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

 정인보 작사, 김성태 작곡의 ‘개천절의 노래’이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있었고, 학교에서도 개천절에는 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 신문사 20대 초반 청년인턴 기자들에게 개천절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는 대답이 당당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개천절이 그냥 쉬는 날이고, 그 의미를 알려주지 않고, 노래도 부르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20대 가운데 몇 %가 개천절 노래를 알까? 한자릿수일 것이다. 한자릿수가 몰라야 부끄러운 일인데, 한자릿수만 안다면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된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다. 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하고, 이벤트로 애국심을 고취할 수는 없다. 역사 교육과 애국심 교육은 국민의 정서와 일상 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 개천절은 우리의 뿌리를 알려주는 날이다. 뿌리를 알려주지 않는 역사 교육, 뿌리를 모르는 애국심이란 사상누각일 뿐이다. 국경일을 국경일답게 보내는 것은 역사 교육과 애국심 교육의 기초다. 특히 뿌리를 알려주는 개천절은 더욱 그렇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나는 개천절의 의미를 아는가?”

▲ 단기 4348년(2015년) 10월3일 개천절을 맞아 국학원이 개최한 거리퍼레이드에 외국인들이 참가해 축하하고 있다. <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10월 3일 개천절은 우리나라 5대 국경일 중 하나다. 삼일절, 광복절, 제헌절, 한글날 그리고 개천절이 우리나라 5대 국경일이다. 이 중 삼일절과 광복절은 일제 식민지 시대와 연관된 역사적인 아픔을 간직한 날이지만, 개천절은 그런 아픔이나 피해의식 없이 모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민족의 큰 생일이다. 세계 나라마다 건국기념일이 있어서 다채로운 행사를 열지만, 우리처럼 민족의 시원과 건국기념일이 함께하는 나라는 보기 드물다.

올해는 단기연호로 4350년이고, 개천연호로는 5914년이다. 개천절은 국조 단군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조선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날로, 그 해가 단기연호가 시작된 첫해이다. 그로부터 1564년 전에 한웅 천왕이 홍익인간 재세이화 정신으로 백두산 신단수 아래에 신시를 개천한 날이기도 하다. 개천절은 신시 개천의 날로 한민족의 시원이며, 단군의 조선 개국일로서 건국기념일이다. 이로써 우리는 국조 단군이 신시 개천의 정신을 계승하여 개국 정신으로 삼고, 신시 개천일에 조선을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라를 세우는데 개국이나 건국이라 하지 않고 개천이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옛날에는 황제나 천자가 나라를 세우는 것을 개국이라 하고, 천자가 왕으로 봉한 제후가 나라를 세우는 것은 건국(建國)이라 했다. 이 두가지 말로는 담기 어려운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개천’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대로 풀어쓰자면 ‘하늘을 연다’이다. ‘하늘’은 눈으로 보이는 저 창공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 민족의 옛 경전인 천부경에서 그 하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늘은 하나에서 나온다고 되어 있다. 그럼 하나가 무엇인지를 보자. ‘일시무시(一始無始) 일석삼극(一石三極) 무진본(無盡本)’은 ‘우주 만물은 하나에서 나오고 하나에서 비롯되나, 이 하나는 하나라고 이름붙이기 전의 하나이며, 본래부터 있어온 하나이다. 하나는 하늘과 땅과 사람 세 갈래로 나오지만, 그 근본은 변함이 없고 다함도 없다.’

다음으로 하늘은 그 하나에서 나온 첫번째이다.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天一一 地一二 人一三)’에서 ‘하늘의 본체가 첫번째로 이루어지고, 그 하늘을 바탕으로 땅의 본체가 두번째로 이루어지고, 그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사람의 본체가 세번째로 이루어진다.’고 되어 있다.

▲ 단기 4347년(2014년)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사단법인 국학원이 천안에서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국학원은 민간단체로 해마다 개천절 경축 행사를 한다. <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그리고 옛 경전인 삼일신고의 천훈(天訓, 하늘에 대한 가르침)에 따르면, “저 파란 창공이 하늘이 아니며, 저 까마득한 허공이 하늘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 하늘이 무엇이냐고 하면 “얼굴도 바탕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으며, 위 아래 둘레 사방도 없고, 비어있는 듯 하나 두루 꽉차 있어서 있지 않은 곳이 없으며, 무엇 하나 포용하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천관’, 하늘에 대한 생각이다. 하늘은 근원이며 ‘한’을 의미하며, 동시에 그 한에서 나온 첫번째로 땅과 사람이 나오는 바탕이 된다.

그러면 ‘하늘을 연다’에서 ‘연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연다’는 문을 여는 행위적인 의미도 있지만, 뜻이나 이상을 ‘펼친다’ 또는 ‘구현한다’는 창조의 의미도 있다. ‘하늘을 연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는 의미이다. 한웅 천황의 신시 개천에서 ‘신시’는 사람이 사는 땅에 ‘신의 도시’를 연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신은 자연의 법칙과 순리를 의미한다. 사람의 욕망 중심의 가치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과 순리가 구현되는 인간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신시개천의 의미이다. 그래서 개천의 첫번째 의미는 근원의 하늘, 우주와 자연의 법칙을 인간세상에서 펼친다, 구현한다는 의미로 이화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세상을 누가 구현하는가? 주체의 문제다. 여기에 ‘개천’의 두번째 의미가 있다. 천부경의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에는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들어 있다’ 고 되어 있다. 사람은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세번째로 나온 존재이기에, 그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존재 자체가 천지인이고, 세번째 나와서 하늘과 땅으로부터 베품을 받았기에 그 보답으로 하늘과 땅을 보호해야 할 존재이다. 이것이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으로 연결된다.

▲ 단기 4348년(2015년)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사단법인 국학원은 서울 보신각에서 타종식을 거행했다. 이날 국학원 설립자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이수정 전 국무총리 등은 타종을 통해 개천절을 축하하고 개천의 의미와 가치를 새겼다. <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그래서 개천의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이 자신 안에 있는 한의 원리(하나라는 원리)와 천지자연의 법칙과 순리를 깨닫는 것이 바로 개천이다. 즉 사람의 마음이 하늘을 닮아가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이 천지인임을 깨닫고, 홍익인간이 되는 것이 바로 개천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안에 신성이 있기에 그 신성이 깨어나면 홍익인간 이화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개천은 사람이 홍익인간이 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 30여년간 국학운동을 통해 개천의 의미와 개천절 국민축제 복원운동을 해 온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이 두번째 개천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개천은 눈에 보이는 하늘을 열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하늘, 즉 사람의 마음을 어둠 속에서 건져 환하게 빛을 비추었다는 뜻이다. 바로 천부경에 나오는 ‘본심본태양앙명(本心本太陽昻明)’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럴때 사람은 자신안에 하늘과 땅이 다 들어와 있는 천지인으로서의 본성을 깨닫고 홍익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절로 이화세계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진정한 개천은 사람이 본래의 심성을 회복하는 인성회복이며, 인간의 의식이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천절의 의미는 우리 민족의 이름인 ‘한민족’과 상통한다. ‘한’은 ‘하나’이며, ‘하늘’이며, ‘크고 높은 위대함과 거룩함’을 의미한다. 한민족에게 개천절은 사람으로 태어난 도리와 우리 민족이 탄생한 뜻을 깨닫는 날이다. 즉 홍익인간이 되는 날이고 이화세계를 실현하는 날이다.

‘한민족’과 ‘개천절’이라는 이름에 담긴 우리 민족의 근원정신은 우리가 독립국가로 존재하던지,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고 식민치하에서 살던지에 상관없이 존재해 왔다. 그 정신이 비록 강처럼 흘러 바다로 가지는 못했어도, 면면이 이어 흘러왔다. 외침에 맞서 호국의 정신으로, 식민에 맞서 독립의 정신으로 살아나서 이 민족을 지켜왔다. 

단기 4350년(2017년) 개천절은 모든 국민이 그 의미와 가치를 알고 맞이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나부터 먼저 알고 가족, 친구,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면 된다. 이것은 단지 민족을 위한 일이 아니다. 뿌리를 아는 것이 바로 나를 아는 것이다. 나의 존엄성과 가치를 아는 일이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한국인과 한민족으로서 우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 시작을 나로부터 하자. 나부터 개천을 알고 개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