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지도를 하다 보면 접하게 되는 광경이 있습니다. ‘호흡에 집중해 보자’는 말을 하면 대부분 자세를 바르게 고치려 합니다. 허리를 펴고 어깨에는 약간의 긴장을 하며 뭔가 잘해야 된다는 듯 자세를 잡습니다.

사람은 많은 관념에 의해 삶을 살아갑니다. 호흡에 대한 것도 예외가 아닙니다. 호흡에 대한 많은 관념이 있어서 관념의 눈으로 자신의 호흡을 바라봅니다. 그 관념은 ‘숨은 깊게 쉬는 것이 좋다’, ‘숨은 길게 쉬는 것이 좋다’, ‘짧은 숨은 안 좋다’ 등 좋은 숨과 나쁜 숨에 대한 정보와 그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호흡에 대한 큰 관념 중 하나가 ‘내가 숨을 쉰다’는 것입니다. 길게 쉬든, 짧게 쉬든 숨을 자신이 쉬고 조절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쉬는 숨을 생각해 보면 맞는 것도 아닙니다.

질문을 몇 가지 해보겠습니다. 하루에 쉬는 많은 숨 중에 몇 번이나 알고 쉬나요? 자신이 의도적으로 쉬는 숨이 많나요? 아니면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쉬어지는 숨이 많나요? 혹시 자신이 의도적으로 숨을 쉬지 않으면 숨이 멈추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비슷할 겁니다. 하루에 쉬는 숨 중에서 자신이 의도해서 쉬는 숨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실 숨 쉬는 자신을 느끼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숨은 의식되지 않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쉬어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숨은 쉬는 것이 아니라 쉬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숨은 몸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들여 마시는 숨으로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오고, 내쉬는 숨으로 묵은 에너지가 풀어져 나갑니다. 생명의 몸은 산소와 에너지 공급을 위해 숨을 쉬어야 하기에 끊임없이 숨을 쉬고 있습니다. 숨은 살아있는 몸과 자연이 생명을 교류하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내가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몸에 의해 쉬어지는 것이라고 알 때 호흡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몸에 의해 저절로 쉬어지는 숨과 만나는 것이 생명을 만나고 숨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가만히 숨을 느껴 보세요. 좋은 숨과 나쁜 숨에 대한 관념을 내려놓고 몸에서 일어나는 숨을 가만히 느끼면 됩니다. 가만히 숨을 느껴 보면 마치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듯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에서 이루어집니다. 몇 분이라도 숨에 집중해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편안해 집니다. 숨을 통해 몸과 마음이 이완이 됩니다. 그리고 숨에 더 집중해 보면 점점 깊어지는 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특히 단전호흡이나 명상수련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깨우쳐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숨은 쉬는 것이 아니라 쉬어지는 것입니다.”

▲ 글. 오보화 운영실장 / 천동골 명상단식원 http://chundonggol.modoo.at/

*본 칼럼은 천동골명상단식원에서 진행하는 “명상단식”과 “몸과 마음의 대화” “타오라이프” 프로그램에서 이야기하는 원리의 일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글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명상으로 안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명상이나 칼럼에 대한 질문이 있으시면 천동골명상단식원이나 필자에게 문의해 주세요.(041-410-8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