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작년 3월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16'에 따르면 행복지수 1위 국가는 덴마크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 8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인청광역시교육청, '삶을 위한 교사대학'과 공동개최한 '2017 한국-덴마크 교육 국제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덴마크의 행복지수 비결을 교육의 자율성에서 찾았다. 

 
덴마크에는 다양한 형태의 자유학교가 존재한다. △6~16세의 초등과 하급중등 단계인 프리스콜레(friskole, 자유기초학교) △14~18세 사이의 학생들을 위해 대개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자유중등학교) △최대 1년까지 운영되는 과정을 둔 성인대상 기숙학교인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 평민대학) △사립고등학교 △다양한 형태의 직업학교 △자유학교를 위한 자유교원대학 등이 있다.
 
피터 B 피더슨 프리스콜레 협회장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0학년에서 10학년에 이르는 초등학교 단계 학생 중 18%가 프리스콜레에 다닌다. 프리스콜레에서는 반복 학습과 교과서 암기 대신, 노래와 이야기 같은 '살아있는 말'로 다양한 주제를 가르친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행복하고 수업을 즐기게 된다. 또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도록 도우며 타인과 공동체를 이해하게 된다.
 
▲ 피터 B 피더슨 프리스콜레 협회장이 덴마크 자유학교의 구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한편으로는 이러한 교육 법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결과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피더슨 회장은 "덴마크 학교 시스템은 측정할 수 없는 가치 위에 세워졌다"며 "덴마크 자유학교의 교육은 용기, 협력, 민주적 책무성, 합의, 다양성 존중, 책임, 해방, 창조성 그리고 혁신과 같은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가치는 시험의 압박과 평가 가능한 교육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등급으로 비교하면 프리스콜레가 공립학교보다 성공적이다. 그들이 공립학교 학생들보다 거의 한 스코어 정도 점수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프리스콜레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 고등교육을 받거나 대학에 진학하여 제도권 교육을 받게 되었을 때 일반 공립학교 출신들보다 더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친다. 피더슨 회장은 "프리스콜레의 목표는 학교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개인으로 그리고 조화로운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능한 깊이 있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인 올레 래보르 호비 에프터스콜레 교감은 14세부터 18세까지의 학생을 위한 1년 기숙학교 과정인 에프터스콜레를 소개했다. 한 에프터스콜레에는 약 115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일반 필수과목 이외에 ▲축구 ▲무용 ▲공연 ▲승마 ▲청소년 창업 ▲시민의식 등과 같은 과정을 제공한다.
 
에프터스콜레의 특징들 중 하나는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는 학생과 교사의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 이들 사이에 친밀하고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체제는 에프터스콜레의 특별한 교육과 결합하여 학문적 또는 사회적으로 학생들을 강화시켜주며, 독립적이고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래보르 교감은 "선행연구에 따르면 에프터스콜레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상급중등교육 등 이후 교육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가능한 최상의 방법으로 학생들을 안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로는 리스베스 M 트린스케어 폴레호이스콜레 협회장이 나섰다. 그는 17.5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학교인 폴레호이스콜레를 소개했다. 폴레호이스콜레에 입학하기 위한 특별한 자격요건은 없으며 일반적으로 폴리호이스콜레의 교육은 4~6개월의 한 학기 단위로 제공된다. 덴마크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에 대한 명료화 ▲성장 ▲재충전을 목적으로 하는 갭이어(gap year) 활동의 일환으로 폴리호이스콜레에 등록한다. 
 
▲ 리스베스 M 트린스케어 폴레호이스콜레 협회장이 청년과 성인을 위한 폴리호이스콜레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교육은 대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매우 가깝고 친밀하다. 적극적인 동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점수나 등급, 시험은 전혀 없다. 트린스케어 협회장은 "폴레호이스콜레의 학생들은 '나는 무엇을 잘 하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뭘까?', '삶에서 나의 미래 진로는 어떤 것일까' 등의 질문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지, 어떻게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떻게 자신을 위해 더 선하고 가치 있는 선택을 하는지 등에 관해 더 명료한 생각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삶을위한교사대학의 송순재 이사장은 "덴마크 자유학교 세계 교육 지형도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의 독특한 체제와 구조를 통해 교육의 진정한 뜻, 즉 '삶을 위한 교육'을 구현하고 있다."며 "이는 대학입시와 지식습득 경쟁교육을 주안점으로 삼는 우리나라 공교육 체제의 경직된 구조와 한계를 다른 차원에서 조명해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발제 후에는 이날 한국을 방문한 16명의 덴마크 대안교육관계자 전체와 함께 청중이 덴마크 대안교육에 관해 토론했다.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는 서울시교육청이 덴마크 에프터스콜레를 모델로 운영하고 있는 고교완전자유학년제 오디세이학교 등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글. 황현정 기자 guswjd7522@naver.com 
사진. 서울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