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 대세입니다. 대통령부터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모든 분야에서 속 시원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모 종교에서 외치는 '불신지옥'이 아니라 ‘불신사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지도자에게 찾아야 합니다. 

 
최근 취업포탈 사람인이 성인남녀 1,1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리더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독불장군 등 소통 부재’(37.6%)를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독불장군의 특징은 나만 아는 것입니다. 나 이외의 사람들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인 거지요. 그러한 사람들이 바뀌는 방법은 특별한 상황에 부닥쳐서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죽음’입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천재 외과의사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준수한 외모와 실력, 재력 등을 모두 갖춘 그에게 부족한 점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성공을 향해서 페달을 밟고 질주하는 고속도로와 같은 삶입니다. 단 오만방자하고 이기적인 것이 문제입니다. 
 
그의 인생관이 바뀌게 된 것은 불의의 사고때문입니다.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하지만 예전의 성공적인 자신을 만날 수가 없어서 괴로워합니다. 위험하고 정밀한 수술을 해내던 손가락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인지는 재활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네팔로 떠납니다. 신비로운 사원 카마르 타지에서 스승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턴)을 만납니다. 덕분에 스트레인지의 눈이 새롭게 뜨게 됩니다. 
 
▲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육체가 전부가 아니라 영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우리 몸에 흐르는 에너지에 대한 감각을 터득하게 합니다.  한 마디로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제 스트레인지는 오만방자한 ‘천재’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제자’가 된 것입니다. 그의 삶이 비로소 ‘나’ 중심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환자가 아니라 지구를 구하는 ‘영웅’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물론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바꾸는 판타지 같은 능력은 영화에서나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죽음과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것입니다.
 
독불장군과 같은 성격이 아니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새로운 인생을 다짐하게 합니다. 
 
한국전쟁의 최전선 흥남부두에서 기적처럼 배에 오른 사내가 있습니다. 그는 "이번에 살아날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는 흥남부두를 탈출해 거제와 진해를 거쳐 대전에 도착합니다. 이곳에 신부를 만나 밀가루 두 포대를 받습니다.
 
이를 가족의 식량으로 하는  대신 찐빵 장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는 대전역 앞 천막 노점으로 찐빵 장사를 할 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과 음식을 나눴습니다. 1997년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이웃 사랑과 나눔을 실천합니다. 바로 대전 성심당(聖心堂)의 창업주 임길순입니다. 단순히 빵이 맛있다고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창업주의 홍익정신에 주목합니다.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정국도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주말마다 수많은 사람이 외치는 소리는 메아리인가요? 아닙니다. 민심은 천심입니다. 지금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이순신과 같은 리더를 따르는 수많은 군인과 백성이 나라를 구하는 기적이 만들어집니다. 독불장군에서 솔선하고 책임을 다하는 홍익리더십으로. 이 시대가 바라는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