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는 천천히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자 하는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열망이 크다. 유쾌한 이야기꾼 김영하 작가는 “가장 극단적으로 느린 독서법이 필사”라고 했다. 평소 가슴과 기억에 남기고 싶던 글을 한 글자 씩 펜으로 꼭꼭 눌러 쓰는 필사가 셀프힐링법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명상필사집 <피는 꽃마다 아름답구나>. 일지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학)의 게송 52편을 실었다. <자료제공= 한문화>

최근 <피는 꽃마다 아름답구나> 명상 필사집은 모두 고요한 가운데 생명의 바다에서 저절로 흘러나온 ‘깨달음의 노래’를 담고 있다. 지금은 절판된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학)의 동명 시집(1997년)과 <마고, 지구의 노래>(2001년)에서 52편을 가려 뽑은 것이다.

이 총장은 이 시들에 대해 “인생이라는 짐을 등에 지고 별빛을 받으며 가고 또 가는 중에 홀연히 와 닿았던 빛의 흔적, 빛의 발자국”이라며 “바람처럼, 햇빛처럼, 별빛처럼 와 닿았던 생명의 에너지가 저자에게 노래해준 것처럼 이 노래 속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느끼고 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명상필사에 들어가며 시어를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고,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저 마음을 열고 그의 마음에 내 마음을 잇는다는 기분으로 차분히 읽어 내려가면서 손으로 옮겨 적다 보면 어느 순간 기쁨과 평화, 사랑이 차오르며 자신도 모르게 영혼의 지평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겠다.

이 책을 필사하는 독자들의 반응도 다채롭다. 5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머릿속 정보가 혼란스러울 때, 감정이 치고 나올 때, 가만히 필사를 하다보면 나를 위한 위로의 한마디를 찾게 된다”고 했다. 40대 강노을 씨는 “매일 저녁, 잠자기 전 명상필사를 한다. 먼저 책을 한번 읽고, 쓰면서 한번 더 읽고, 쓰고 나서 읽고 나면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고 마음이 안정된다.”고 표현했다. 주부 이은미 씨는 “아이 아빠가 쓰고 딸이 낭독한다. 가족이 함께하니 더욱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