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아버지, 홍암 나철선생 순국 100주기 추모행사가 지난 2일 전남 보성군에서 홍암나철선생기념관 개관과 함께 개최했다. 이날 이창수 이사장(시가 흐르는 행복학교)이 쓴 추모시 ‘누가 저 하늘을 열었는가’를 이춘순 광주 일곡도서관장이 낭독했다. 다음은 추모시 전문이다.

 
누가 저 하늘을 열었는가?
 
1.
보성군 벌교읍 금곡리 나인영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일찍이 학문에 뜻을 두고 밤낮으로 글을 읽어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 청년이었다
 
위로는 임금을 모시고 아래로 백성들을 위해 힘썼지만
시절을 잘못 만나 나라를 잃게 되었다
의로운 선비 나인영은 벼슬을 버리고 유신회를 조직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권중현, 이근택, 박제순, 이지용
을사오적을 처단하려했다
 
을사오적은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왜적에게 짓밟힐 때
호의호식하던 자들이었다
흉년에 제 땅을 늘리고
백성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고
형제자매를 종으로 부리던 민족의 반역자들이었다
 
그러나 오적의 처단은 실패로 끝났다
조선 500년 종묘와 사직이 문을 닫았다
우리 민족은 왜적의 노예로 전락하였다
천지가 암흑이고 바늘 꽂을 땅조차 없어졌다
착하고 순한 백성들이 나라를 잃고
굶주리다 왜적의 총칼에 죽어갔다
 
▲ 이창수 이사장의 추모시를 이춘순 관장이 낭독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2.
책을 불사르고 의복을 찢어 입을 막은 채 흐느끼던 나인영은
암흑 속에서 한얼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환웅, 환인, 단군 삼신이 한얼님이고
한얼님이 환웅, 환인, 단군이라는 큰 울림을 들었다
 
단군할아버지를 찾아나선지 수년
나인영은 선비의 옷을 벗고 단군교를 중광하였다
대한민족을 영원토록 비춰줄 민족의 혼불을 찾았다
캄캄한 어둠을 밝혀준 불빛은 홍익인간, 재세이화였다
 
나약한 선비 나인영은 민족혼을 드높일 
강철 같은 나철로 이름을 바꾸고
우리민족의 영혼을 구할 민족종교를 창시하였다
나철은 암흑에서 헤매는 백성들을 위해
이도여치 광명이세 단군의 영정을 들고 나타났다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재산을 처분해 만주로 모여들었다
나철이라는 신단수 아래 무릎 꿇고 맹세하였다
 
나철은 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다
우리민족 그 누구도 왜적의 노예로 두지 않겠다고
성산 백두산을 두고 맹세하였다
 
나철의 순교 후 마침내 제자들이 북로군정서군을 조직해
왜적들을 총칼로 복수하였다
김좌진, 홍범도, 지청천이 청산리와 봉오동에서 수천의 왜적을 죽여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백성들의 원한을 풀었다
 
여전히 왜적의 기세가 등등했고 지사들은 광야에서 외로웠지만
민족혼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마침내 절망을 딛고 우리는 나라를 되찾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단군의 자손들아
누가 저 하늘을 열었는가?
누가 저 하늘을 열었는가?
누가 저 하늘 아래에서 세세토록 살아갈 것인가?
 
 
단기 4349년 10월 3일
서기 2016년 11월 2일
이창수