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대한 관심은 비단 교육현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직장인들이 기업 환경에서 맞닥뜨리는 직무스트레스관리, 집중력 향상, 업무 몰입도 등도 결국 개개인의 뇌 상태를 어떻게 조절하고, 변화시키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끔 기업체 임원 대상으로 뇌교육 특강을 하게 되면 자주 접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어떻게 하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이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

 

하지만 ‘좋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모른다’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가 경영에 전문가도 아니며, 수많은 데이터가 좋은 선택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며, 주변 상황과 시대적 흐름 등 고려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는 답할 수가 있다. ‘좋은 의사결정은 좋은 뇌 상태일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국 좋은 뇌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이다. 그럼, 좋은 뇌상태는 어떻게 만들까?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환경에 의해 발달하는 존재이다. 기고 서고, 뛰는 신체 움직임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나서, 정서의 다양함과 조절력이 생겨나며, 그 바탕 위에 학습과 인지사고의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학교 현장에서의 뇌교육 클래스를 잠시 엿보자. 기본적으로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신체적 자신감 형성, 정서적 충만함과 조절력 향상 그리고 의식의 확장 순서이다. 이는 뇌교육이 ‘신체-정서-인지사고’의 통합적 두뇌발달원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지구상 가장 발달되고 복잡한 뇌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간략히 보자면 3층으로 되어 있다. 가장 안쪽 1층에 자리하는 생명기능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리는 뇌간(brain-stem), 그 바깥쪽 2층이 감정 작용을 하는 대뇌변연계(limbic system), 가장 바깥쪽 3층이 이성과 사고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neo-cortex)로 구성된다. 발달순서에 따라 2층, 3층을 구피질, 신피질이라고도 부른다.

 

각 층은 당연히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받는데, 아래층 공사가 잘 되어야 상층의 고차원적 기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이다. 생명기능을 관장하는 1층의 뇌상태가 부실하면, 즉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그 상층의 감정과 이성적 기능의 발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통 몸이 건강하면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큰 변화가 없지만, 그 반대일 경우 쉽게 감정이 요동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결국 신체상태의 균형을 잡는 것이 출발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 감정과 이성적 사고간의 관계성이다. 보통 리더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며 감정의 기복과 개입 없이 객관적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뇌 석학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교수는 인간 정서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은 감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며,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에 정서가 주도적으로 개입되며, 인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합리적 결정을 하기보다는 정서적 기억과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즉, 신체상태의 균형을 잡고 나면, 감정상태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영점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뇌는 변화한다’라는 기제가 의미하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존재라고 했다. 인간 뇌에 있는 신경망의 커다란 장점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뭔가에 매우 능숙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인간 두뇌의 특성이 존재한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뇌 속으로 입력되는 엄청난 경험과 지식의 습득량이 남다른 두뇌발달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고의 유연함’이다. 어느 순간 뇌 속 정보의 편향성이 이루질 수도 있고, 그것이 새로운 도전과 의식의 확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뇌 3층 구조의 균형과 정보 처리의 유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몸 상태를 바로잡는 것이다. 뇌는 척수를 통해 몸 곳곳에 뻗어 있는 신경계와 수많은 감각기관이 연결되어 있어 신체 움직임은 몸의 이완을, 바른 호흡은 뇌를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움직임만으로도 신체 상태의 변화를 증진할 수 있다.

 

감정이 요동칠 경우는 5분 정도 편안히 내쉬는 호흡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심신 이완이 어느 정도 됐을 때 하는 ‘명상’ 또한 훌륭한 두뇌 관리법이다. 생각과 감정을 내리고, 이완된 집중의 뇌 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리더의 의사 결정은 좋은 뇌 상태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그 뇌 상태를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의사결정을 하고 싶다고 물으면 거꾸로 이렇게 질문해보자.

 

첫 째, 현재 당신의 신체 상태는 어떠한가.

둘 째, 현재 당신의 감정 상태는 어떠한가.

셋 째, 현재 당신의 의식 상태는 어떠한가.

 

글.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 <브레인> 편집장

cybermir@gw.global.ac.kr

 

 

매주 화요일에는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부 교수의 알수록 신비롭고 재미있는 인간의 뇌와 뇌교육에 대한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