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들었지만,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족욕과 골프를 꾸준히 하면서 나름대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가 보다.
지난 2005년 가을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친구들과 사나흘 골프 휴가를 즐기고 막 돌아와 골프채를 들고 아파트계단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다리의 힘이 스르르 풀렸다. 나는 앞으로 넘어지듯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일흔을 넘기면 무릎도 약해지고 다리 힘도 떨어진다더니 그게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제 서야 근래 들어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매우 힘이 든다 싶었던 것이 기억났다.
어쨌든 다리가 그 모양이라는 걸 알았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친구들에게 물으니 ‘oo’ 라는 약이 무릎에 좋다며 먹으라고 한다. 하지만 약 먹는 것을 원체 싫어하는 성미라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다. 당시 내가 원장으로 있던 (사)국학원의 설립자이며 현대단학의 창시자인 국제뇌과학대학원대학교의 이승헌 총장에게 무슨 묘수가 없겠느냐고 조언을 청했다. 집에서 틈틈이 뇌파진동(도리도리)을 할 때, 발끝 부딪히기도 겸해서 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시범을 보이는데 방법도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31년 쓴 안경 벗고 운전·독서

자세는 드러누워도 되고 팔을 뒤로 젖히고 앉아서 해도 된다. 다리를 쭉 뻗어서 가지런히 모은 다음 양발의 뒤꿈치를 붙이고 양 엄지발가락이 서로 맞부딪히도록 발을 모았다 벌렸다 하는데 이 동작을 되도록 빨리해주는 게 요령이다. 한 번에 적어도 300회는 해야 하는데 대략 3분 정도 걸린다.
처음에는 뒤쪽 허벅지 근육이 땅기고, 솔직히 지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효과를 볼 때까지 해보자고 마음먹고, 그날부터 평소 하던 뇌파진동을 할 때마다 발끝 부딪히기도 겸해서 했다. 고개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면서 뇌파진동을 하는 동시에 발끝 부딪히기를 하거나, 발끝 부딪히기를 먼저 하여 온몸이 이완되면 차분한 마음으로 뇌파진동에 몰입하기도 했다.

▲ 뇌파진동.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그렇게 하여 두어 달쯤 흘렀을까.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다리와 무릎의 힘이 강해졌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테니스를 하고 나서의 반응이다. 전에는 테니스를 한 차례 하고 나면 허벅지와 종아리가 땅기고 다음날까지 다리 근육이 뭉쳐서 걷기가 불편했는데 그런 증상이 모두 사라졌다. 골프 할 때도 과연 달랐다. 골프의 비거리가 10~20퍼센트 정도 늘었다. 마음 놓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큰 변화다. 그 전까지 나는 밤에 잠을 자다가도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곤욕을 치르곤 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싹 사라졌다. 곰곰이 되짚어보니 발끝 부딪히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런 '한밤의 고통'이 없어진 것이다.
고마운 마음에 이승헌 총장에게 바로 이 소식을 알리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 총장은 발끝 부딪히기는 많이 할수록 좋으니 점점 횟수를 늘려보라고 격려했다. 그 말을 들으니 욕심이 났다. 횟수를 300회에서 500회로 나중에는 1,000회까지 늘려나갔다. 그것이 벌써 햇수로 만 15년이 되었고 지금은 하루에 평균 2,000회에서 3,000회 넘게 한다. 골프 하러 가거나 등산할 때는 아침에만 2,000번 넘게 한다. 그러면 걸음걸이가 가뿐하다.
이제 뇌파진동만이 아니라 발끝 부딪히기도 집에서 하는 내 생활 운동의 하나로 착실하게 자리 잡았다. 뇌파진동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목덜미가 뻣뻣해서 자고 나도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오는데, 발끝 부딪히기도 마찬가지다. 약해지는 무릎을 강화하러 시작한 발끝 부딪히기가 이제는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다리가 뻣뻣하고 몸이 찌뿌드드하다.
발끝 부딪히기로 무릎만 좋아진 게 아니라 몸이 10년 전보다도 더 건강해진 느낌이 든다. 실제로 배변도 좋아지고 얼굴색도 밝아졌다. 조찬이나 오찬 모임에 나가면 지인들은 얼굴이 환해졌고 혈색이며 피부도 좋아 보인다며 혼자만 젊어지지 말고 비결 좀 공개하라고 성화다. 그때마다 내가 이야기하는 비결은 딱 두 가지다. 뇌파진동과 발끝 부딪치기이다. 이 두 가지 수련의 장점은 시간에 쫓길 때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하면 효과 커

발끝 부딪히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는 도대체 1,000번을 언제 세고 있느냐는 것이다. 별것 아닌 노하우이긴 하지만 참고가 될까 하여 내가 하는 방법을 여기서 공개한다. 나는 처음에는 1,000번을 일일이 셌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1분이면 대략 120번을 하고 1,000번을 모두 하는 데는 8분 정도가 걸리니 10분 뒤에 알람이 울리도록 시계를 맞춰 둔다. 자명종을 이용해도 되고 휴대폰 알람기능을 활용해도 좋다. 먼저 자신의 속도를 가늠해본 다음 1,000회를 충분히 마쳤을 시점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해 두면 편리하다. 어떤 때는 찬송가나 유행가 3곡 정도를 들으면 1,000회가 된다.
나는 매일 밤 잠자기 전 자리에 누워 1,000번,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1,000번 넘게 발끝 부딪히기를 꾸준히 한다. 물론 이 외에도 틈나는 대로 수시로 발끝 부딪히기를 한다. 저녁 뉴스 시간에 TV를 시청하거나 라디오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발끝 부딪히기를 한다. 이렇게 하면 천천히 해도 하루에 3,000번 정도는 족히 할 수 있다.

▲ 발끝 부딪히기. <사진=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이젠 주변 친구들도 발끝 부딪히기의 효과에 감탄한다. 한 친구는 2시간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자주 잠을 깨곤 했는데 요즘은 적어도 5시간 정도 숙면을 한다며 고마워했다. 다른 친구는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도 좋아져서 예전보다 업무를 빨리 끝낼 수 있다며 한턱 제대로 낼 테니 시간을 좀 비우라고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처음 시작해서 3년 동안 꾸준히 뇌파진동과 발끝 부딪히기를 했더니 내게도 결코 작지 않은 기적이 일어났다. 벌써 8년 전쯤 일이다. 친구와 바둑을 두기로 한 약속 시각이 가까워 부랴부랴 자동차를 몰고 나왔다. 대로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뿔싸! 안경을 집에 두고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약속 시각에 좀 늦더라도 돌아가 안경을 가져와야지 별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경을 안 쓰면 보이지 않던 길 건너편 도로표지판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 아닌가! 나는 안경 없이 그대로 맨눈으로 운전해서 약속 장소로 갔다. 따로 시력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안경을 벗고 다닐 만큼 시력이 좋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후 31년 동안 써오던 안경을 완전히 벗어버렸다. 안경에 의지해야 즐길 수 있었던 테니스와 골프는 물론 자동차 운전도 안경을 쓰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책이나 신문도 한두 시간 정도는 아무런 부담 없이 안경을 쓰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 싶으면 다시 뇌파진동이나 발끝 부딪히기를 5~6분 하면 곧 회복된다. 머리가 시원해지면서 눈도 대번에 밝아진다.
발끝 부딪히기는 걷기나 마찬가지로 다리를 튼튼하게 해줄 뿐 아니라 암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악화를 억제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암 환자에게 많이 걸으라고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발끝 부딪히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실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걷기보다 하기 쉽고 효과도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걷기도 하고 발끝 부딪히기도 한다면 상승효과를 볼 것이다.
나이가 들면 입안이 자주 마른다. 나도 언제부턴가 입안이 말라 물을 자주 마시곤 했다. 그런데 발끝 부딪히기를 한 지 2~3개월 뒤부터는 입안에 침이 많이 고이는 현상이 생겼다. 또 늘 코를 풀어도 코안에 코딱지가 굳어서 나오지 않아 손가락으로 파내곤 했다. 지금은 코가 뻥 뚫려서 기분이 상쾌하다. 발끝 부딪히기로 하체의 찬 수(水)기운이 위로 올라오고 상체의 뜨거운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는 수승화강(水昇火降)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발끝 부딪히기를 하루 1,000번 이상 하면 스트레스와 피로가 풀려 몸이 개운하고 머리가 맑아져 젊어진 기분을 느낀다. 나와 자주 만나는 이들도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라면서 퍽 젊어 보인다고 한다. 골프나 테니스를 하거나 육체노동, 또는 정신노동을 많이 한 날 밤에 발끝 부딪히기를 하면 다음 날 아침에 몸이 거뜬해진다. 나이가 적은 원로일수록 그 효과를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바 회춘 효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발끝 부딪히기를 꾸준히 해오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운동이나 수련도 이것저것 할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뇌파진동과 발끝 부딪히기를 주위에 권해보면 한두 번 하고는 지겨워서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의 고비를 3주 정도만이라도 꾹 참고 견뎌내 보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무슨 재미로 할까 싶을지 모르지만, 익숙해지면 그런 말이 쑥 들어간다. 몸이 건강해지는 재미, 마음이 젊어지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해본 체험이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체험담을 전하고자 한다. ('시사금융' 2016년. 12월호 게재)

국학원 상임 고문, 전 외환은행 이사, 1937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