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장에는 또 다른 뇌가 존재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단순한 소화 기관으로 알고 있던 장은 인간의 건강과 감정, 그리고 의사결정까지 관여하는 ‘작은 뇌’로 주목받는다.

▲ 행복한 뇌, 건강한 장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에머런 메이어 박사의 신간 <더 커넥션>, 2017, 한문화. <자료제공=한문화>

뇌와 장내 미생물군의 상호작용과 만성적인 내장 통증 분야의 개척자이자 세계적인 권위자인 에머런 메이어 박사. 그는 신간 <더 커넥션>에서 지난 40년간 본인의 연구성과와 각종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현대인이 겪는 각종 만성질환과 뇌 문제 대부분이 “뇌와 장, 그리고 장내 미생물의 소통장애 때문”이라고 한다. 이 소통문제를 일으킨 저변에 산업화와 함께 급변한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에 주목한다.

장은 ENS로 알려진 고유한 신경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뇌의 충실한 정보원이다. 장과 뇌를 연결하는 핫라인(hot-line)인 미주신경을 타고 흐르는 신호의 90%는 장에서 뇌로 가며, 나머지 10%만이 뇌에서 장으로 전달된다. 즉 장은 뇌의 간섭 없이도 대부분의 활동을 제어할 수 있지만, 뇌는 장에서 오는 생체정보에 크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뇌와 장의 커넥션, 이 소통을 매개하는 약방의 감초격인 장내 미생물군은 섬세한 생화학 언어를 이용해 둘의 대화에 광범위하게 끼어든다. 메이어 박사는 이 책에서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뇌와 장의 관계를 바탕으로 우리가 건강과 관해 관심 갖는 다양한 분야의 답을 제시한다.

에머런 메이어 박사는 육아에 관해서 “장내 미생물군이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은 체계를 갖추고 역할분담을 마치는 출생 후 36개월까지에 주목하라”고 한다. 이 시기에 잘못된 섭생이나 항생제 남용, 상습적인 관장 또는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미생물 군의 조성에 문제가 생기면 자칫 질병에 취약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성인이 된 후에도 평소 동물성 지방이나 첨가물이 과다한 음식을 섭취하고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몸을 혹사하면 장내 미생물군이 점점 취약해진다고 한다.

▲ <더 커넥션> 장내 미생물군은 뇌축과 외부세계의 밀접한 연결고리이다.<자료제공= 한문화>

건강에 있어 인간은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스스로 최적의 건강상태를 위해 노력하는 주체가 되어야

메어어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인가. 그는 “우리 인간이 병에 걸리면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아 고치면 되는 수동적인 수용자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뇌와 장 그리고 장내 미생물군의 상호작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최적의 건강상태를 목표로 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건강의 주체가 되자”고 당부한다. 즉, 건강에 있어 인간 스스로 주체가 되자는 것이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키겠다는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그는 “장에서 끊임없이 보내오는 신호에 좀 더 귀를 기울이며 동물성 지방을 되도록 멀리하고 발효식품을 가까이 하며, 소식을 하는 등 식단에 좀더 신경을 쓰자”고 권하며 “나아가 주변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형성 및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려는 노력이 더해지면 한결 건강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작은 시도를 통해 앞으로 인간이 세계를, 인간 자신을, 인간의 건강문제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의 확신을 전한다. 신비한 인체의 비밀과 건강을 탐구하고자 한다면 꼭 읽어볼만한 신간이다.

<제2의 뇌(The Second Brain)>의 저자, 마이클 거션 박사는 “에머런 메이어의 말은 늘 주의 깊게 들을 가치가 있다. <더 커넥션>은 대단한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학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있어서 마음과 장의 연관성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고 추천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