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목소리에 비장한 표정으로 역동적인 동작 하나하나를 표현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그중 중심에 서서 우렁찬 구령으로 아이들을 리드하는 한 학생이 눈에 띈다. 

지난 15일 경기도 안양시에서 열린 제13회 대한체육회장기 국학기공대회 청소년부 단체전에서 금상을 받은 국내최초 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경기남부학습관 4기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지구경영팀의 모습이다. 멋진 기공을 펼치는 학생들 중심에는 재학생인 김지호 군(18세)이 있었다. 지호 군은 이날 청소년부 개인전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

▲ 지난 15일 경기도 안양시에서 열린 제13회 대한체육회장기 국학기공대회 청소년부 개인전에 참가한 김지호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 학생이 기공을 선보이고 있다. 김지호 군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사진=정유철 기자>

김 군은 벤자민학교 지구경영팀이 참가한 첫 대회인 만큼 금상을 받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기공을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다보니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해서 힘들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친구들이 제가 가르쳐 주는 것에 대해 저를 믿고 따라와주고, 열심히 해줘서 정말 기쁘고 고마워요. 아마 이 금상을 그 보상인 것 같아요.

기공이라는 것이 누구 하나가 돋보여서도 안되고, 힘들다고 풀어줘서도 안되요. 모두가 하나 되어 중심을 잡아야 완성되는 것인데 이를 이해하고, 따라와준 친구들에게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려 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주변 친구들이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개인전에서도 금상을 받아 기쁘지만, 단체전보다는 조금 덜 한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 제13회 대한체육회장기 전국국학기공대회 청소년부 개인전에 참가한 김진호 군이 기공을 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지호 군은 단체전 금상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로 '단합력'과 '의미'를 꼽았다.

"올해 4월부터 시작했고, 이후로 꾸준히 국학기공을 연습했어요. 많이 할 때는 하루에 4시간씩 연습한 적도 있지요. 저희 팀의 강점은 '단합력'이에요. 비록 자세는 조금 어설플지 몰라도 남을 배려하고 속도를 맞추면서 기공을 완성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각자의 속도대로만 해서 잘 맞지 않았지만, 점차 구심(속도를 맞추는 기준이 되는 사람)에 맞춰 연습 하다 보니 어느새 하나가 되어 있더라고요. 이를 통해 집중력, 협동심, 배려심, 참을성, 체력 등이 길러졌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어요. 

일반 학교에 있을 때는 나 혼자 공부해야 했고, 시험 아래에서 모든 친구들이 경쟁자였는데 기공에서는 경쟁이 아닌 협력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고 하죠. 진짜 모두가 하나가 되었을 때 온 몸에서 올라오는 전율과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의미'인데요. 저희 팀은 '창작 기공'이라는 종목으로 대회에 출전했어요. 창작기공은 노래 한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동작을 직접 만들어서 하는 기공이에요. 이번 대회에 '당신의 밤-황광희, 개코'라는 노래에 맞춰 기공을 했는데, 이 노래 가사는 윤동주 시인의 삶을 배경으로 쓰였어요. 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베푼 윤동주 시인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이 노래를 선택했는데, 가사에 몰입되어 좋은 성과를 가지고 온 것 같아요."

▲ 김지호 군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지구경영팀으로 국학기공대회 청소년부 단체전에도 참가해 금상을 수상했다. <사진=정유철 기자>

지호 군은 국학기공을 통해 자기 자신 또한 변화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태권도, 합기도, 특공 무술 등 많은 운동을 했었는데 기공은 '에너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른 것 같아요. 다른 운동들은 하고 나면 힘이 빠지지만, 기공은 하면 할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국학기공을 하며 성격도 바뀌었어요. 이기적인 면이 많았는데 국학기공을 하며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면서 성격이 차분해지고 포용심이 커졌어요. 또 체력도 강해졌고요.

특히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떤 조직의 중심에서 누군가를 지도하는 것을 처음 경험했어요. 이로 인해 책임감이 생기고 솔선수범하며 효율성있게 팀을 이끌어가는 방법을 깨달았지요. 제가 힘들 때는 다른 아이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가르치고, 동작을 못 외운 친구가 있으면 모두가 그 친구를 위해 가르쳐주면서 사회성이 많이 길러졌어요."

 지호 군은 앞으로도 국학기공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주변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국학기공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국학기공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사단법인 대한국학기공협회가 주최하고 경기도 국학기공협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경기도, 경기도체육회, 안양시, 안양시체육회가 후원했다. 이날 서울, 부산, 대구, 경남, 강원 등 전국 17개 시도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