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교육’의 모델은 핀란드 교육, 덴마크 교육 등이 손꼽히고 있다.

지난 4월 7일 서울교육청과 인천교육청이 주최한 ‘한국-덴마크 교육 국제 세미나’ 자료집에서 참가자의 눈길을 잡아 끈 대목이 있다. 덴마크 자유학교들의 아동에 대한 관점이 “인간 존재에 대한 경이와 각 개인은 그 자신만의 신성한 잠재력을 가진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로부터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최근 ‘대2병’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중·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꿈, 자신의 가치를 찾기보다 적성과 상관없이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또다시 성적 경쟁에 내몰리는 신세를 자조하는 청년들의 신조어다.

▲ 국내 최초 고교완전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올해 일반학교 과정 속에서 자유학년제를 함께하는 '학업병행제'를 특별운영한다.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신 양(인천, 19)은 “학생들이 목적을 모른 채 서로 경쟁하고 결과로 대우받으면서 열등감 또는 자만심에 빠져있다. 학교의 목표는 ‘일단 대학가기’같다. 상담시간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도 선생님은 ’일단 대학에 갈 성적부터 만들어보라‘고 하신다.”고 했다.

교사의 고민도 크다. 올해 고등학교에서 교직 24년 차를 맞은 박 교사(경기, 48)는 “요즘 더 절실하게 ‘교사로서 왜 교육을 하나?’ 묻게 된다.”고 했다. 그는 “교육은 자기 이해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뭘 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자기 가능성을 키워야 하는데 지금 교육은 정해진 교과를 하면서 입시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그 이후 취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매몰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학교를 다닐수록 자신의 가능성을 키워가고 자신감도 커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아이들이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꿈이라던 아이가 취직만 잘하면 좋겠다고 변해간다. 비교경쟁 속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딸과 함께 교직생활을 하는 김 교사(대전, 55)도 “공교육에서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교육적 의도는 입시프레임 안에 갇히면 모두 변질되고 왜곡된다. 교육의 본질 뿐 아니라 개별적인 시도조차 모두 변형된다. 진로교육 시간이 교과목 자습시간이 되고, 동아리 활동마저 생활기록부에 올려 대학입시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로 왜곡된다. 이래서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키우고 창의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같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변화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 고교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업병행제 도입

청소년들이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자신감을 찾아주는 교육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었다. 2014년 한국 최초로 고교 완전자유학년제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세워졌고, 다음 해 서울교육청은 ‘오딧세이 학교’를, 인천교육청은 ‘꿈틀리 인생학교’를 운영해 자유학년제를 접목했다.

벤자민학교의 경우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체계적 체험적 뇌교육 시스템과 사회 각계각층의 멘토단이 참여해 지원하는 독특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 (상단)한일벤자민학교 학생들이 한국과 일본 국토대장정을 하는 모습 (하단)지난해 8월 미국 뉴욕서 열린 '지구시민청소년 리더십 캠프'참가자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공)

학생들이 1년 동안 세상을 교실로 하여 스스로 도전하며, 다양한 체험활동과 자기 계발, 진로 탐색 활동, 사회 참여 활동으로 꿈을 찾고, 삶의 방향을 정한 아이들의 놀라운 성장은 국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한 벤자민학교의 교육 혁명은 2016년 일본과 미국에도 도입되어 국제적인 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공교육을 나와 자유학년제를 경험하는 전담제와 함께 공교육에서 학업을 계속 받으면서 자유학년제를 경험하는 ‘학업병행제’가 동시에 운영되었다.

올해 한국 벤자민학교는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벤자민학교의 자유학년제 특·장점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학업병행제’를 특별 운영하여 5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한다.

벤자민학교 관계자는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을 확인하고 목적을 찾은 아이들의 변화 속도는 눈부시다. 보호관찰 대상으로 문제아라고 불리던 학생이 청년 멘토가 되고, 무기력하고 트라우마에 빠졌던 아이가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며 세상을 홍익하는 리더의 꿈을 키우고, 상위권 성적을 내면서도 무엇을 할지 고민과 불안에 휩싸였던 아이가 밝고 건강해졌다. 이런 변화가 알려지면서 자유학년제 과정을 통해 실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교육 틀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겠냐는 끊임없는 요구가 있었다.” 고 취지를 밝혔다.

현재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정 씨(공무원, 48)는 “아이에게 꿈을 찾을 기회를 주고 싶은데 쉽지가 않았다. 학업을 하면서 자유학년제를 경험하는 시간을 주고자 한다.”고 했다.

경북에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고 교사(52)는 “입시제도에 몰입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잠재력이 있어도 드러나지 않고 위축되다 보니 공부를 해야 하긴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막막해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이 많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을 찾으면 아이의 본 모습이 나타날 텐데, 위축된 아이들을 깨우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공교육 안에서 교육 변화에도 영항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벤자민학교 학업병행제는 학생들이 일상 학교생활을 하면서, 도전 과제를 기획하여 실천하는 벤자민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월 진행되는 벤자민 워크숍에 참여하여 특강과 프로젝트 발표와 점검, 지원 등을 받는다. 또한 벤자민 전문가 멘토단과 연결하여 직접적인 적성 직업 경험을 쌓는다. 일본, 중국, 미국 청소년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국제적인 교류를 하게 된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업병행제 지원은 5월 20까지 가능하며, 입학대상은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재학생이다. 입학신청은 학교 홈페이지(www.benjaminschool.kr)에서 가능하며, 문의는 전화(02-3014-5506 또는 041-410-8800)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