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대통령 경선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후보들은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상대 후보들의 약점을 공격하느라 바쁩니다. 결국, 표심을 얻기 위한 몸부림이겠지요. 

 
어느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라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국회로부터 탄핵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당하는 불행한 대통령은 더는 나오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촛불이든 태극기든 어느 것을 손에 들더라도 국민들의 정치 참여는 대선 이후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주권자이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플라톤이 지적했습니다. 
 
청와대의 주인이 되려는 후보자들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역사관이 중요합니다. 먼저 대선주자들은 우리의 역사가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무엇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받고 문재인 후보는 초대 대통령 시기에서 친일청산에 실패한 점을 들었습니다. 반면 안희정 후보는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되고 독립운동의 분열을 막았어야 했다, 안철수 후보는 참여정부로 돌아가 공정한 산업구조를 만들겠다, 유승민 의원은 1997년 외환 위기를 앞둔 김영삼 정부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대답 이면에는 적폐 청산, 좌우 통합, 경제와 산업계의 전문가라는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힘과 긍지의 뿌리인 올바른 정체성입니다. 즉 역사의식이 있는가? 라는 물음입니다. 지도자가 주체적 역사의식이 없으면 국민의 힘과 긍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한국인에게 고함) 고조선과 연나라 전쟁, 고구려와 수당 전쟁, 고려와 몽골 전쟁, 조선과 일본의 전쟁 등 많은 전쟁에서 선조들이 목숨을 바치고도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애국심은 후손들에게 역사를 물려주고자 함이었습니다. 땅은 빼앗길 수 있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 또한 “정치를 아무리 잘해도 역사의식이 없고 문화적 자긍심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한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창립한 대한민국역사진단학회(강동복 상임대표)는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역사의식을 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경일에 관한 인식이었습니다. 5대 국경일 중에 고조선 건국일인 개천절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지 않고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어떠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 문화와 뿌리를 국민이 제대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개천절 의미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 역사와 얼이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개천절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손학규 후보는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 즉 나라가 열린 날이다. 이러한 국경일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인제 후보는 "개천절을 최고의 명절을 만들도록 하겠다"라며 "우리의 묻힌 고대사를 풍부하게 발굴해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교육을 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바로가기 클릭)
 
그렇다면 역사와 문화적인 자긍심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국민행복과 연결됩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18대 대통령에 취임했지요. 이를 위해 창조경제를 내세웠습니다. 경제발전으로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높아진다고 행복 또한 증진할까요? 미국의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소득이 높다고 행복하게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현재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로 불립니다. 19대 대선주자들의 경제공약 또한 소득을 높여서 모든 국민이 행복한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18대와 크게 다르지가 않습니다. 
 
세계행복지수 1위를 자랑하는 부탄은 경제발전에 매진했습니다.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해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했고 수력발전기술을 개발해 수출함으로써 경제발전에 필요한 외화를 조달했지요. 그 결과 부탄의 GDP(국내총생산)는 1985년부터 2006년 사이에 무려 15배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부탄의 4대 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ck)는 "GDP보다 GNH(국민총행복)가 더 중요하다"며 "한 나라의 정체성은 국부나 군사력이 아니라 독자적인 문화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해 전통문화를 유지 발전하는 정책들을 실시했습니다.(부탄 행복의 비밀) 
 
백범 김구 또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70년 전 백범 김구가 살았던 우리나라의 GDP는 현재 부탄보다 높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는 경제적인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리더가 어떠한 정신(Spirit)으로 나라를 운영하느냐가 이후에 국민이 맞이할 미래가 바뀜을 말해줍니다. 
 
부탄의 4대 왕은 자신이 왕위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민주화와 분권화의 원활한 이행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해 2006년에 불과 51세라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 왕좌에서 물러났습니다. 당시 절대군주제에 익숙했던 부탄 국민들은 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왕은 앞장서서 "미래의 부탄 왕들이 모두 좋은 왕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좋은 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왕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왕이 내린 결단은 나라를 한순간에 붕괴시킬지도 모른다. 국가는 왕보다 중요하다"라며 백성들을 설득했습니다.
 
잘 사는 나라이든 못 사는 나라이든 배울 것이 있습니다. 오로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의 자리에서 과감히 물러날 수 있는 리더가 있는가? 5년 임기가 아니라 오천년 역사가 주목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대통령을 선출하는 유권자로서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