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을 믿지 못할 뻔 했다. 여기서 살기 싫었고, 멀리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촛불이 세상을 바꿨다. 이들은 참을 만큼 참다가 견딜 수 없게 되면 언제나 변화를 만들지 않았던가. 역사의 정체가 조금 더 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 세상이 빨리 바뀌었다.”

 황석영 작가가 13일 서울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열린 '제 13회 인터파크도서 수인 북잼콘서트'에서 독자와 만났다. 

▲ 황석영 작가가 13일 서울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열린 '제 13회 인터파크도서 수인 북잼콘서트'에서 독자와 만났다. <사진=인터파크도서>

우리 현대사의 굴곡과 파란을 고스란히 겪은 황석영 작가는 최근 자전에세이 『수인』을 펴냈다. 유년시절부터 베트남전쟁 참전, 광주 민주항쟁, 방북과 망명, 이어 옥살이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그의 생애를 담았다. 

인터파크도서(대표 주세훈, book.interpark.com)가 주최한 이 강연은  『수인』의 의미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문학으로 돌아보았다.  강연의 진행은 영화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이 맡았다.

▲ 인터파크도서가 주최한 북잼콘서트에서『수인』의 의미와,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문학으로 돌아보았다. 강연의 진행은 영화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이 맡았다.

변 감독은 “한국 현대문학을 다룬 다큐를 만든다면 오프닝 장면은 '삼포가는 길'의 장면 묘사처럼 어두운 들판에서 어딘가로 향해 멀어지는 기차로 할 것”이라며 “단순하게 말하면 대륙적, 우리에게 지평선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작가”라며 황석영 작가를 소개했다.

황석영 작가의 강연, 변영주 감독과의 대담, 현장토크, 작가 사인회까지 약 2시간 동안 열린 이날 강연은 대작가의 화려한 입담과 너털웃음으로 끝까지 화기애애했다.

황석영 작가는 "내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놓고 보면 문학으로부터 계속 도망 다니다가 결국엔 문학이라는 집으로 잡혀 왔다”라고 말했다.

“몸에서 간이나 쓸개가 빠져나간 기분. 헛헛한 느낌이다. 자서전에는 1998년 석방 이후 20년의 삶은 빠졌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자전을 보면 생의 3분의 2 분량을 담더라. 그 뒷부분은 사후에 누군가가 평전으로 기록해주리라 믿는다.”

 자전 『수인』을 펴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수인』은 작가의 삶과 함께한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이 그대로 압축되어 있는 책이다. 황 작가는 두려움을 이겨낸 원천으로 “내 작품과 인생을 합치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어둠 속에 앉아있을 때에도 전혀 초조하지 않았다. ‘펜과 종이만 주어진다면 나는 해낸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독자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으리라 하는 믿음이 있었다.”말했다.

▲ 황석영 작가의 강연, 변영주 감독과의 대담, 현장토크, 작가 사인회까지 약 2시간 동안 열린 이날 강연은 대작가의 화려한 입담과 너털웃음으로 끝까지 화기애애했다.<사진=인터파크도서>

우리 시대의 거장답게 관객들과 함께한 현장 토크시간도 열기로 뜨거웠다.

관객 질문에 “작가라서 다행인 점은 아침 잠을 잘 수 있다는 것. 야행성이 강한 편인데, 출근을 안 해도 되고 하고 싶은 일을 언제든 할 수 있다. 세금을 내는 데 제조업으로 분류가 돼 있더라. 내 몸이 공장인 셈이다. 작가는 감당할 수 없는 자유를 행사하고, 자기가 선택하는 대로 살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가가 그런 건 아니다.”

이어 “작가로서 감당해야 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웃음) 시도 때도 없이 이름을 내걸어야 한다.  하지만 역사와 시대라는 어려운 존재가 내 등 뒤에 없었다면, 늘 나를 긴장시키지 않았다면 내가 진정성 있는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촛불집회에 참석한 소회는 10여 쪽의 에필로그에 덧붙였는데 이에 관한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콘서트는 사인을 받으러 온 긴 줄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책을 통한 어울림을 의미하는 ‘북잼(BOOK JAM)’은 저자와 독자의 소통을 돕고자 인터파크도서가 기획한 스페셜 문화공연이다. 콘서트 토크 플레이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독자를 만난다.

 다음 제14회 이대열 교수 초청 북잼콘서트는 8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