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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 없는 술래잡기…사교육 출혈경쟁, 부모의 불안을 해소해야[제19대 대선주자의 교육정책을 말한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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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3  16:57:35
강나리 기자  |  heonjukk@naver.com

이번 대선의 교육정책에서 ‘사교육 없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후보들은 다양한 정책이 내놓았다.

 

문재인 후보는 고교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외고 자사고의 우선선발권 박탈을, 심상정· 유승민 후보는 외고 자사고 폐지를 주장했다. 이로 인해 특목고 진학을 위한 선행학습을 주도했던 사교육계가 다소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한다. 그러나 자본논리와 적응력이 빠른 사교육계는 또 다른 기회와 출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학 입시에 관해서 살펴보자. 현재 대학입시 전형은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학생부 교과전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특기자 전형, 논술 등 5가지로 나뉜다. 이에 대해 문 후보와 심 후보는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전형 3가지로 간소화, 그리고 현재 중3학생이 치를 2021년도 수능을 전 과목 절대평가화 하겠다고 한다. 문 후보는 수시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기회균등을 하겠다고 했으며, 심 후보는 기회균등 전형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학생부를 강화해서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로 하고, 유 후보는 학생부, 면접, 수능으로 단순화 하겠다고 한다. 또한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공통으로 수능을 최소한의 자격고시로 전환해서 대학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합격, 불합격만으로 구분 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수능을 연 2회 실시해 그중 우수한 성적으로 하자는 안을 냈다. 그러나 수능이나 개선안이 선발의 변별력을 잃으면 대학별로 다른 요구를 하게 되고, 그것이 또한 사교육의 틈새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 혁신적인 정책도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 공교육이 안고 있는 폐해는 단순히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운명이 갈리고 성적만으로 평가한다고 문제가 된 수능도 본래 취지는 달랐다. 수능창시자 박도순(76)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한 다큐프로그램에서 “본래 수능은 대학수업을 들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시험 성격이었으나, 각 교과의 반발로 과목이 늘고 경쟁을 심화시키게 되니까 학교의 서열이 공고하게 되고 자살 등 문제가 생기고, 가장 중요한 학생들의 자존감이 깨진다.”고 밝혔다.

 

성적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에 따라 선발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수시도 사교육의 근원지로 평가받는다. 학생들은 “수시로 갈지, 정시로 갈지 모르니 공부도 해야 하고, 그 위에 스펙을 쌓아야 해서 부담이 더해졌다.”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인 학생만을 대상으로 논술대회를 해서 수상실적을 학생부에 올려준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학생은 고액 사교육으로 성적을 올리고, 어학연수, 승마 등 고가의 스포츠나 예술 활동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그런 스펙을 쌓을 겨를이 없다.”고 한다.

 

일부라고 하더라도 학교가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부에 올라가는 스펙을 지원한다면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양심과 신념을 지키며 인성을 기를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정책도 사회 전반의 이기심과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사회적 안전망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 사교육을 부추긴다

 

먼저 부모가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사교육에 매달리게 된 원인을 찾아보자. 지금의 부모 세대는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 밑바닥 없이 무너지는 부모를 보고 자랐거나 당사자이다. 당시 기업은 경영악화의 책임분담을 ‘가족’이라고 부르던 직원들에게 떠넘겨 희망 없는 희망퇴직을 종용했다. 그러나 IMF가 끝나고도 떠나보낸 ‘가족’을 찾지 않았다. 또한 중산층은 무너지고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계기가 되었다. 기업과 부유층의 사회적 역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가적 위기 앞에 각자 개인의 생존이 오로지 자신의 몫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삼성을 비롯해 국내 30대 기업이 일자리 2만 개를 줄였다. 기업의 경영악화가 생기면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그 원인이 될 수 없을 입사 2~3년 차 사원에게 희망퇴직을 요구하고, 중견사원은 비자발적으로도 자영업에 나서야 한다.

 

사회적 안정망 없이 추락한 사회 경험을 가지고 노동력이 자산인 부모는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를 끊임없이 안정된 양질의 직업군으로 진입하도록 몰아붙이고 있다. 또한 청소년은 삶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을 찾기보다 기성세대가 제시한 틀에 적응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인공지능의 출현과 함께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는 부모에게 더욱 큰 불안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창업뿐만 아니라 직업을 창조하는 창직創職 시대가 된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경우 ‘패자부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 환경 아래서 자녀의 경쟁력, 생존력을 보장하려 또 다른 사교육에 매달린다.

 

누가 먼저 이 치열한 경쟁을 놓을 것인가? 지금의 상황은 술래 없는 술래잡기와 같다. 지난달 29일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술래 없는 술래잡기 추격전을 했다. “술래가 몇 명인지 알려줄 수 없다”는 제작진의 사전 제시에,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받는 상황에도 서로를 믿지 못해 끊임없이 도망 다니고 외롭지만 함께 하지 못했다. 경쟁시스템이라는 사회현상 속에서 같은 피로감을 느끼고,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무섭게 달리는 러닝머신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 교육변화 논의하는 자리가 곧 민주시민교육, 인성회복교육의 장이 되야

 

교육의 변화는 사회 전반에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합의 속에 이루어질 문제이다. 교육 당사자인 학교, 학부모, 학생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동참해야 한다. 핀란드 교육혁명을 이끈 에르끼 아호는 핀란드 교육청장이 되어 20여 년 동안 교육개혁을 이끌었다. 그 핵심은 핀란드 인구 약 550만 명 중 1만 명이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낸데 있다.

 

단순히 정량적 비례를 하자면, 우리나라 인구가 5,171만 명이니 약 10만 명이 참여하는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기구를 설치할 수도 있겠다. 공개된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활발한 논의를 거쳐 교육의 목표와 방향, 교육철학을 바르게 설정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이 될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할지,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원하는지를 논의하여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 자리는 청소년의 목소리도 담아야 하고, 소수의 의견에도 귀기울이며 민주주의를 교육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학교나 교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스스로 쇄신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빨리 빨리 조급증에 빠져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진정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써 교육 변화를 접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적합한 교원양성, 학교와 교사의 역할 정립, 교육방향 수립 등 필수적인 사항이 느리지만 제대로 준비되고 바른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다. 방향이 바로 잡히면 속도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최근 촛불을 통해 광장에서 각자의 감정과 욕망을 자제하고 국민주권을 지켜냈던 경험을 했다.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토론의 자리가 불가능하지 않겠다.

   
▲ 강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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