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가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스펙을 쌓아도 취업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사라진 니트족(NEET, Not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되어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경험 있는 성인남녀 743명을 대상으로 '취업 무기력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7%가 취업 무기력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무기력감, 회의감, 피로감, 의욕 저하 등의 증세를 나타내는 '무기력증'은 비단 취준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나친 업무량과 복잡한 대인관계로 인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직장인들이 많다. 또한,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열대야증후군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나 또한 최근 직장인으로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고, 무기력하고 의욕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많은 고민들로 스트레스가 쌓였다. 이런 나의 삶에 동기 부여가 필요했던 찰나에 지난 4일부터 6일 충남 천안 국학원에서 복잡한 고민과 체력적인 한계를 털어낼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바로 지구시민청년연합(Young Earth Citizen Organization, 이하 YECO)가 주최한 제30회 하계 YECO 지구시민 청춘캠프이다. '20대 신생아, 철들면 끝장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캠프에 나는 기자가 아닌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 제30회 하계 YECO 캠프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충남 천안 국학원에서 열렸다. <사진=지구시민청년연합>

나를 지배하는 수치심 극복.. 자신에게 솔직해져라!

누군가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혹은 "학교 성적이 어떻게 되니?"라고 물었을 때 머뭇거리거나 움츠러든 경험이 있는가?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누군가 나이를 물었을 때 이 사람이 어리다고 나를 무시하진 않을까 조바심 낸 적이 있다. 이렇듯 어떤 정보를 받을때 자기 자신이 뭔가 부족하고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존재 자체로까지 뿌리 깊게 내면화 된 것이 바로 '수치심(Shame)'이다. 

첫째 날 첫 강연의 강사로 나선 김도현 소통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수치심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솔직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짝퉁인생, 무장해제-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 소통연구소 김도현 소장은 "수치심을 극복하고 싶다면 내면에 집중해 자신에게 솔직해져라"고 조언했다. <사진=지구시민청년연합>

김 소장은 "우리는 어떤 경우에 수치심을 느낄까?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비교 ▲의존·고립 ▲경쟁 ▲자기비난 ▲외모 ▲가까운 사이에서 ▲숨기고 싶은 모습을 들켰을 때 ▲경제력 ▲SEX 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하찮은 걸로 징징대지 마라!", "그게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나무랐을 때 우리는 기쁨, 슬픔 등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눈치를 봐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감정의 억압으로 발전하고 억누를수록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이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조차 수치스러워 하게 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내면'을 보는 것이다. 수치심의 해독제는 공감이다. 나 자신에게 '내가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괜찮아 알아줄게'라고 말해보자.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라. 건강하지 못한 수치심은 아무리 많은 성과를 내도 치유될 수 없다. 오직 자신의 존재에 대한 수용과 사랑이 그 답이다"라고 조언했다.

김 소장의 강의를 듣는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나 역시 내면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너무 많은 포장지를 씌웠던 것을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또는, 사랑 받기 위해 감정을 제어하고 가면을 쓰진 않았을까. 그리고 이것이 현대인들의 현실이 아닐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노력하는가? 사회의 요구에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 제30회 하계 YECO캠프에 참여한 청년들이 김도현 소장의 강의를 들으며 공감하고 있다. <사진=지구시민청년연합>

잘 놀아라! 우리는 잘 놀 때 하나가 된다!

지역, 외모, 성격, 직업 등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는 다양한 청년들이 모였다. 낯선 공간에서 나와 다른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그 공기마저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방법은 바로 '춤'과 '게임'이다. 

둘째 날, 청년들은 지역별로 모여 가수 싸이의 신곡 New Face를 주제로 팀댄스를 만들었다.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신선하고 재밌는 안무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직접 춰보기도 한다. 누군가 리더가 되어 대형을 짜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적극 반영해서 댄스를 완성한다. 창의력, 리더십, 배려심, 협동심이 모두 필요한 시간이다. 그 모든 것이 잘 갖춰졌을 때 멋진 무대를 펼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춤과는 거리가 먼, 이른바 '몸치'였던 나도 이 순간만큼은 팀원들과 하나 되어 열심히 춤 동작을 익혔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스가 풀리고 웃음이 난다. 그 덕분일까 내가 속한 강원지역은 팀댄싱에서 1등을 차지했다.

▲ 싸이의 New Face를 주제곡으로 한 팀댄싱에서 1위를 차지한 강원팀이 창작 팀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지구시민청년연합>

이후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따가운 햇볕이 내리 쬐는 시간, 청년들은 잔디밭에 모였다. 잠깐 방심한 사이 물줄기가 머리 위로 떨어진다. 하계 YECO 캠프의 꽃, 포스트게임과 워터댄스 시간이다. 

물을 활용한 즐거운 게임으로 청년들은 팀워크를 다지고, 다른 팀과 정정당당히 경쟁하며 스포츠 정신을 느낀다. 또한, 살수차가 뿌려주는 시원한 물줄기와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는 워터댄스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동안 사회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 제30회 하계 YECO 캠프에 참여한 청년들이 포스트게임을 하며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있다. <사진=지구시민청년연합>

 

▲ 제30회 하계 YECO 캠프에 참여한 청년들이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워터댄스를 즐기고 있다. <사진=지구시민청년연합>

사회, 직장, 가정 속에서 현실의 다양한 문제에 부딪혀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청년들에게 YECO 캠프는 찌든 삶을 씻겨주는 활력소가 아니었을까? 캠프의 주제처럼 마치 신생아로 돌아간 듯 순수하게 웃는 청년들을 보며 어느덧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낀다. 이 순간만큼은 어느 회사의 직원, 어느 학교의 학생이 아닌 '나'로서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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