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한 시대이다. 그런데 친자매보다 더 자주 만나고,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인생의 친구가 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고,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 준다는 최혜경(55) 씨와 최행심(49) 씨.

▲ 서울 홍제동 안산자락길 전망대에 올라온 최혜경 씨(왼쪽)와 최행심 씨는 친자매 이상의 정을 쌓아가는 사이로, 속 깊은 이야기를 서로 전했다.

늦은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아파트, 수원에 업무 차 갔다가 점심을 거른 혜경 씨를 위해 행심 씨가 상을 차렸다. 풋고추에 쌈장, 김치찌개, 단출한 상이지만 “꿀맛이 따로 없다”며 식사를 마친 혜경 씨가 오후 산책을 제안했다. 행심 씨 집 뒤로는 인왕산과 북한산을 따라 걷는 안산자락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노란색 힐링투게더를 하나씩 들고 나선 그들을 따라갔다. 아직 햇볕이 누그러지기 전이라 땀이 쏟아지는데, 평소 자주 오른다는 두 사람은 쉽게 올랐다. 산길을 올라 나무 데크길에는 의병과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명판이 곳곳에 있었다. 이 길은 의병과 연관된 유적과 독립운동가가 고초를 겪었던 옛 서대문형무소로 연결되어 있다. 산길을 오르던 두 사람은 벤치에서 마주보고 힐링투게더로 체조를 하며 몸을 개운하게 풀고 배꼽힐링을 했다.

▲ 늦은 점심을 마친 최혜경 씨(왼쪽)와 함께 노란색 힐링투게더를 들고 동네 뒷산인 안산 자락길을 다정하게 오르는 최행심 씨.

혜경 씨가 “요즘 더 활력이 넘치네요.”라고 하자, 행심 씨는 “정말 힘이 많이 생기고 단단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집안 행사를 치르거나 시댁 한번 다녀오면 며칠씩 눕고 했는데. 지금은 바빠도 잘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혜경 씨는 나이가 어려도 행심 씨에게 말을 놓지 않았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굉장히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어서 ‘아, 나도 저렇게 마음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돼요. 정말 따뜻해서 엄마 같다고 할까.”라며 웃었다.

그는 “우리 나이가 보통 갱년기라고 하잖아요. 나는 폐경이 되는 과정인데, 요즘은 완경이라고 하죠. 가끔 몸과 마음이 ‘옛날 같지 않구나’ 느낄 때가 있어요. 남들은 우울하고 엄청 힘들어하던데, 나는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가는 게 ‘명상수련 덕분이다. 다행이다’ 생각해요. 어때요?”

행심 씨는 “저도 완경이 시작되는 조짐은 있는데 그리 힘들지 않으니 잊어버리게 되요. 바쁘게 지내다 보니 준비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못 해봤어요. 나중에 언니에게 상담할게요.(웃음)”

혜경 씨는 갱년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페루에서는 여자들이 오히려 이 시기를 기다린대요. 젊을 때는 불경하다고 부족의 의사결정 회의에도 끼워주지 않고 노동을 엄청 많이 하는데, 완경을 지나면 회의에도 참석하게 하고 사회 일원으로서 귀한 대접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축하할 일인 거죠. 그러다 보니 보통 말하는 갱년기 증상이 없다고 해요, 당연한 노화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 것 같죠?” 행심 씨는 “정말 그러네요.(웃음) 딸아이 초경처럼 축하해 줘야할 일이네요.”라고 동조했다.

▲ 힐링투게더로 풍차돌리기 체조를 한 두 사람은 "팔, 어깨, 허리, 옆구리 다 자극된다." "정말 다 시원하다"며 즐겼다.

안산 자락길 전망대에 오르니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두 개의 힐링투게더로 서로 밀고 당기며 체조를 했다. 풍차돌리기 체조를 하던 그들은 “이야~ 이건 처음 했는데 팔과 어깨, 허리와 옆구리가 막 자극되네요.” “우와~ 시원해요. 이제 서로 뒤돌아서서 온몸 늘리기를 해봐요. 이것도 좋죠?”라고 했다.

서로 격려하며 신나게 체조를 마친 그들은 안산자락길 전망대 벤치에 앉았다. 지금은 어딘가 닮아 보이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꽤 어색했다고 한다.

행심 씨는 12년 전 첫 만남에 대해 “매월 열리는 명상문화코스에 참석하러 지방에 가야했는데, 서울역에서 한 분이 기다릴 테니 함께 오라고 했죠. 표를 끊고 딸이랑 기다리다 만났는데, 언니의 첫인상이 ‘좀 다가가기 어렵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요즘 말하는 차도녀였어요.(웃음) 그러다보니 딸하고만 이야기하면서 갔어요.”라고 기억했다.

혜경 씨는 “(와하하) 맞아요. 아마 내가 고맙다 이런 말도 없이 다짜고짜 ‘몇 시 차죠?’라고 물었을 거예요. 오랫동안 영업조직에서 사람들을 관리했는데 사람을 대할 때 좀 사무적인 면이 있었어요. 마음을 쉽게 열지 않고. 내가 본 행심 씨는 정말 단아하고 예뻤어요. 다가가고 싶긴 한데 어색했죠.”

한 달에 한 번 이상 기차와 버스로 함께 여행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명상수련의 소감도 나누면서 친해졌다. 뇌교육 강사활동과 지구시민 NGO활동을 함께 하면서 지금은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한다고 한다.

행심 씨가 엄마 껌딱지인 딸 지수가 사춘기여서 고민할 때도 제일 먼저 찾은 것이 혜경 씨였다. “제 언니들이 부산과 목포에 있는데 자주 만나지 못하죠. 누군가에게 속을 터놓고 대화하고 도움도 받고 싶을 때 가족이 생각나잖아요. 그럴 때면 혜경 언니가 막 달려와 주죠. 언니가 아이들을 아주 잘 키우셨어요. 인성도 바르고 따뜻하게. 인생 선배로서 아이 키울 때 상담하면 ‘괜찮다’고 위로해줄 때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많이 생겨요. 제 딸 지수에게는 큰 엄마고, 저에게는 언니 같은 존재죠.”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두 사람은 서로 자녀의 입학이나 졸업, 취직 등을 함께 축하하고 챙기는 사이다. 솜씨 좋은 혜경 씨가 맛있는 반찬도 해다 주고, 먹고 싶다면 닭볶음도 해준다고.

▲ 최행심 씨(왼쪽)와 최혜경 씨는 산책 중 힐링투게더로 배꼽힐링을 하면서 서로 건강의 챙겼다.

혜경 씨는 “선도 명상수련을 할 때 보면 행심 씨가 마음의 중심이 굳건하고 순수함과 열정이 가득해서 나에게 멘토가 되고 길잡이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지난해 행심 씨가 뇌활용 전문 트레이너인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을 취득하자, 곧이어 다음 시험에 혜경 씨도 응시해서 자격을 땄다.

작년 정년퇴직을 한 혜경 씨는 한 기업체의 제안을 받고 새롭게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에서 매주 뇌체조와 뇌교육 명상을 지도한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이죠. 사람들을 만나 건강을 전하고 브레인트레이너로서 뇌교육을 전하고 싶어요. 뇌교육 측면에서 보면 어떤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때 그건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활용의 문제로 보거든요. 그 사람이 뇌 활용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고 하면 해결방법이 생기죠.” 그는 브레인트레이너로서 멋진 삶을 계획하고 있다.

행심 씨도 자신의 꿈을 이야기 했다. “기업체 강의나 수련지도를 했어요. 얼마 전에는 감정노동 치유를 위한 기업체 강의를 했죠. 이를 계기로 사회에 뇌교육을 전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학교에 들어가서 뇌교육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려고 해요.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성찰하고 뇌를 건강하게 활용하는 뇌교육이 필요하고, 직장에서는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꼭 필요하죠.”

▲ 최혜경 씨(왼쪽)가 최행심 씨의 어깨를 풀어주며 "평소에는 행심 씨가 힐링을 많이 해준다"고 했다.

그들은 명상수련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고, “세상에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는 꿈도 찾았다고 했다. 행심 씨는 “내 심장이 뛰는 것을 보고, 그걸 따라 가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에요.”라고 소신을 밝혔다. 혜경 씨도 “여유가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렇게 함께 마음이 통하는 동행자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했다.

소소하게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가족의 대소사를 함께 기뻐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두 사람은 무엇보다 같은 꿈을 가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이자 위로가 되어주는 영혼의 단짝, 소울 메이트였다.

글= 강나리 기자  / 사진= 황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