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떼아뜨르 봄날이 고전을 통해 현재를 되짚어보는 '그리스의 여인들, 안티고네'를 무대에 올렸다. 2014년 '그리스의 연인들 3부작'에 이은 그리스비극 두 번째 시리즈, 첫 작품이다. 오는 8월에는 '그리스의 여인들2, 트로이의 여인들'이 이어진다.

 

폭압적 권력과 지배적 규범, 그리고 관습적 윤리의 억압으로 고통 받는 그리스 비극의 여성 캐릭터들은 인간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의 획득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투쟁했다.  이수인 연출은 권력자인 크레온이 자가당착에 빠져 끔찍한 비극 앞에 서는 모습을 세밀하게 드러냄으로써 죽음을 불사하고 인륜을 지키고자 한 안티고네의 숭고한 의지를 부각하였다.  

▲ 연극 '그리스의 여인들, 안티고네' 장면. <사진=K아트플래릿>.

 

 왕명을 어긴 죄로 안티고네는 동굴무덤에 산 채로 감금되어 죽음을 기다려야 할 처지가 된다.

크레온은  그녀가 홀로 굶어 죽도록 형벌을 내리지만, 그녀는 왕이 원하는 죽음이 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끝까지 국왕(국가)의 부당한 형벌권에 저항한다.

 

‘지상의 법’은 ‘인간의 도리’를 넘어설 수 있는가?

“한낱 인간에 불과한 그대의 포고령이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눈먼 아비 오이디푸스의 방랑길을 지켰던 안티고네! 아비가 죽은 후 테바이로 돌아온 그녀는 왕명으로 금지된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흙으로 덮음으로써 죽음을 애도한다. 억울하게 죽은 오빠를 묻으려는 안티고네의 행위는 가족으로서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러나 폭압적인 왕의 권력은 이런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조차 무참히 짓밟는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불복종의 저항권을 행사하는 안티고네. 그녀의 강력한 의지와 행동력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던져줄 뿐 아니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우리를 안내한다.

 

안티고네에게 굶어죽을 것을 명령하는 왕 크레온. 그는 테바이 시민들의 수근거림과 “약혼자 안티고네를 벌하지 말라”는 아들 하이몬의 거친 항의에도 꿈쩍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예언자 테레이시아스의 “속히 돌이키라”는 충언에조차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아들 하이몬과 아내 에우리뒤케를 잃고 나서야 이 끔찍한 비극을 통탄하는 크레온. 이제 그는 죽음을 통해 ‘정의’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안티고네 앞에 살아 있으면서도 죽음보다 더 끔찍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비극 속의 인물이 되고 만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가치’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그리스 비극 두 번째 시리즈 ‘안티고네’와 ‘트로이의 여인들’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근본적인 성찰을 자극한다.

 

그리스 여인들, 안티고네는 25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