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기획-1편] 이 길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순례길을 떠나기 전 우리는 여행을 끝마친 한 달 뒤의 나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순례를 마치고 성장할 나 자신을 떠올리니 마음이 들떴다. 5월 1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4기 경기남부학습관 26명의 친구들이 '지구경영 꿈'이라는 이름으로 성남버스터미널에 모였다. 대부분의 친구가 국토종주를 떠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집합하고 이동하는 것만 해도 진땀을 뺐다. 홍익인간 정신을 되새기는 한국, 일본, 중국을 걷는 26일간의 일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벤자민 4기 경기남부학습관 학생 26명이 순례길을 떠나기 위해 성남버스터미널에 모였다.


우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터미널에서 내린 다음 우리의 첫 출발지가 될 모악산으로 이동했다. 모악산은 국내외에 명상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명상을 통해 의식의 성장을 이루게 하는 산으로, 자식에게 젖을 먹여 길러서 키워주는 어머니와 같은 산이 바로 어미 모(母)가 들어간 ‘모악산’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성황당 다리’ ‘선녀폭포’, ‘선녀다리’, ‘비룡폭포’, ‘우아일체(宇我一體)의 계곡’, ‘세심곡 천수암(洗心谷 天水巖)’, ‘사랑바위’, ‘입지바위’, ‘천부경(天符經) 바위’, ‘단군나라 바위’ 등 좋은 명상처들이 흩어져 있다. 
 

▲ 학생들이 모악산과 관련된 역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모악산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김양순 할머니를 기리는 김양순 선덕비가 있다. 김양순 할머니는 일본강점기와 6.25 동란이라는 고난의 시기를 겪으면서 독립운동 하다가 숨어 다니는 사람들이나 전쟁 중 쫓겨 다니는 사람들을 목숨을 걸고 숨겨주었다. 또한 일제의 수탈과 전쟁으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시주로 들어 온 곡식으로 밥을 지어 먹였고, 가진 돈이나 재물을 아끼지 않고 사람들에게 나누어 사람들을 살렸다. 할머니는 평생을 남을 돕고 남에게 공헌하는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했다고 한다. 


5월 2일, 드디어 걷기 일정의 시작이었다. 색깔도 모양도 다른 제각각의 가방을 들고 친구들은 엉거주춤 길을 나섰다. 오늘 하루 걸어간 거리는 17.65km!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오르막 내리막 산길이 반복되어 학생들은 금세 지쳐갔다. 아무래도 처음 걷는 것에 적응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학생들이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숙소에 도착하고서는 나무 명상수련을 했다. 각자 나무를 하나씩 골라 줄기에 손을 맞대고 명상을 했다. 자연 속에서 나무의 기운에 집중하면서 내가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2일차 숙소에 도착한 학생들이 근처 숲에서 나무를 하나씩 잡고 명상수련을 하고 있다.


5월 3일은 전주에서 벗어나 진안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거리는 30.03km.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경사진 산길에 햇볕까지 내리쬐어 입안이 타들어 갔다.

숙소에서 10km를 남겨놓고 1시간 동안 묵언 수행을 했다. 순례를 하는데에 있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위함이었다.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의식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걸으면서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이 길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나 혼자 하는 일들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학생들과 함께하는 기회는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순례길은 친구들과 같이 걸어가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학생들이 제각각 가방을 메고 걸어가고 있다.


5월 4일, 진안에서 출발해 무주까지. 거리 34.74km. 한·중·일 순례길 중에서 가장 긴 거리였다. 학생들의 발에는 서서히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무릎부상이나 발목부상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결국, 부상으로 걸을 수 없게 된 4명의 친구는 미리 대중교통을 통해 숙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날씨는 그다지 덥지는 않았지만, 최장거리를 걷는다는 압박감이 친구들을 힘들게 했다. 골짜기 사이에 있는 국도를 건너느라 도로와 터널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자동차를 피하고자 학생들은 도로의 가장자리에 붙었고 맨 앞과 맨 뒤에 있는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안전봉을 휘둘렀다. 국토종주를 떠나기 전 선생님께서는 중요한 것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고 하셨다. 왜 그 말씀을 하셨는지 오늘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5월 5일, 무주에서 출발해 영동까지의 거리 19.22km. 최장거리의 코스를 경험한 우리에게 단비와 같은 거리였다. 
 

▲ 걷는 일정에 지친 학생들이 길 위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을 종주하는 15일 중 3분의 1일의 일정이 지나갔다. 처음 시작한 국토종주에 들뜬 친구들은 아픔과 즐거움을 나누면서 하루하루 길을 걷고 있다. 친구들과 하나 된 마음으로 지구 위를 걸어가는 것. 그것이 이 순례길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 걷는다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를 두 발로 경험하는 것. 지구경영 꿈의 발자취팀이 밝은 햇살을 맞으며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다음에는 6일과 10일에 각각 ‘hsp일지명상센터’와 ‘국학원’에 도착한다. 홍익정신과 지구경영의 뜻을 펼치기 위해 만들어진 거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글/ 사진. 서재원 학생기자 Seojw11111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