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춘의 시절.
바야흐로 청춘이 꿈틀대는 '청명'이다. 봄을 여는 입춘(立春)으로부터 우리는 한참이나 봄다운 '봄'을 기다려왔다.
음기가 물러가고 양기가 시작되는 춘분(春分)철에는 새로 고침의 '갱신(更新)'을 실천하며, 열심히 묵은 것을 청소하고, 겨울옷도 모두 정리했건만, 많은 사람들이 때늦은 꽃샘추위 몸살로 환절기 ‘음양 앓이’를 제대로 통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몸으로 느껴지는 '봄'이다.
 
봄의 절기는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의 다섯 바퀴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앞의 맹춘(孟春)인 입춘과 우수가 하늘의 봄이라면, 중간의 중춘(仲春)인 경칩과 춘분은 땅의 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계춘(季春)인 청명과 곡우는 인간의 몸으로 받아들이는 '봄 봄 봄'인 것이다.

봄이 왔는데도 봄임을 모르면 우리는 계속 겨울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매년 겪는 계절이지만, 계절이 변하는 것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봄인가 싶으면 여름이 되고, 여름은 갑자기 가을로, 가을은 짧게 스쳐 겨울로 변해간다.  이것은 우리가 고집스럽게 잡고 있는 계절에 대한 표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엇박자가 아닌 때맞추어 제대로 계절을 느끼고, 자연을 바라보며 살기 위해서는 우리는 몸의 오랜 습관을 깨고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절기를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다가오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맞으며 몸과 마음으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청명이 시작되면, 만세력의 묘월(卯月)은 진월(辰月)로 바뀐다. 진(辰)은 토(土)기운을 가득 머금은 글자다. 그 안에는 천간의 을-계-무(乙(작은 나무)-癸(시내)-戊(너른 땅))를 품는다. 이 시절, 부지깽이만 꽂아놓아도 싹이 난다는 말은 땅이 품은 크고 기름진 에너지를 표현한 말이다.

진시(辰詩)는 시간으로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전 9시 30분까지이다. 아침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이때는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월(辰月)은 벼락처럼 지나간다하여 벼락 '진(震)'을 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벼락처럼 지나가되 용이 껍질을 벗고 하늘로 승천하듯, 하늘과 땅의 충분한 양기를 받아 빠르게 변화하려는 자세이다.

꽃이 피는 계절인 청명, 꽃이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벌을 모아 씨를 퍼트리듯, 청명을 맞이하는 우리는 '꽃' 그 자체가 되어 자신의 일을 통찰하고 바라보아야 한다. 벼락처럼 변화하는 용이 되어야함은 물론이요,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처럼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나누고 베푸는 아량도 마음껏 펼칠 때이다.

드디어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청명!
청춘답게 가슴이 뛰더라도 꽃놀이에 정신을 팔 것이 아니라, 나를 꽃으로 바라보고, 내실을 기할 때이다. 그래야 봄을 마무리하고, 열매 맺을 준비로 크게 발산하는 여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24절기의 흐름은 돌고 도는 인생의 프로세스를 비추는 소중한 나침반이다.

2017년 3월 춘분날

[참고문헌]
-절기서당 (김동철 외)

*절기 이야기는 절기에 맞추어 보름에 한 번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