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의진(경기 안양 동안고 1)양의 시를 서양화가 안남숙씨가 그림으로 표현해서 전했다. <사진= 안남숙 화가>

 

"우리를 위해 지구는"

 

아무도 구석에서 울지 말라고

지구를 둥글게 만든 거지?

 

아무도 혼자 멀리 멀리

튕겨 나가지 말라고

중력으로 우리를

붙잡고 있는 거지?

 

우리가 힘들고 슬플 때

차갑고 딱딱한 우주에 부딪혀

깨지지 않도록

충격량을 덜어주기 위해

하늘에 구름을 깔아 둔 거지?

연말연초에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첫사랑을 물리학의 개념과 연결한 시를 통해 인문학과 결합된 물리학이 매우 매력적인 학문으로 조명되었다.

최근 SNS를 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여고생의 시와 그림이 인기를 끈다. 주인공은 경기 안양시 동안고등학교 1학년 홍의진 학생. 학교 수업 중 ‘물리 개념을 시로 표현하기’에서 ‘우리를 위해 지구는’이란 시를 통해 지구의 중력과 구름 생성 등을 바라보는 청소년의 따뜻한 감성이 드러난다. 부끄러움이 많은 의진 양은 자신이 쓴 시만 소개해 달라고 했다.

▲ 홍의진 학생이 물리 시간에 지구의 중력, 구름 생성 등 물리 개념을 시로 적어 제출한 수행평가지.

의진 양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수업을 지도한 물리교사 강명옥 씨였다. 강 교사는 “물리시간을 마치고 수행평가를 하다가 이 시를 발견하고 정말 기뻤다. 아이들에게 크고 넓게 지구를 품으며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의진의 시에서 그것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평소 아이들에게 수업 전에 뇌체조와 명상을 지도하며, 중심 가치를 ‘지구’와 ‘생명’에 둘 수 있도록 지도한다. 그는 “요즘에 나만 생각하는 아이가 많아졌다. 어른들의 잘못이다”라며 “물리학자 중 마이클 패러데이는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베풀며 완성을 위한 삶을 살았다. 우리나라는 교육가치 자체가 홍익인간이다.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상생의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수업에 접목하고자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 안양 동안고 강명옥 교사(물리 담당)는 평소 아이들에게 "크고 넓게 지구를 품으며 살아가라"는 조언을 한다.

의진 학생의 시는 강명옥 선생님을 통해 대구에서 활약하는 한국화가 안남숙 씨에게 전해졌다. 강 교사와 화가 안 씨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지구경영학을 전공한다. 또한 교사로서, 화가로서 각자 지구시민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강 교사가 올린 의진 양의 시를 본 안남숙 씨는 예쁜 시에 매료되어 바쁜 작업일정을 모두 미루고 이 시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안남숙 화가는 이 시를 본 소감을 “의진 학생은 훌륭한 달란트(재능)을 가졌다. 아이의 시각을 통해 지구시민이 가져야 할 의식이 정말 잘 느껴졌다.”고 했다. 또 그는 이번 그림 작업에 대해 “제 가슴이 아이의 시에 공명했듯, 단 한명이라도 공명을 일으킬 수 있다면 지구시민으로서 열 일 제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마땅한 행동”이라고 답했다.

▲ 전시회 중인 한국화가 안남숙 씨는 홍의진 학생의 '우리를 위해 지구는'시에 그림으로 화답했다.

그는 “그림, 시와 같은 문화는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감동을 준다. 그래서 문화예술인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화가는 붓이 칼이다.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되고자 한다. 내가 화가여서 이 시를 시각화 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아이의 마음에 지구 사랑의 싹이 무럭무럭 자라 큰 나무그늘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구시민은 지구를 중심가치로 삼고, 인류와 지구를 보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깨달은 사람이다. 지구시민임을 선언하고 지구시민클럽(www.earthact.org)에 가입함으로써,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실천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