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는 일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이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창의성, 문제해결력, 인성 등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교육은 대학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 지식습득만을 위한 경쟁교육으로 '시험점수를 잘 받는 아이', '말 잘듣는 착한 아이' 등의 틀에 학생들을 가둔다. 이런 현실 속에 학교에서 어떻게 미래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
 
"만일 순응에는 보상하고 위험부담은 회피하는 학교체제를 유지한다면 학생들은 그들 앞에 펼쳐진 세상에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다."<올레 래보르(Ole Læborg) 교수>
 
지난 8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와 인천광역시교육청, '삶을 위한 교사대학'이 공동개최한 '2017 한국-덴마크 교육 국제 세미나'에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올레 래보르 호비 에프터스콜레 교감은 대부분 공교육에서 시행하는 주입식 교육을 이같이 비판했다. 
 
▲ 피터 B 피더슨 프리스콜레 협회장이 덴마크 자유학교의 구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는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작년 3월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16' 결과 1위를 차지한 덴마크의 행복 비결을 '교육의 자율성'에서 찾고 덴마크 자유학교를 운영하는 협회장,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관련 기사▶바로가기)
 
덴마크에는 다양한 형태의 자유학교가 존재하는데, 그중 14~18세 사이의 학생들을 위해 대개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자유중등학교)는 공통으로 삶의 계몽, 일반교육 그리고 민주적 시민의식에 교육적 중점을 둔다. 연대, 공동체, 화합은 에프터스콜레의 주요 개념이다.
 
래보르 교수는 에프터스콜레가 가진 많은 특징 중 '학생과 교사 간의 친밀한 관계'를 언급했다. "에프터스콜레는 '기숙학교'라는 특성을 이용해 교사와 학생이 온종일 함께 지낸다. 이는 학생들이 독립적이고 성숙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장차 어떤 미래가 찾아올지 예견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중요한 것은 학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다. 우리 아이들이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성공할 수 있도록 어떤 조언을 주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가능성을 만들고자 창의성과 재미, 동기를 다시 교실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지능에만 집중하던 관심을 예술가, 건축가, 음악가, 자연주의자, 치료사, 기업가 등 다른 지능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에게도 동등하게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에프터스콜레'처럼 학생 각각의 개성과 재능을 존중하고, 학생과 교사 간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학생들이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등을 강화하도록 경험을 제공하는 학교가 대한민국에는 없을까?
 
서울시교육청은 덴마크 에스터스콜레를 모델로 고교완전자유학년제 오디세이학교를 2015년도부터 운영 중이다. 그 이전인 2014년에는 국내 최초 고교 완전 자유학년제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개교했다. 
 
▲ 지난 3월 3일 벤자민학교 4기 입학식이 충남 천안 국학원에서 열렸다. 1기 27명으로 출범한 벤자민학교는 2015년 2기 400여 명, 2016년에는 3기와 청년을 위한 벤자민갭이어 과정을 개설하여 1,000여 명이 입학했다. 또한, 2016년 4월에는 일본, 10월에는 미국에서 벤자민학교를 개교했으며 올해 9월에는 중국에도 개교할 예정으로 국제적 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벤자민학교>
 
특히 ▲학교 건물 ▲교과 선생님 ▲교과 수업 ▲시험 ▲성적이 없는 '5무(無)'학교인 벤자민학교는 체험적 인성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꿈을 찾는 1년 과정의 미래형 대안 고등학교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세상 속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자기 주도적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국, 영, 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자기 적성을 찾아간다. 
 
벤자민학교의 핵심인 신체활동으로 뇌를 활용하는 '뇌교육'은 감정과 기억에 많은 작용을 받는 10대의 뇌를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 학생들은 자기주도성, 자기결정력,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생겨 졸업 후 자기 자신과 남을 위해 일하는 리더로 성장한다. 
 
학교 선생님, 학부모 그리고 1,000여 명의 각계각층 전문가 멘토가 학생들 대하는 태도 또한 일반 학교와는 다르다. 에프터스콜레 교사가 마치 친구처럼 학생들과 수평적 관계를 맺고 어떨 때는 '조언자' 또는 '지지자'의 역할을 해주는 것처럼 벤자민학교의 교사, 학부모, 멘토 또한, 이런 역할과 동시에 학생들을 믿고 바라보며 그들을 한 개인으로 인정한다.
 
▲ 벤자민학교 2기 졸업생 이상민 군(오른쪽, 사진=황현정 기자)과 배형준 군(왼쪽, 사진=배형준 군 제공)
 
벤자민학교의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졸업 후에 더 빛을 발한다. 경찰의 보호관찰 대상에 오를 정도로 방황하던 학창시절을 보낸 배형준 군(20세)은 "벤자민학교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은 내 삶을 바꿔놓았다. 1년 동안 한계 도전을 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이 생겼다."고 말한다.
 
공교육 시스템으로 돌아간 학생들은 전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한다. 복학 후 전교 1등을 한 이상민 군(19세)은 "벤자민학교에는 경쟁이 없어 모든 친구와 협동하게 된다. 덕분에 복학 후 다른 친구를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 서로 모르는 부분은 도와주며 소통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은 "벤자민학교 아이들이 이렇듯 행복한 인성영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벤자민학교의 모든 교육 과정의 바탕인 '뇌교육 신체활동'과 '브레인 명상훈련'으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행복을 창조하는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이제 벤자민학교의 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 황현정 기자 guswjd75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