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영상기술을 접목한 임상연구를 통해 침 치료가 손목터널 증후군 환자의 통증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혜정) 임상연구부 김형준 박사와 미국 하버드의대 공동연구팀은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수행했다.
 
진짜침의 가짜 침대비 뛰어난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진짜 침만이 뇌 감각영역과 정중신경전도의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신경학 분야 권위지 브레인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한·미 연구팀은 79명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56명은 진짜침(Verum Acupuncture) 치료군에, 23명은 가짜침(Sham Acupuncture) 치료군에 배정했다. 
 
진짜침 치료군은 다시 통증부위인 손목에 주로 침을 맞는 근위침 치료군과 아픈 손목의 반대편 발목에 침을 맞는 원위침 치료군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8주간 16회의 침과 전기침 치료를 실시했으며 치료 전후로 신경전도검사를 통해 정중신경 전도속도(잠복기)를 측정하고 ‘보스턴 손목터널증후군 설문(BCTQ)’으로 통증 경감도를 조사했다. 또한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와 DTI(확산텐서영상) 촬영을 통해 뇌의 기능적·구조적 변화를 측정했다.
 
정중신경 전도검사 결과 진짜침은 감각신경 잠복기를 평균 0.16 ms(근위침 0.16 ms, 원위침 0.17 ms) 감소시켰지만 가짜침은 오히려 0.12 ms 증가시켰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해 느려졌던 신경전도속도가 진짜침 시술 뒤에만 개선됨을 확인했다. 
 
이어 fMRI를 이용해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검지, 중지를 자극했을 때 뇌의 일차감각피질에서 가장 활성화되는 영역의 꼭지점 간 거리(검지-중지 거리)를 측정했다.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검지-중지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이 기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측정결과 진짜침 치료 후에는 줄었던 검지-중지 거리가 평균 1.8 mm(근위침 2.3 mm, 원위침 1.3 mm) 증가한데 반해, 가짜침 치료 후에는 평균 0.1 mm 감소할 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DTI를 이용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뇌백질(White Matter) 구조를 살펴보았다. 
 
진짜침 치료 후에는 신경전도속도가 개선됨에 따라 아픈 손에 해당하는 뇌백질의 구조 이상이 일부 회복되는 등 구조적 변화가 관찰됐지만 가짜침 치료 후에는 변화가 없었다. 
 
김형준 박사는 “침이 임상적으로 진통효과를 보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기존에는 환자들의 주관적인 보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침의 효과를 객관적인 지표로 보여주기가 어려웠다”라며 “이번 연구는 진짜침만이 정중신경 전도도를 변화시키고, 또 뇌 일차감각영역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fMRI를 통해 최초로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