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천적으로 뼈가 형성이 덜 된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그리고 한쪽 무릎에는 연골이 없어 습관이 되듯 탈골이 일어나 무릎에 못을 박았다. 게다가 평발이다. 그런 나에게 국토대장정은 큰 도전이었다.
대장정을 출발하는 당일까지도 고민을 했다. ‘같이 가는 친구들에게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나의 불편한 점을 핑계 삼아 숨어버린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면서 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거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계를 극복하여 완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평발인 나는 첫날부터 힘들었고 둘째 날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것 같아 온 몸이 무거웠다. 분명 같은 거리를 같이 걷고 있는데, 친구들이 나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자꾸 뒤처지고 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져갔다. 눈앞에서 친구들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면서 버려질 것 같아서, 그리고 앞으로 살면서 이런 차이 때문에 좌절할까봐 두렵고 무서웠다. 따라가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자신감은 사라지고 나를 잃어갈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한계를 극복하려 이곳에 왔는데 왜 다른 이들의 한계에 맞추어 도전하는 걸까?’
이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자꾸 뒤처지는 나를 버리지 않고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고맙고 미안하기만 했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나는 매일 친구들에게 “내일은 정말 못 걷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파스를 뿌리고 진통제를 먹고 양말을 두 겹으로 신고 걸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 팀 이름인 ‘사이다(사이좋게 이루자 다함께)’가 나에게 실감나게 다가왔다. 목적지를 향해서 걸어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틀고 신나게 춤을 추거나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걸어가기도 했다. 그게 무슨 감정이든 나에게 필요한 감정이었다. 그 감정이 나를 성장시켰다. 울면서, 화내면서, 또 투덜거리면서 걷는 나의 모습. 이런 모습을 그동안 내 모습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내가 아니길 바란 것 같다.
고통이 찾아올수록 더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 부정적인 모습들이 내 모습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인정하자 남들과 비교해서 나를 낮추지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이미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했다. 나는 어느덧 선두에서 뒤처지지 않고 걷고 있었다.
대장정을 하는 동안 부정적인 마음으로 걷던 나였기에 마지막 날에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 없이 30km를 걷기로 결심했다. 친구들을 챙기면서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파이팅 넘치는 말과 함께 걷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기를 낮추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할 뿐이다.
내가 다니는 벤자민학교에서는 뇌를 활용하는 B.O.S(Brain operaitng System. 뇌운영체계)법칙을 배운다. 그 중에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국토대장정을 망설이다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끝까지 함께한 좋은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선택했기에 이루어냈고 성장했다.
청춘에게 도전은 선물이고, 젊음은 도구이며, 고민은 사치이다
첫째 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열 걸음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서 완주는 불가능할거라고 생각한 나의 모습은 대장정이 끝날 무렵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장정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남들과 다르니까, 약하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결코 약하지 않고 모든 것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처음 국토대장정에 도전할 때 주위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그 다리로 가능하겠어?’, ‘더운 날씨에 괜찮겠어?’, ‘왜 사서 고생을 해?’ 등. 내가 그 말을 다시 듣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팀의 구호가 ‘도전하는 청춘’이다. 이 다리로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더운 날씨를 피하려 했다면, 또 이것이 고생이라고 생각했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했기에 이루었고 이루었기에 성장했다.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도전하기에는 우리는 아직 젊은 청춘이다. 청춘에게 도전은 선물이고 젊음은 도구이며 고민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힘든 도전일수록 더 찾아서 하고, 더 나은 나를 위해서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청춘이기에 우리에게 진짜 힘이 되는 건 정성스런 걱정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응원이다. 앞으로도 많은 것에 도전하여 꾸준히 성장하는 이강희로 거듭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