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에게 ‘해갈이’라는 말이 있다. 담임교사가 반 아이들을 만나는 데 여느 해보다 쉬운 아이들을 만나면, 다음해에는 어려운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내게도 ‘해갈이’가 찾아왔는데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다른 반보다 좀 산만한 정도라고 여겼는데 날이 갈수록 도가 지나쳤다. 우리 반에 수업을 들어오는 한 선생님은 수업하다말고 “20년 동안 교사생활하며 이런 반은 처음이다”라며 분필을 던지고 나가셨다. 수업을 중단하고 교실에서 나오는 다른 선생님도 종종 있었다. 담임교사로서 한없이 죄송하고 면목 없었지만, 이렇게 산만한 반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기력했다.

▲ 오진선 청주 오송중학교 교사

산만함은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 아이들은 책상 위를 주로 뛰어다녔고 청소시간에 써야 할 빗자루와 마대는 아이들의 칼싸움으로 부러져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일쑤였다

ADAD진단을 받아 약물 치료하는 학생을 비롯해, 분노조절이 어려워 폭력적인 몇몇 학생들로 인해 분위기에 함께 산만해져 가는 것을 알았지만, 어떤 규칙도 통하지 않는 학급을 지도하기란 쉽지 않았다.

 

뇌교육멘토링을 받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소 뇌교육을 현장에 적용하고 연구하는 멘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들이 산만한 건 뇌파가 불안정하고 에너지의 중심이 올라가 있어서 중심을 낮춰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확신은 없었지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코칭해준 대로 따랐다. 신체 활동을 통해 중심을 낮추기 위한 활동을 아침 자습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했고, 뇌파를 알파파의 상태로 안정하기 위해 명상 및 호흡을 적용했다. 점심시간에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산만한 아이들의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 HSP12단을 적용했다.

HSP12단은 물구나무를 서서 두 팔로 걷기 것으로 1단(푸시업)에서 12단(물구나무 서서 걷기)까지 12단계로 나누어 훈련하는 뇌교육 프로그램이다. 이것을 하게 되면 단계가 올라갈수록 자신의 몸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성취의 기쁨을 체험한다. 목표를 세우고 훈련만 하면 이루어낼 수 있다는 뇌의 본질적인 자신감이 회복된다. 즉, 몸에 에너지가 채워지면 의욕과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가슴이 열리고 행복해지고 긍정적이 된다.

아침엔 중심을 낮춰주는 신체활동과 명상을 하고, 점심시간엔 HSP12단을 체크해주자 많은 아이들이 서로 참여하고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산만했던 우리 반에 조금씩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난 학생이 있었다. 우리 반 학급폭력을 주도하며 청소시간에는 주로 도망갔던 이 아이는 6단 통과 이후 더 이상 청소시간에 도망가지 않았다. 대청소 날엔 침과 가래가 묻어 있는 벽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맨손으로 닦는 것을 보며 교사로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도망만 가던 학생이 스스로 청소하다

 

평소 이름을 부르면 이마를 가린 앞머리 틈으로 기울어진 채로 “왜요?”라고 했다. 6단을 통과 이후 고개를 바르게 세운 후 "네,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6단 통과한 후로 이 아이의 눈빛이 살아나면서 행동이 긍정적으로 달라졌다. 교사로서 누군가의 스승이라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을 수 있게 해 준 아이였다. 그 후로 우리 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마침내 평화로운 학급이 되었다. 아침 10분 뇌체조 명상과 점심시간에 했던 HSP12단으로 산만하고 각종 문제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학급에서 일어난 변화였다. 이를 보고 뇌교육은 정말로 아이들을 바꾸는 실질적인 인성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뇌교육은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를 끝까지 쓰면 의식이 뇌간에 들어가고 뇌간의 생명현상이 활발해지면서 건강, 행복, 평화로워지고 뇌의 본질적인 자신감이 회복된다.’ 이것이 뇌교육의 액션 힐링의 원리이다. 이러한 원리로 보면 HSP12단의 모든 동작들은 실질적으로 내면의 변화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훌륭한 교육 기법이라 여기게 되었다.

평소에 평화로운 학급이었다면 몰랐겠지만, 어느 해보다 산만하고 힘들었던 학급이 뇌교육으로 평화롭게 바뀌게 된 것을 보며 진정한 행복한 학급을 체험한 것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뇌교육을 직접 지도하시는 일선 선생님들의 생생한 체험이 담긴 '뇌활용 행복교육 이야기'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