도  많은 것에 도전하여 꾸준히 성장하는 이강희로 거듭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