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술(69), 정춘자(60) 부부. 분홍장구채 밭에서


국학원의 평화공원에서 내려오는길을 따라 분홍장구채, 우단동자, 금어초, 붓꽃, 할미꽃,하늘매발톱... 등 많은 야생화가 선계(仙界)를 방불케 한다.
 이 야생화를 가꾸는 노부부는 일본 강점기에 태어나 6.25를 겪고,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땅에 애정이 많고 자식이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세대다. 고향에서 채소원예를 하고 20여년간 조경업을 했다가 환갑이 넘저 자녀의 권유도 있고 해서 농부의 삶을 살고자 했다.
 2004년 국학원에서 일하는 큰 딸의 초대로 국학원본부 개원식에 참석한 것이 인연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이들 부부가 가꾸는 4만여 평의 조경은 쉽지 않다. 특히 생명이 여린 화초는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해 봄꼼을 피우려면 겨울부터 육묘장 안에서 보살펴야 하고 여름에는 화초보다 잘 자라는 풀을 수시로 깎아 줘야 한다.
 김씨는 "이번 봄엔 반나절 만에 갑자기 올라간 기온으로 육묘 장에서 자라던 허브들이 말라 죽어 너무 안타까웠다"며 새로 들여놓은 어린 순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부인은 "처음엔 힘들었지만, 나이 들어 늘 남편과 함께 하니 좋다"며 처음 해 보는 화초 가꾸기에 이젠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그래서 마음 먹은 곳부터 꼭 하려는 부인과 조경 전체를 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남편이 툭탁툭탁 다투기도 하지만 38년을 함께 한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맞는 팀워크를 자랑한다.
 이들은 조경팀장인 임경순씨, 그리고 변정석 조경기사 등과 함께 아침마다 모여 서로의 의견을 모아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예쁜 꽃이 눈에 띄면 씨를 얻어다 키워보고 잘 모르는 식물은 공부해가면 심고 가꾼다.
 올해는 토마토와 오이 당근을 심던 텃밭에 허브 동산을 만들 예정이다. 내년이면 국학원을 찾는 사람들이 허브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부부는 허브 동산을 생각하면서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쁨에 설레는 마음으로 새순을 기다린다.
 김윤술씨는 "안 예쁜 꽃이 어디 있어. 호박꽃도 얼마나 예쁜데, 같이 어울려 피어야 더 아름답지. 사람도 마찬가지야.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다 어우러져 베풀고 살아야지"
 잠시도 쉬지 않고 풀을 뽑으며 살피는 손길에서 사랑과 정성이 묻어나는 부부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감탄소리에 보람을 찾는 다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 국학원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국학원 야생화 꽃밭에 핀 하늘매발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