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수백만 촛불을 지구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돈과 권력으로 오염된 대한민국의 인성이 밝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보다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국민의식입니다.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촛불을 들고 국민이 주권자임을 당당히 밝히고 있습니다. 어느 학생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이라는 꿈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지금과 같은 대통령이 안 될 자신이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비판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꾸는 역사의 주체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들렸습니다. 촛불집회가 하나의 자궁이 되어 새로운 국민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와 같은 수백만 촛불집회는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출간한 <국민이 신이다(한문화)>에서 말한 것처럼 국민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신이 세상을 바꿔주기를 기도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삼일신고>에서 밝힌  ‘뇌 안의 신’(降在以腦神)을 회복하고 창조적 능력을 발휘할 때입니다. 그러한 정신적 자산이 우리 고대의 철학과 역사에 있습니다.
 
▲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스틸컷
 
최근 도올 김용옥 교수는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GOGURYEO, 2016)’을 통해 잃어버린 고향, 고구려와 발해를 소개합니다. 역사는 책이 아니라 발로 뛰어야 하는 것을 몸소 보여줍니다. 광활한 대륙의 한민족사를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도올은 신라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고구려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봐야한다는 것이죠.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지난 2004년 국학원 개원할 때 지하 1층 고구려 특별 전시관의 지도이기도 합니다. 
 
도올은 역사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납니다. 고구려인들의 무덤 앞에서 절을 올리고 민족통일을 기원합니다. 중국 동북에서 가장 큰 평원 훈춘벌을 걸으면서 독립군을 생각합니다. 
 
“얼마나 추운지 그냥 눈물이 나왔다. 이런 추위를 생각하면 이 추위 속에서 항일투쟁을 한 모든 사람들, 동북 사람들이 여기 모든 이 지역에 살면서 얼마나 고생했고 우리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한 사람들인가 하는 것을 나는 지금 이 추위 속에서 절감한다.”
 
도올은 백두산 천지에서 절을 올리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외칩니다. 백두산은 환웅이 강림하고 단군이 탄생한 곳입니다. 도올은 절을 마치고 하늘을 보니 구름이 걷혀서 일행들과 함께 모두 놀랍니다. 하늘이 열리는 개천(開天)이 백두산에서 펼쳐진 것이죠. 
 
단군의 실존을 부정하는 어느 사학자의 책을 읽었는데, 중국 사마천을 위대한 역사가라고 표현하더군요. 외국의 역사가를 ‘위대한’이라고 표현할 이유가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사마천이 역사가가 되기 위해 중국 전역을 3년간 다니면서 온몸으로 익혔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발로 뛰는 역사가 무엇인지 68세 철학자 도올은 후학들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스틸컷
 
이탈리아의 역사학자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에서 단순히 역사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식이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부한 고구려인들의 세계관이고 우리 또한 이를 계승해서 세계로 펼쳐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올이 부른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는 노랫말이 마치 배달국 환웅이 홍익인간의 뜻으로 나라를 건국한 신시(神市)로 들렸습니다. 촛불집회를 통해 새로운 국민이 탄생하였고 머지않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헬조선’이라고 낙담하고 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이죠.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잠들었던 국민의 뇌에 불을 켜는 것. 그리하여 홍익인간이 만들어갈 새로운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