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전라남도 진도군 명량대첩로 해역에서 제5차 수중발굴조사을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은 조류가 빠르게 흘러 수많은 배가 난파된 험로이나, 해상 지름길로 알려져 선사 시대 이래 현재까지 많은 배가 끊임없이 왕래하는 서해안 해상항로의 중심지이다. 이곳은 고려에서 조선 시대까지 이어지는 약 천년 동안 전라·경상도 지역에서 거두어들인 세곡과 화물을 실어 나르던 배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곳이다. 또 명량대첩(1597년)이 일어난 울돌목에서 남동쪽으로 약 4km 떨어져 있어 전쟁 유물이 다수 발견되는 등 과거 해상 전투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발굴조사 현장 전경. <사진=문화재청>

 발굴해역의 남쪽에 있는 벽파항은 과거 벽파정이 있었던 곳이며, 그 인근에서 중국 송‧원나라 시대 국제교류의 증거인 진도 통나무배가 1991~1992년 벽파항 인근에서 발굴되기도 하였다. 벽파정은 고려 희종 3년(1207년)에 주로 중국을 왕래하는 국제 사절을 위로하기 위해 창건한 정자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11년 이 해역에서 인양한 유물을 불법 매매하려던 도굴범이 검거된 것을 계기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긴급탐사와 4차에 걸쳐 수중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조선 시대 개인화기인 소소승자총통(小小勝字銃筒) 3점을 비롯해 토기, 도자기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 790여 점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 복원된 벽파정. <사진=문화재청>

  명량대첩로에서 가장 많이 발굴된 유물은 고려청자이다. 강진에서 제작된 베개, 잔, 접시, 유병, 향로, 붓꽂이 등이 대표적이며, 임진왜란에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총통(銃筒)과 석환(石丸, 돌포탄), 노기(弩機, 쇠뇌) 등 전쟁유물도 확인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토기, 골각(骨角), 중국 닻돌(나무로 만든 닻을 물속에 잘 가라앉히기 위하여 매다는 돌), 송나라 동전 등 다양한 유물이 나와 삼국 시대 초기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는 해상통로임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수중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명량대첩로 해역의 성격을 고려해 수중초음파카메라를 사용하여, 이상체와 유물 집중매장처로 추정되는 곳의 탐사조사를 병행할 예정이다. 발굴조사는 오는 11월 2일까지 진행된다.

▲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에서 나온 도자기 유물. <사진=문화재청>

  명량대첩로 해역은 유물이 넓은 범위에 흩어져 묻혀있고, 물속에서 시야(0~0.5m)가 확보되지 않아 장기적인 연차 조사가 필요한 곳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도 명량대첩로 해역의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과거 격전지이자 해상교류의 거점구역인 명량대첩로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고 이곳에서 발견되는 해양문화유산의 보존‧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8일 수중발굴의  시작을 알리고, 발굴단의 안전을 기원하는 개수제(開水祭)를 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