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고 스스로 선택한 교사인데 점점 힘들어지기만 하고 과연 내

▲ 김진희 신상계초등학교 교사

가 잘하고 있는 건가 자꾸 의심스러워지던 때가 있었다. 그 즈음 내 마음 속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믿어야 하나, 믿지 말아야 하나?’ 로 심각하게 갈팡질팡하였다. 아이들은 단단히 약속을 하고도 돌아서면 약속을 쉽게 어기거나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곤 했다. 금방 다른 친구 탓, 심지어 교사 탓을 하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실망하면서 쌓이는 배신감으로 내 마음과 태도도 방어적이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선생님은 너무 착해요.”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 말을 들으면 가슴 속에서 뭔가 욱하는 느낌이 올라왔다. 아이들이 마치 “선생님은 너무 쉬워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아마도 아이들로부터 상처받지 않으려는 나의 약한 자아가 ‘우습게 보이면 권위를 잃게 된다.’는 두려움을 계속 만들어 내니까 아이들의 그 말에도 화가 났던 것 같다.


 이렇게 쉽게 상처받고 마음 약했던 내가 단단하고 힘이 있는 교사로 변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뇌교육 연수와 훈련이었다. 이를 통해 내가 힘들었던 것은 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던 나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깊은 명상 속에서 내 안에 다른 사람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다는 걸 느낀 순간이 있었다. 비로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의 이런 변화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바꿔놓았다. ‘나에게 있는 이런 순수한 마음이 문제 행동을 보이는 저 아이들 안에도 똑같이 있겠지.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자신 안에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까?’ 이런 고민은 내가 만나는 힘든 아이들과의 새로운 시도로 바로 옮겨졌다.

집중력 없는 아이들 만나고 뇌교육에 집중하다

몇 년 전 6학년 담임을 할 때였다. 집중력 장애와 복잡한 가정상황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아이들이 많은 반을 맡게 되었다. 그 중 특별한 한 아이도 있었다. 아이는 어려서 엄마의 가출과 부재로 방치상태를 경험해서 자신을 못 믿었다.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이 있으면 지독히 미워하고 조금만 화가 나도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쉴 새 없는 말과 함께 주위에 뿜어대는 집중력 장애까지 있는 아이였다. “넌 할 수 있어. 선생님은 널 믿어.” 라고 말하는 나에게 그 애는 입버릇처럼 “전 해도 안 되요. 지금까지 다 포기했어요. 선생님도 포기하세요. 전 절대 안 바뀐다니까요.”라고 말하곤 했다.  아이는 진심이었다.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고 답답해서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집중을 못하는 심각한 아이들 5-6명을 매일 아침 다른 아이들보다 30분정도 일찍 오게 했다. 그리고 단전치기와 장운동과 같은 단순하고 기초적인 뇌체조를 꾸준히 반복하면서 HSP-Gym(일정한 동작을 계속 유지하며 몸의 힘을 기르는 뇌교육 프로그램)과 같이 의지력을 기르는 활동과 누워서 몸을 이완하고 휴식하는 활동들을 했다.

처음에 아이들은 단전치기 100개조차 연속해서 치지 못했다. 특히 심각했던 아이는 눈도 못 감을 뿐 아니라 단전치기만 시작하면 이마가 가렵다며 집중을 전혀 하지 못했다. 몸을 점검해보니 어깨가 심하게 올라가 있고 어깨 근육이 뼈처럼 딱딱했다. 그래서 편히 서 있어도 어깨가 쑥 올라가 있는 자세가 되곤 하는 것이었다.

바삐 학교로 달려가느라 아침도 굶고 뛰어가는 날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시간이 쌓일수록 몸부터 달라지는 것이 서서히 눈으로 드러났다. 한 달 정도가 지나자 그 아이도 어깨가 편안하게 내려가고 단전치기도 100개는 쉬지 않고 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날은 단전치기를 하고 나서 발바닥이 뜨거워졌다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몸의 순환이 잘 되고 편안해지니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집중력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수업 중에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하고 이 아이, 저 아이에게로 말 걸러 돌아다니던 것이 사라졌다. 가끔 “선생님, 저 정말 많이 좋아졌지요, 네?” 하고 물어오면 진심으로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이 아이가 변해가는 것을 통해 나는 뇌교육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 정말 되는구나. 끝까지 하기만 하면 되는구나.’ 이 믿음이 내 안에 쌓여갔다. 아이를 통해 내가 성장하고 있는 거였다.

행복한 교사로 모두 함께 걷는 꿈을 꾸다

  내가 뇌교육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의지를 내어 아이들에게 뇌교육을 적용하려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만나는 아이들에 따라 어느 해는 행복한 한 해, 어느 해는 불행하지만 어떻게든 버텨나가면 되겠지 하는, 좋았다 나빴다를 되풀이하는 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탁탁 마주침에 불꽃이 일고 불을 밝히는 부싯돌마냥 어려운 아이를 만날수록 뇌교육을 통해서 나는 해마다 진정한 교사로 조금씩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교직을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단순히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에서 나아가 참 스승이 되겠다는  큰 목표를 갖게 되었다.  이 꿈을 주위의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다. 내가 먼저 행복한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는 이 길을 함께 걷고 싶다.

매주 목요일에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뇌교육을 직접 지도하시는 일선 선생님들의 생생한 체험이 담긴 '뇌활용 행복교육 이야기'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