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도 안양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3회 전국국학기공대회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들이 보인다. 오후 3시 반경 열린 개인전에서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을 한 어르신들이 열띤 경합을 펼친다.

그중 정교하고 절도 있게 정확한 일지기공 동작을 구현하며 국학기공을 멋지게 보여주는 참가자가 있다. 바로 충북 청주에서 온 김찬기 씨(67세)다. 김 씨는 이날 개인전 어르신부 동상을 수상했다.

▲ 김찬기 씨가 지난 15일 경기도 안양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3회 대한체육회장기 전국국학기공대회 어르신부 개인전에 출전하여 일지기공을 펼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그는 "아직 국학기공에 관해 잘 모르는데 이렇게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상, 은상이 아닌 동상을 받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상을 받았으면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상을 통해 국학기공이 단순한 체조가 아니라 기운으로 연결하는 무예임을 알고 제가 보완해야 할 점을 찾게 되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찬기 씨는 올해 2월부터 국학기공을 시작했다. 청주시에 있는 내덕노인복지관의 국학기공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국학기공을 접한 김 씨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 몸과 마음을 단련할 수 있는 국학기공이 '아주 잘 맞다'며 만족해했다.

그에게 대회에서 상을 탈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꾸준한 연습과 자세 연구"라고 밝혔다. 김 씨를 지도했던 한금숙 국학기공 지도강사의 말에 따르면 김 씨는 평소 강의를 들을 때 유일하게 질문을 자주 했고, 유튜브(youtube)에 있는 국학기공 동영상이나 책자 등을 보면서 동작, 호흡법, 국학기공의 의미 등을 공부하고 연습하는 등 국학기공에 큰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 지난 15일 제13회 대한체육회장기 전국국학기공대회에서 김찬기 씨는 '구준한 연습과 자세 연구'로 정확한 동작을 펼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그가 이토록 국학기공에 관심 갖게 된 이유에는 청력을 잃은 아내가 있었다. 김 씨의 아내는 중학교 미술교사였다. 평소 업무과다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녀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서서히 청력을 잃었다. 

"청력을 잃은 이후 아내가 정말 우울해했어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 함께 내덕노인복지관으로 가서 국학기공을 하게 되었지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니까 듣지는 못해도 마음을 맞추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졌어요. 집에서도 같이 동영상을 보면서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할 수 있게끔 연습했지요. 

꾸준히 하다 보니까 아내가 많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귀가 들리지 않아 대화가 힘들어 우울해했는데, 몸을 움직이며 사람들과 교류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더군요. 얼굴색도 좋아지고 여유로워졌어요."

▲ 지난 15일 경기도 안양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3회 전국국학기공대회에 출전한 김찬기 씨(오른쪽에서 세번째)와 그의 아내(오른쪽에서 네번째) <사진=한금숙 국학기공 지도강사 제공>

이외에도 김 씨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국학기공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우리 나이에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호흡, 동작 또는 자세, 의식에 집중하면서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등 건강을 지켜주는 국학기공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예전에 유도를 했었는데 유도는 남을 넘어뜨리며 겨루는 운동이지만, 국학기공을 오직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에요. 허공에서 물 흐르듯이 기운을 타고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기운을 타는 동작들이 매력적이지요. 호흡, 동작, 의식이 하나가 되어 안 좋은 것을 털어내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김 씨는 앞으로도 아내와 함께 국학기공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체력이 닿는 데까지 아내와 함께 국학기공을 할 것입니다. 몸 관리를 열심히 하고 건강해져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저 사람들 참 좋아졌네'라고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이로 인해 국학기공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사단법인 대한국학기공협회가 주최하고 경기도 국학기공협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경기도, 경기도체육회, 안양시, 안양시체육회가 후원했다. 이날 서울, 부산, 대구, 경남, 강원 등 전국 17개 시도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